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 박경림은 김주혁을 말하지 않았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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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영화 '독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차승원, 박해준/사진=김휘선 기자


'독전'(감독 이해영)은 김주혁의 유작입니다. 그래도 김주혁을 팔지 않았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대신 고인의 연기를 이야기했습니다.

19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독전' 제작보고회가 열렸습니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잡기 위해 마약반 형사와 마약 조직원이 손을 잡고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조진웅이 마약반 형사 원호 역으로, 류준열은 버림받은 마약조직원 락 역을 맡아 극을 이끕니다. 김주혁은 마약조직을 이끄는 진하림 역을 맡았습니다.


김주혁은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두 편의 영화를 남겼습니다. 지난 2월 개봉한 '흥부'와 '독전'입니다. '흥부'는 "충무로가 사랑한 배우 김주혁!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돌아온다!"며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나름의 추모하는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독전'은 이제 관객이 김주혁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김주혁에 대한 질문은 기자들이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를 본 박경림이 했습니다. 사전에 조율된 질문이란 뜻입니다. 박경림은 이해영 감독에게 "진하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김주혁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자칫 고인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고민한 게 느껴졌습니다.


이해영 감독은 "진하림이란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가장 힘이 세고 권력이 가장 많고 돈도 가장 많다"면서 "'독전' 캐릭터들 중 가장 온도가 뜨거운 인물인데 끓는 점을 짐작할 수 없어서 언제 폭발할지 몰라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캐릭터"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인을 대신해 캐릭터를 먼저 소개했습니다. 이어 "김주혁이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진하림은 말을 많이 할까' '피부는 어떨까' 그런 디테일을 계속 물어봤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이야기를 안했다"고 전했습니다. 배우가 했던 고민을 묘사했습니다.

다시 이해영 감독은 "그래서 어떻게 연기할 거에요? 라고 물었더니 현장에 가봐야 알 것 같다고 하더라"며 "지금도 첫 촬영을 잊을 수 없다. 현장에서 카메라가 도는 순간 너무 짜릿하고 너무 강렬했다. 입을 떡 벌리고 구경했다. 촬영 내내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감독으로서 배우의 연기가 어땠는지를 전했습니다.

추모나 그리움을 토로하지 않았습니다. 김주혁이 맡은 캐릭터와 그의 고민, 그리고 그가 한 연기를 대신 전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영원히 남을 것이란 말을 돌려서 한 듯 했습니다. '독전'이 김주혁을 추모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김주혁이 '독전'에서 진하림으로 기억될지, 5월24일 관객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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