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 포스터, 나탈리 포트만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30)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8.04.22 10:00 / 조회 : 1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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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의 조디 포스터 /AFPBBNews=뉴스1


다섯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조디 포스터(Jodie Foster)는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과 '피고인'(The Accused, 1988)에서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두 번 수상한 13인의 여배우들 중 하나다(두 번 수상한 남자배우는 모두 8인이다).


포스터는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에서의 연기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열두 살의 포스터는 그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어린 포스터의 역할이 워낙 험한 것이어서 심리치료사가 보조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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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택시 드라이버'의 배우로 제 30회 칸영화제에 참석했던 조디 포스터와 로버트 드 니로 /AFPBBNews=뉴스1


로버트 드니로는 포스터의 장래성을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포스터도 이 영화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도록 요구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연기라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 전문성을 요구받는 것임도 깨달았다.

아역으로 유명해진 배우들이 대개 아역배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식한 포스터는 예일대학교에 진학해서 잠시 배우로서는 공백기를 가진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포스터는 연기와 영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연기자라는 직업이 지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라는 생각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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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제 6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피고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디 포스터 /AFPBBNews=뉴스1


대학교 1학년 때 포스터는 레이건 대통령 암살시도범인 존 힝클리의 스토킹을 받았다. 힝클리는 범행 동기가 '택시 드라이버'에서 본 포스터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였다고 자백했다. 이 때문에 포스터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법정에도 불려다녔으며 학교에 보디가드와 함께 다녀야 했다. 포스터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고 한다.

학교 때도 간간이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포스터는 마지막으로 한 번 시도해 본다는 기분으로 '피고인'에 출연했는데 이 영화가 포스터를 성인 스타로 만든다. 성폭행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받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그 후 '양들의 침묵'에서 FBI 견습수사관 역할로 포스터는 대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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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포스터 / 사진=영화 '콘택트' 스틸컷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스터 영화는 '콘택트'(Contact, 1997)다.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숨은 보석 같은 영화다. 매튜 매커너히와 같이 나온다. 칼 세이건(Carl Sagan, 1934 – 1996)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조디 포스터가 베가에 가서 만난 외계인은 근사한 말을 해 준다.

"당신들 인간들은 흥미있는 종족이야. 재미있는 믹스지. 그렇도록 아름다운 꿈도 꿀 줄 알고, 끔찍한 악몽도 꾸지. 너희들은 너무 길을 잃었어. 너무 고립되고 너무 외로워 해.. 우리가 오랜 연구에서 결국 깨달은 것은, 참을 수 없는 이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서로의 존재(each other)라는 거야."

우리 인간들은 먹고사는 데 쫓기지 않게 되면 누구나 인생을 공허해 한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모르고 방황하는 사람도 많다. 술과 마약이 따른다. 돈 걱정 없는데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일로 공허함을 메꾸는 것이다. 여행도 그렇다. 결국 사람이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서로 가까이서 아끼고 사랑하고 함께하는 것만이 그 공허함을 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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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골든그로브 시상식에서 세실 B. 데밀 평생공로상을 받은 조디 포스터 /AFPBBNews=뉴스1


다니엘 데이-루이스처럼 조디 포스터도 사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 배우다. 어린 나이부터 배우를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의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생활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포스터는 동성연애자이며 동성 파트너와 결혼했지만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쉰 살이 되던 2013년 골든글로브 상 시상식에서 세실 B 데밀 평생공로상을 받으면서 커밍아웃을 했다.

포스터는 할리우드에서 집안 배경과 학벌이 좋은 대표적인 배우로 통한다.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프로비던스에 도착했던 한 필그림의 후손이다. 부친은 예일대학교를 나와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시카고의 부호였다. 어린 포스터는 영민한 아이여서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프랑스어를 쓰는 사립학교를 다녀 프랑스어에 능숙하고 프랑스 영화에도 출연했다.

포스터는 예일대학교에서는 문학을 전공했고 우등으로 졸업했다. 한마디로 엄친 딸이다. 1993년에 예일대학교 졸업식에 연사로 초청받았고 1997년에는 예일대학교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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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나탈리 포트만 /AFPBBNews=뉴스1


또 한 사람의 할리우드 엄친 딸은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이다. 네 살 때부터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고 열세 살에 뤽 베송의 '레옹'(Leon: The Professional, 1994)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고아 소녀 마틸다 역이다. 장 르노, 게리 올드먼과 함께 출연한다.

포트만은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는데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이다. 고등학교 때 '스타워즈 에피소드1'(The Phantom Menace, 1999)에 아미달라 공주로 출연했다. 졸업시험을 보느라 시사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해서 2003년에 심리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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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만 / 사진=영화 '클로저' 스틸컷


대학 시절에는 영화보다는 학업에 전념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Attack of the Clones, 2002)는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찍었다. 졸업 후에는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교에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했다. 학창 시절 두 편의 논문을 전문학술지에 발표했다. 어학에 취미가 깊어 불어,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를 한다.

포트만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작품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클로저'(Closer, 2004)다.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와 함께 나온다. 포트만은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나중에 아카데미상을 받고 가장 먼저 니콜스 감독에게 감사했다. 삭발 연기를 보인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도 대표작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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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만 / 사진=영화 '블랙스완' 스틸컷


나탈리 포트만은 2010년의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최고의 연기력을 보이면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아 정상의 배우 자리에 오른다. 한 발레리나가 예술적 완전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로 겪는 심리적 혼돈을 보여주는 명화다.

이후 포트만은 재클린 케네디의 일대기인 '재키'(Jackie, 2016)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가 되었다. 포트만은 2015년에 하버드대학교 졸업식(Class Day)에서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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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코넬리 / 사진=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컷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는 2002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심한 조현병을 앓는 존 내쉬의 참을성 있는 아내 알리샤 내쉬의 역할을 인상 깊게 해냈다. 같이 출연했던 폴 베타니와 결혼했고, 존 내쉬 역을 한 러셀 크로우와는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연출한 '노아'(Noah, 2014)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코넬리는 예일대학교에 다니다가 스탠포드대학교로 옮겨 졸업했다. 또 한 사람의 할리우드 엄친딸이다. 이지적인 여성 역할을 자주 맡는다. 역시 스탠포드 졸업생인 '에이리언' 시리즈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와 이미지가 비슷한 데가 있다. 코넬리는 2005년에 국제엠네스티 인권교육 대사로 임명되었고 2012년에는 아동구호 국제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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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제니퍼 코넬리 /AFPBBNews=뉴스1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이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큰 이점인지는 모르겠다. 핸디캡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지 않고도 연기와 연기에 필요한 독서, 학습을 통해 스크린 안팎에서 최고 수준의 이지적 면모를 보이는 배우들이 한둘이 아니다. 할리우드야말로 학연, 지연, 혈연 없이 누구나 재능과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현장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인맥이 90%라는 말이 정설이지만 인맥을 학연이 결정짓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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