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미스티' 김형종 "15시간 법정신 NG 無..박수 대신 엄지척"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변우현 역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8.04.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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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형종/사진=김휘선 기자


배우 김형종(45)이 지난달 24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연출 모완일, 제작 글앤그림)를 통해 분노유발자로 등극했다. 김형종은 극중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의 케빈 리 살인 혐의 수사를 담당하게 된 검사 변우현 역을 맡아 고혜란, 강태욱(지진희 분) 부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했다.

사실 김형종은 분노유발자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기 전부터 실감 나는 악역 연기로 대중의 분노를 샀다. 앞서 김형종은 지난 2000년 전국민적인 인기를 모았던 KBS 2TV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오빠로 분했다. 당시 김형종은 송혜교를 번번이 괴롭히는 악랄한 인물을 연기했다. 김형종이 역할을 십분 살려낸 탓에 살해 협박을 받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베트남 다낭으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김형종은 현지에서도 드라마의 인기를 한껏 느끼고 돌아왔다.


"드라마로는 첫 포상휴가였어요. 제가 예전에 드라마를 해서 잘 됐을 때는 포상휴가라는 제도가 없었을 때였어요. 깜짝 놀랐던 게 베트남에서 현지인들이 이미 '미스티'를 보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오니까 핸드폰을 꺼내서 베트남어로 돼 있는 '미스티' 포스터를 보여주더라고요. 자기도 본다고 했어요.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미스티'는 마지막 회에서 8.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시청률과 함께 뜨거운 화제성까지 얻으며 사랑받았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이를 실감한 김형종은 진기주를 향한 악성 댓글에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저희들 대부분이 촬영 쉬는 시간마다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서 우리끼리 웃으면서 얘기도 많이 했어요. 댓글 다 봐요. 그걸 보고 좌절하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초반에 우리 여자 막내인 (진)기주가 너무 품격 없는 댓글 때문에 잠깐 힘들어했어요. 배우들이 다독이면서 '그러지마라. 그것도 관심이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다 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품격 있는 댓글을 남기라고 글을 남겼어요. 네티즌분들도 막 글을 쓰다가도 '혹시 변 검사님이 이 글도 볼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소통을 많이 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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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형종/사진=김휘선 기자


김형종의 연기에는 호평이 쏟아졌으나 얄미울 정도로 캐릭터를 잘 살려 이에 대한 악성 댓글도 많았다. 김형종은 과거 '가을동화' 출연 시절을 떠올리며 의연한 반응을 보여줬다.

"옛날에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나쁜 오빠 했을 때는 어디의 큰 형님들이 문자를 보내고 그랬어요. '너 여기 지역에 오지 마라. 네가 감히 우리 혜교를 때려? 여기 오면 진짜 죽는다'라고 협박 문자를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변우현 때 글들은 귀엽죠. 그리고 그때 '가을동화' 때 송혜교 오빠는 동네 양아치, 건달이다 보니까 막 다뤘는데 이번에는 검사라 욕은 하되 막말은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김형종은 '미스티'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었다. 김형종은 극중 변우현 검사가 고혜란을 심문하는 장면에서 김남주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시선을 붙들었다.

"모든 남자 캐릭터들이 고혜란이랑 같이 마주하면 고혜란을 뛰어넘지를 못해요. 그런데 변우현만큼은 심문할 때 고혜란을 압도해요. 시작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어요. (김)남주 누나랑 취조실에서 만나서 리허설을 하는데 마주하는 순간 눈빛이 세더라고요. 제가 웬만한 배우 앞에서 연기를 하면서 기죽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김남주 누나를 마주하니까 '이래서 고혜란이구나' 싶었어요. 준비한 대로 리허설 끝내고 남주 누나에게 '누나. 세다' 그랬어요. 그랬더니 누나가 '너도 얄미워'라고 하더라고요."

김형종이 꼽은 명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변우현이 강율로펌에 배신당하고 아내 이연정(이아현 분)을 만난 장면이었다. 변우현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 신이었다.

