'무사만루 KKK' 김지용의 제구, 유강남의 리드, 환상적 조화

창원=한동훈 기자 / 입력 : 2018.04.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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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지용 /사진=뉴스1


'사실 투수가 포수가 던지라는 곳으로 다 던지면 아무도 못 친다.'

포수 리드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전문가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당연히 투수가 모든 투구를 완벽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포수 리드가 부각되곤 한다. 헌데 김지용은 유강남이 요구한 21구를 모조리 완벽하게 던지며 팀 승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덕분에 유강남의 리드까지 화려하게 빛났다.

LG 셋업맨 김지용은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NC전에 구원 등판,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 6-3 승리에 힘을 보탰다. 6-2로 쫓긴 6회말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7회에도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졌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날 경기 MVP였다.

LG는 잘 던지던 선발 임찬규가 6회 갑자기 흔들려 위기에 처했다. 임찬규는 6회말 나성범에게 안타, 스크럭스에게 2루타,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줬다. 승계주자 3명을 남겨두고 김지용과 교체됐다.


승부처였다. LG는 최소 실점으로 막고 후반을 도모해야 했다. 무실점이 베스트였지만 아웃카운트부터 늘려야 했다.

김지용은 득점권에 강한 모창민과 처음으로 상대했다. 초구 직구가 낮았다. 2구째에도 직구를 찔러 헛스윙을 유도했다. 3구째에는 슬라이더를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정확히 제구해 카운트를 잡았다. 4구째 슬라이더로 모창민의 스윙을 이끌어냈는데 방망이 끝에 살짝 걸려 파울. 1볼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였다. 슬라이더 유인구를 머리 속에 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 헌데 김지용, 유강남 배터리는 직구 2개를 선택했다. 모창민은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헛스윙으로 돌아섰다.

다음 타자는 대타 최준석이었다. 최준석과의 승부가 백미였다. 1사 만루에서 최준석만 무사히 넘기면 2사.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게 된다. 유강남은 슬라이더만 연속해서 3개를 요구했다. 직구에 강점이 있는 최준석이었기 때문에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했다. 초구를 노린 최준석은 유인구에 헛스윙했다. 2구 슬라이더에는 속지 않았다. 1스트라이크 1볼에서 김지용은 또 슬라이더를 던졌다. 직구를 노린듯한 최준석은 방망이를 다시 헛돌렸다. 김지용과 유강남은 4구째 최준석의 허를 찔렀다. 바깥쪽 빠른 공으로 최준석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슬라이더만 3개를 본 최준석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제구였다. 아무리 구종 선택이 탁월해도 예리하지 못하면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슬라이더는 각도가 밋밋할 경우 직구 타이밍에 나오는 스윙에도 장타로 연결된다. 하지만 김지용은 유강남이 원하는 코스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배달했다.

무사 만루가 득점 없이 끝나면서 경기는 급격하게 LG 쪽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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