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루키 감독' 코라의 보스턴, 압도적 스타트..끝은 과연?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4.20 08:42 / 조회 : 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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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알렉스 코라 감독./AFPBBNews=뉴스1






전통의 명가 보스턴 레드삭스가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고 있다. 18, 19일(한국시간) 이틀 연속으로 적지에서 LA 에인절스를 대파해 시즌 전적 15승2패가 된 보스턴은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에서 단 7번째로 시즌을 15승2패 이상의 성적으로 출발한 팀이 됐다. 디비전 타이틀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8승8패)와는 벌써 6.5경기 차이를 벌렸다.

이런 보스턴의 핫 스타트를 이끌고 있는 루키 사령탑 알렉스 코라(42)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루키 감독이 이처럼 뜨거운 스타트를 보인 것은 코라가 최초다. 새 팀에서 15승2패로 출발한 것은 지난 200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펠리페 알루 감독 이후 두 번째지만 알루는 당시 이미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10년간 이끈바 있는 베테랑 빅리그 감독이었다. 반면 코라 감독은 보스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빅리그는 물론 마이너에서도 한 번도 감독을 맡은 적이 없었다.

감독경험이 전무한 코라가 지난해 보스턴의 신임 감독으로 임명됐을 때 보스턴 팬들과 미디어들은 기대와 회의가 반반씩 섞인 시선을 보냈다. 코라가 젊은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하고 관계가 원만하며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감독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인해 과연 매년 우승을 다퉈야할 전통명가 보스턴의 사령탑을 맡을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취임 첫 해인 2013년에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려놓은 뒤 지난 2년간은 팀을 AL 동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던 전임 존 페럴 감독과는 상당히 상반된 스타일이라는 점도 많은 보스턴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올해 시즌 개막전에서 보스턴이 8회초까지 4-0으로 앞서가다 8회말 대거 6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하자 감독으로 이제 막 첫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도 감안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코라 감독의 경험 부족과 작전 실패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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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난투극을 벌인 보스턴 조 켈리와 양키스 타일러 오스틴.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후 코라 감독과 보스턴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런 비판의 소리들은 종적없이 자취를 감췄다. 개막전 패배 후 파죽의 9연승 가도를 질주한 보스턴은 선발투수인 데이빗 프라이스가 손가락 끝에 감각이 없다며 1이닝 만에 내려간 뒤 보복투구로 난투극이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패해 연승행진이 끊겼으나 그 이후 다시 6연승 행진을 재개했다. 15승2패는 보스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출발이다.

마지막 2승의 제물인 LA 에인절스는 시리즈 시작 전까지 13승3패로 보스턴(13승2패)과 반 게임차로 리그 1위를 다투던 팀이어서 흥미만점의 시리즈가 기대됐지만 뚜껑을 열자 보스턴은 첫 두 경기에서 말 그대로 일방통행을 했다. 첫 두 경기에서 에인절스를 합계 19-1(10-1, 9-0)으로 두들겨 일찌감치 시리즈 승리를 확정지었다.

특히 18일 1차전에선 일본인 투타겸업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에인절스 선발로 등판해 특히 관심을 끌었는데 이날 오타니는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인해 주무기인 스플리터의 제구가 전혀 되지 않는 어려움 속에 빠른 공에 의존하다 보스턴 강타선에 2이닝동안 4안타 2볼넷으로 3실점하고 조기 강판되면서 싱겁게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보스턴이 강팀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상대해보니 얼마나 강한지 정말 실감이 난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지금 보스턴은 성적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첫 17경기에서 보스턴의 득실차는 +6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인 토론토(+38)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게임당 6.35득점과 2.82실점은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보스턴의 팀 타율 0.287도 메이저리그 1위이며 출루율 0.358, 장타율 0.485도 모두 맨 위에 올라있다. 또 이미 그랜드슬램을 4개나 터뜨렸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보다 4개가 많은 것이다. 지난해 단 1개의 그랜드슬램도 없었던 팀이 올해는 시즌 첫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이미 만루포 4개를 때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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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세일 /AFPBBNews=뉴스1


피칭 쪽도 압도적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2.66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2.44)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특히 에이스 크리스 세일(1승, 평균자책점 1.23)과 릭 포셀로(4승, 1.40), 데이빗 프라이스(2승1패, 2.25)가 이끄는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1.91에 17경기에서 14번의 퀄리티 스타트로 메이저리그 1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지난해 17승6패, 평균자책점 3.32에 9이닝당 삼진 9개를 잡아낸 좌완 드루 포머란츠가 21일 DL(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오면 보스턴의 로테이션은 마침내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이미 ML 최강인 로테이션이 17승 투수라는 엄청난 무기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이다.

한편 레드삭스 불펜은 개막전에서 세일의 승리를 날린 것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탄탄하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균자책점 3.74는 AL 7위지만 3.00인 FIP을 보면 불펜의 퍼포먼스는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좋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보스턴의 초반 상승세가 쉬운 스케줄 덕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보스턴의 15승 가운데 8승이 꼴찌후보들인 탬파베이와 마이애미를 상대로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스턴은 라이벌 양키스와의 3게임 시리즈 1차전에서 양키스 에이스 루이스 세버리노를 상대로 5이닝동안 8안타로 5점을 뽑아낸 뒤 6회 양키스 불펜을 초토화시키며 9점을 보태 14-1 압승을 거두며 초반 상승세가 스케줄 덕만은 아님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번 주엔 역시 뜨거운 출발을 보였던 에인절스를 상대로 적지에서 첫 두 경기를 19-1로 압도하는 위력을 과시해 계속 자신을 입증해가고 있다.

특히 보스턴의 이런 출발이 주목되는 것은 팀의 상승세에도 불구, 선수 개개인들 차원에서 보면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이다. 팀의 주축선수들인 더스틴 페드로야, 잰더 보가츠, 그리고 지난해 17승 투수 포머런츠 등이 DL에 올라있었고 새롭게 가세한 슬러거 J.D. 마르티네스도 줄곧 2할대 타율로 부진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겨우 달아오르기 시작한 상태다. 이들이 모두 돌아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면 지금보다 더 엄청난 팀이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어느 팀도 지금 보스턴처럼 거의 9할에 육박하는 승률(0.882)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과거 보스턴보다 앞서 15승2패 이상의 스타트를 끊었던 6개팀들의 17게임 이후 승률을 모두 합치면 0.551(445승362패)에 불과하다. 이 6개팀 가운데 두 팀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두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결국 보스턴도 평균 쪽으로 내려오게 되어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스턴 팀을 보면 그 떨어지는 폭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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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의 새 감독 알렉스 코라를 환영하는 트위터./사진=보스턴 레드삭스 트위터


물론 보스턴 같은 팀에서 코라 감독의 성패는 4월의 성적이 아니라 10월의 성적으로 판단될 것이다. 지난 2년간 디비전 우승을 차지하고도 두 번 모두 디비전라운드에서 탈락한 뒤 해임된 전임 페럴 감독을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코라 감독은 개막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상승세 탓인지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 코라 감독의 영향력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논란과 구설수로 무거웠던 팀의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지고 밝아졌고 그 사실이 부각되면서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거의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과연 보스턴의 뜨거운 기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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