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오늘을 살아야죠" 신하균의 새침한 매력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4.15 12:00 / 조회 : 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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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신하균 / 사진제공=NEW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의 제목은 정직하기 그지없다. 20년 경력의 바람의 달인과 이제 막 바람에 발을 들인 신생아, 그를 신세계로 인도한 바람의 여신이 만나 벌어지는 좌충우돌이 착착 붙는 수다와 함께 이어진다. 제 옷을 입은 배우들의 능청스런 코미디로 '불륜영화'의 함정을 요리조리 피해나간다.

부제로 '누구나 바람을 핀다' 정도가 적당할 이 성인 코미디에서 신하균은 바람의 세계에 새롭게 눈 뜬 남자 봉수로 분했다. 노골적인 추파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만큼 순진했던 그는 매력만점 여인에게 그만 반해 대범한 행각을 벌이다 예상 못한 위기를 맞이하고야 만다.

허술하기 짝이없는 쑥맥 남편 봉수의 늦바람을 꼭꼭 씹어뱉는 빠른 말투, 들썩거리는 몸놀림으로 그려낸 그. 스크린에선 속사포 대사를 쏟아붓던 신하균이지만 직접 만난 그는 어떤 순간에도 차분한 미소를 잊지 않는 느린 말투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신하균은 바람과 불륜에 대해 걱정하기 전에 일단 배우자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면서, "연기는 연기일 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난감한 질문들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새삼 실감한 그의 새침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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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신하균 / 사진제공=NEW


-이병헌 감독과 첫 작품이다. 작품은 어떻게 봤나.

▶촬영할 때는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생활연기처럼 갈 줄 알았는데 당연한 톤을 안 좋아하시는 거다. 예측할 수 없는 연기를 좋아하더라. 톤과 템포를 맞춰야 했다. 대사가 많았는데 이렇게 빠르게 갈 줄 몰랐지. 첫날부터 '아 다르구나' 했다.

완성된 걸 보니까 치밀한 계산 하에 주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는 굉장히 침착했다. 무섭다기보다 리액션이 별로 없었다. 오케이가 시원하지도 않고. 멘탈이 좀 강해졌다.(웃음)

-결국 바람피는 남편인데, 봉수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코미디 영화니까 조금은 귀여운 모습으로 잡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부담스럽지 않게. 그런 톤을 감독님이 주문하시기도 했다. 나름대로는 귀엽게 했다. 새침해 보였다고? 조금은 연구를 한 것이다. 말의 속도감에 신경을 썼고, 감독님이 그런 표현을 좋아하시더라. 우리 영화 경우는 애드리브도 없다. 보통 빈 공간을 채우는 느낌으로 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도 애드리브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 호흡을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소재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소재도 그렇고,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의 문제다. 영화라는 작업이 모든 소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미화시키지 않고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저희들의 숙제다.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풀어갔다.

-봉수 캐릭터와 실제로도 비슷한 면이 있나?

▶가장 몰입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여러 찌질한 캐릭터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찌질하다.(웃음)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를 먼저 보지는 않는다. 영화가 가는 방향에 대해서 먼저 본다. 공감이 가는 건 아무래도 다 갖춘 사람들보다는 부족한 사람들이다. 부족한 사람들에게 끌리는 편이다. 저 자체도 그렇고 우리가 평소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나 한다.

-공감은 되던가?

▶저는 사실 결혼을 한 사람도 아니고 전부 공감하지는 못했다. 이성민 선배야 결혼생활 오래 하셨은까. 극중 그런 대사가 있지 않나. '부부가 키스도 합니까?' 그런 대사, 사실 저는 공감을 못한다.

-실제로 본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는데. 일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특별히 생각은 안 해봤다. 영화니까, 라고 생각했다. 일단 배우자가 (생기는 게) 먼저 아니겠나. 저는 오늘에 충실한 사람이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해야지.(웃음)

-미혼 입장에서 '바람 바람 바람'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

▶결혼이 싫어질 수도 있다. 결국 저렇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그런 상태다. 안 가본 세계에 대해서는 제가 섣불리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지 않나. 어쨌든 오늘에 충실해야 후회가 없다.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결혼을 꿈꾸거나 하는 건 없다. 하게 되면 한다고 생각할 뿐 깊이 생각은 안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는데 결혼을 포기한 것까지는 아니다. 앞날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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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신하균 / 사진제공=NEW


-평소 신하균의 모습은 어떤가?

▶평소에 집에 있으면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TV도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장난감도 만들고 바쁘다. 강아지 고양이도 돌본다. 집에서 고양이 2마리 강아지 1마리를 키우고 길고양이도 돌보는 고양이 집사다.

-이병헌 감독은, 아주 카리스마 있는데 살짝 건드리면 하찮은 형이 된다고 하더라.

▶제가 카리스마있거나 무섭거나 그런 건 모르겠다. 만만한 형이 되는 건 맞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많이 웃는데 안 웃고 가만히 있으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나보다.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었다. 가장 부러웠던 게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서 자기 의견을 내고 그러는 것이었다. 난 낯가림도 심했고 그걸 잘 못했으니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지금 말 많지 않나.(웃음)

-이성민과 4편을 함께했는데 이번에야 친해졌다고.

▶이성민씨도 그렇고 저도 낯가림이 있다. 이제야 친해졌다. 드라마 '브레인' 때도 너무 정신이 없었고. 먼저 다가오면 금방 친해지긴 하지만, 생각과 실제가 잘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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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신하균 / 사진제공=NEW


-본인 이름이 들어간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나.

▶기사는 본다. 아마 다들 보지 않겠나. 영화 리뷰도 본다.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니까. 하지만 직접 댓글을 달지는 않는다. 그것도 능동적인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기사며 악플을 보며 거를 건 거르고 이정할 건 인정하고 하지만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과거도 잘 잊는다. 기억력은 점점 퇴화되지, 난 오늘만 산다.(웃음)

-그럼 신하균이 가장 능동적일 때는 언제인가.

▶아무래도 연기할 때가 아닐까.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을 많이 안 하고 보여주는 편이다. 연기는 카메라를 통해서 그걸로 소통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낫다. 저는 그에 맞추서 해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으면 이렇게도 해 보고 하는 거다.

-배우 외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특별히 없다. 처음으로 제가 생각한 꿈이 배우였고 지금 그걸 하고 있다. 이거 하나만 해도 잘 못한다. 부족한 점이 있고. 하나만 열심히 하자, 이런 생각이다. 처음엔 배우를 한다니 주위에서 놀라고 반대도 심했다. 저희 땐 배우란 외향적이고 잘 생긴 사람이 하는 거였다. 다행히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배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올해로 20년 동안 연기했다.

▶어쨌든 뭔가 새로운 작업,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같다.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정체되는 것을 조심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계속 도전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계속 자극을 받고. 놓치고 있구나 부족하고ㅜ나. 사실 이번에도 젊고 센스있고 감각적인 감독님과 오랜만에 작업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오는 배우로서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다.

'올해로 20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 20년이 됐구나' 생각을 하는 거지, 큰 의미는 없다. 그만둘 것도 아니고. 30년 40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계속해서 연기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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