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칸 바캉스 영화..고민 없는 태작

[리뷰] 클레어의 카메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4.20 10:51 / 조회 :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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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은, 현실을 영화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문다. 홍상수 감독은, 일직선인 시간을 영화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한 반향으로만 가는 시간을, 모자이크처럼 교차해 시간과 기억의 경계를 허문다. 그의 영화 작업은 그렇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그가 익숙하게 쓰던 방법을 고민 없이 쓴 태작이다.

만희(김민희)는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대표인 양혜(장미희)에게 쫓겨난다. 양혜는 영화 해외 세일즈사 대표인 듯 하지만 클레어는 "프로듀서"라고 전한다. 왜 쫓겨난 지 도통 모르겠는 만희. 혼란스럽기만 하다.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는 카페에서 우연히 프랑스 여인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만난다. 교사라는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일을 즐긴다. 클레어는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는 전과 달라진다고 말한다. 소완수 사진을 찍어준다.

양혜는 소완수에게 만희를 잘랐다고 말한다. 술 먹고 하룻밤 실수한 거니 잊으라고 한다. 소완수는 잘했다고 하지만 표정은 탐탁 찮다. 소완수는 양혜와 같이 클레어와 밥을 먹는다. 클레어는 양혜의 사진도 찍어준다.

클레어는 칸의 해변에서 만희를 만난다.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통한다. 클레어는 만희의 사진도 찍어준다. 만희가 클레어에게 한식을 대접해겠다고 한다.

소완수는 거하게 술에 취해 양혜에게 이제 남녀 관계는 그만하고 일로만 관계를 쌓자고 한다. 그래야 오래간다며. 양혜는 만희 때문이냐며 묻는다.

만희는 클레어가 찍은 양혜의 사진을 본다. 클레어와 만희는 양혜가 이상한 여자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만희는 그제서야 양혜가 자신을 자른 이유를 알게 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현지에서 촬영된 영화다. 당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초청되지 않았다. 김민희는 '아가씨'로 박찬욱 감독과 현지를 찾는 게 예정된 상태였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아가씨' 제작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현지를 찾은 대다수 한국기자들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 칸영화제 기간 중 현지에서 '클레어의 카메라'를 찍는 걸 강행했다. 이자벨 위페르는 홍상수 감독과 '다른 나라에서'로 호흡을 맞춘 터. 이자벨 위페르는 수차례 홍상수 감독과 다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 정진영과 장미희를 섭외해 칸에서 '클레어의 카메라'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은 졸속으로 진행된 게 역력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그리고 홍 감독 주변 인물들을 아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야기다.

익숙한 이야기를 영화로 끌어와 현지에서 급하게 찍었다. 고민도, 깊이도, 내용도 부족하다. 진부하다.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와 만난 이래 내놨던 영화 중 '클레어의 카메라' 만큼 태작은 없다. 누군가에게 건넨 잔인한 말들만 가득하다.

클레어의 입을 통해서 밝힌 피사체가 되고 난 뒤의 변화. 굳이 등장인물의 입을 통하지 않더라도 익히 알려진 홍상수 감독의 세계관이다. 사람들 기억 속의 각기 다른 모습들. 혹은 기억의 왜곡. 실체와 멀어지는 본질. 익히 알려진 홍상수 월드를 급하게 풀어낸 티가 역력하다. 태작이다. 굳이 의의를 찾자면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드러낸 본질 찾기가 이후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에서 더 정교해졌다는 점 정도다. 그러니 '클레어의 카메라'는 홍상수 월드의 징검다리 또는 칸에서 급히 찍은 바캉스영화일 뿐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지난해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경쟁 부문에 초청돼 이례적으로 한 감독의 영화 두 편이 공식 부분에 초청됐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이 사랑하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칸영화제 기간 중 찍은 게 아니었다면, 홍상수 영화가 아니었다면, 칸 초청이란 타이틀을 얻기란 쉽지 않을 태작이다.

4월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해변의 여인' 이후 홍상수 감독의 장편 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아닌 첫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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