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 이상희와 '당신의 부탁'..기울어진 운동장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4.21 09:15 / 조회 : 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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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탁' 이상희와 임수정


독립영화계가 배출한 좋은 배우들은 많습니다. 주로 남자배우들이죠. 독립영화에서 주목받아 상업영화에서 재능을 꽃피우곤 합니다.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좋은 여자배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상업영화에선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입니다. 상업영화는 남자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입니다. 남자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배우들을 주로 찾다 보니, 독립영화계에서 남자배우들을 찾습니다. 상업영화에선 여자 배우는 배역도 적고, 그 배역을 놓고 기성 배우들이 경합합니다. 신인을 찾을 때도 연기보다는 외모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도 있는 탓입니다.

그렇기에 독립영화에서 눈여겨 본 좋은 여배우가 상업영화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걸 보면 반갑습니다. 이상희가 그렇습니다. '철원기행'을 본 관객이라면 이상희란 배우를 잊기는 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재능이 보입니다.

이상희는 '철원기행' 이후 여러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꾸준히 출연해왔습니다. 단역이다 보니 역량을 드러낼 기회가 적었습니다. 비중이 크다고 하면, 소위 센 캐릭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재능이 열 개라면 두 개를 채 보기 힘든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부탁'의 이상희는 반갑습니다.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은 남편을 사고로 잃은 32살 효진이 죽은 남편의 16살 아들인 종욱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소년이 여러 엄마들로 성장해 가는, 그리고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임수정이 효진 역을 맡았죠.

이상희는 효진의 친구인 미란으로 출연했습니다. 살갑습니다. 정겹습니다. 정말 친구 같습니다. 대신 화내주고, 같이 기뻐합니다. 이상희란 배우에게 세다는 수식어가 얼마나 편협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상희는 '당신의 부탁'에서 더 많은 기회와 더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면, 더 많은 걸, 더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 탓입니다. 이상희가 '당신의 부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임수정 친구로 나온 덕입니다. '당신의 부탁'이 임수정이 주인공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상희와 이상희 같은 좋은 여배우를 더 많이 보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 더 평평해져야 합니다.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당신의 부탁'을 보면 공감하리라 믿습니다.

'당신의 부탁'은 19일 개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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