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영화와 정반대..밝은 이유영을 기억해"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4.17 07:00 / 조회 : 2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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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기억해'의 이유영 / 사진제공=오아시스 이엔티


이유영(30)의 신작은 이번에도 만만치 않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는 반복되는 여성범죄에 더 이상 움츠리지 않고 일어선 피해자의 이야기다. 이름마저 바꾼 채 살아가던 고교 교사 서린 역을 맡은 이유영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단단한 심성과 강인한 의지를 드러냈다.


2014년 영화 '봄'으로 각종 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한 지 어느덧 5년째. 이유영은 여러 신인상을 안겨 준 '간신'(2015)의 설중매를 비롯해 강렬한 캐릭터를 연이어 선보여 왔다. 이번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사연을 지녔다. 하지만 이유영은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들은 제 평소와는 정반대"라며 투명한 갈색 눈을 반짝였다. "저는 평소 세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고 카리스마도 없어요."

약속이나 한 듯 이어지는 '센 캐릭터'에 처음엔 답답함을 느꼈다는 이유영은 "지금은 조급함을 조금 내려놨다"고 털어놨다. 평생 배우 생활을 할 건데, 얼마든지 다른 역할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탓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유영은 "질문을 들으니 설렌다"며 "더 나은 배우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인 그녀의 바람 한마디는 이랬다. "밝은 이유영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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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기억해'의 이유영 / 사진제공=오아시스 이엔티


-어떻게 봤나.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뿌듯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제 연기는 아쉬웠지만.(웃음) 시나리오에서 봤던 것이 영화화된 것을 보면서 화가 났고, 화장 때문에 참았지만 눈물도 나더라. 사실 제 연기를 시사회에서 처음 보려면 겁이 나더라. 힘들지만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제가 학창시절과 선생님 캐릭터를 모두 연기하는 줄 알았다. 욕심이 났었다. '제가 둘 다 하는 것 아니에요' 물어봤는데 숨기고 가는 게 좋을 지 생각해보겠다고 하시더라. 그러더니 이렇게 됐다. 김희원 선배님이 시나리오가 좋으니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연기 잘하는 선배님과 같이 하고 싶어서 선택한 부분도 있다.

-원래는 친분이 없었다고. 어떻게 연락이 왔는지, 또 함께 촬영하며 어땠는지.

▶처음 만났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민망하지만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다. '네가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촬영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고, 연기 면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은 서린은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단단하고 강한 여자라고 말씀하셨고, 내가 너무 무겁거나 지루하게 느껴질까 고민할 때 희원 선생님이 '너는 그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집중하라'면서 가벼운 부분은 내가 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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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기억해'의 이유영 / 사진제공=오아시스 이엔티


-성폭력 피해자 역할이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정서를 제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게 맞는 건지 쉽게 확실할 수가 없었다. 감독님께 이런저런 범죄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쓴 책을 읽고 뉴스도 봤다. 새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결말의 충격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 가해자를 만들어낸 또 다른 가해자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할 때는 촬영이 끝나면 비교적 잘 빠져나오는 편인 것 같다.

-가장 아프고 안타깝게 다가왔던 대목이 있었다면.

▶약혼자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 막말을 하는 부분이 있다. 자기 일 아니라는 식으로 툭 이야기를 하는 건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마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제정신이기 힘들 것 같았다. 싸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편집이 많이 됐다.

-'미투' 운동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다.

▶영화를 할 땐 뉴스로 찾아보면서 '이런 심각한 일들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 이후 '미투' 이슈가 이어지고 너무 큰 이슈가 됐다. 이런 시기가 한 번은 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투 본질이 훼손되는 사례도 있지만 좋은 과정만 겪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과정을 겪고 나면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변화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자리 잡아서 피해자들이 기댈 수 있는 뭔가가 확립됐으면 좋겠다.

-실제 영화 현장의 변화가 느껴지나.

▶그렇다. 다들 더 조심하시더라. 미팅을 해도 방에서 할 수 있는데 더 오픈된 곳에서 한다. 사소한 변화들이 있다.

-영화를 내놓으며 책임감도 느껴질 법한데.

▶이미 찍은 영화라 바뀔 건 없다.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희 영화의 서린은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려 하고 또 이겨낸다. 부담된다기보다는 이걸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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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기억해'의 이유영 / 사진제공=오아시스 이엔티


-이전부터 강인하고 센 이미지, 사연 있는 여인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스스로 끌리는 편인가.

▶항상 끌리는 작품을 선택한다. 대체로 그런 작품이 들어오기도 한다. 강하고 또 힘든 일을 많이 당한 센 역할이 많다. '간신' 이후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영화에 나온 모습을 보시게 되지 않나. 처음엔 답답했다. 나는 센 역할보다 다른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는데. 사실 '간신'의 설중매는 저와 너무 달라 어려운 역이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평생 배우 생활을 할 건데, 얼마든지 다른 역할을 보여드릴 수 있겠더라. 지금은 조급함을 조금 내려놨다.

-어떤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멜로. 장르적인 영화보다 일상적인 멜로가 더 자신은 있었다. 최근 단막극에서 많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는 했다. 장난기 많고 털털하고 솔직하고 아기 같은 면도 있는 천방지축으로 나온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졸업했다. 학교 때문에 생기는 부담은 없나?

▶너무 후련하다. 긴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휴학도 많이 했는데 활동한다고 봐주시질 않는다. 그래서 활동하면서도 수업을 들었던 것이 제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아마 한예종 출신들이 잘 해 와서 하시는 말씀인 것 같은데, 제가 데뷔할 때는 한예종 배우라 해서 기대감이 남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데뷔하자마자 상을 너무 많이 받았는데 그것이 제게는 훨씬 더 큰 부담이었다.

-이젠 극복해나가고 있나?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언제 한 번 연기로 욕을 확 먹으면 그때는 부담을 내려놓게 되지 않을까. 연기는 너무 어렵다. 그 이상으로 소화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보니 부담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 많은 걸 하지 않았다. 어려운 역할을 많이 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실제의 이유영은 어떤가.

▶최근 단막극 촬영할 때 좀 저답게 했다. 편하고 즐거웠다. 저는 평소 세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고 카리스마도 없다. 제가 맡아왔던 캐릭터와 저는 정반대다. 그런데 무표정으로 있으면 느낌이 차가운가 보다. 지금은 밝은 모습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밝은 이유영을 기억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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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기억해'의 이유영 / 사진제공=오아시스 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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