"많은 분들께서 변 검사의 명장면이라고 하면 고혜란을 심문하고 막말하는 장면이나 고혜란과 치열한 법정 다툼신을 얘기하는데 저 스스로는 그런 장면이 아니라 변우현이라고 하는 캐릭터가 무너졌을 때였어요. 강율로펌에 배신당하고 돌아와서 연정이를 검찰 앞에서 만났을 때예요. 기댈 건 아내밖에 없으니까 마음이 짠했을 텐데 그런 와이프의 눈을 보면서 딱 한 마디를 해요. '왜 왔어'라는 그 대사가 너무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 장면이 정말 잊혀지지 않아요. 변우현 검사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명장면이 많았던 '미스티'에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쪽대본'이 없었다. 김형종은 '쪽대본'이 없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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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형종/사진=김휘선 기자


"쪽대본은 전혀 없었어요. 쪽대본 없던 드라마는 처음이라 너무 좋았어요. '미스티'에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모인 것도 있지만 대본이 일찍 나와서 캐릭터 분석도 더 많이 할 수 있었고 대본 외우는 것도 부담감이 없어서 완성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쪽대본일 때 못 외우면 '쪽대본이니까 이해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본이 미리 나왔는데 못 외우면 자존심 상하니까 더 열심히 했어요. 장문의 대사는 화장실 정면에 빼곡히 붙여놓고 외웠어요."

김형종은 이 같은 노력 끝에 15시간의 법정신 촬영에 NG 한 번 내지 않았다. 김형종은 놀라운 기록에도 박수 쳐주지 않은 스태프들에게 장난스럽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법정신에서 제가 15시간을 쉬지 않고 했었어요. 방청석에 앉아있는 보조출연자분들의 리액션을 찍을 때는 제 쪽을 찍지 않아 연출부에서 대사를 쳐줄 수 있는데 제가 직접 다했어요. 연기자가 할 때와 반응이 다르니까요. NG 한 번 안 냈는데 캐릭터가 검사고 고혜란을 괴롭히니까 잘해도 박수를 안 쳐주더라고요. 다음 날 (지)진희 형이 저랑 바톤터치해서 대사를 하는데 진희 형이 1시간을 했는데 기립 박수가 나왔어요. 종방연 때 연출부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모니터 쪽에서는 다들 엄지 척을 했다. 형 캐릭터상 박수치기는 뭐했나보다'라고 하더라고요."

'미스티'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일명 '인생 드라마'로 남았듯 김형종에게 '미스티' 변우현은 인생 캐릭터로 남았다. 캐릭터를 떠나보내기 힘들었다는 김형종에게서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미스티' 변우현 캐릭터를 너무너무 사랑했어요. 모든 작품 캐릭터를 똑같이 사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음식을 먹을 때도 맛있으면 더 먹잖아요. 변우현을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요. 실은 다낭을 다녀온 뒤에 변우현을 너무 못 떠나보내겠더라고요. 다낭 다녀와서 집에 들러서 짐 풀고 바로 부산에 다녀왔어요. 이제 좀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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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왼쪽)와 '강철비' 속 김형종/사진제공=JTBC, '강철비' 스틸사진


이번 작품에서 날카로운 검사의 모습을 완벽히 구현했던 김형종은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강철비'에서 푸근한 인상의 청와대 안보 행정관으로 등장했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자부심이 생길 만했다.

"저는 작품마다 캐릭터가 똑같은 적이 없어요. 이 작품에 나왔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요. '강철비'에서는 곽도원의 청와대 부하로 나왔어요. 저는 청와대 외교안보행정관이고 곽도원은 외교안보수석이라 상사로 나왔죠. 양우석 감독님이 좀 살을 많이 찌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때 8kg을 찌우고 나서 '강철비'에 나왔어요. 그리고나서 이번에 '미스티' 때는 밥을 안 먹다시피 하면서 뺐어요. '미스티' 촬영하면서 5개월 찍은 동안 술을 한 잔도 안 했어요. 끝나고 밀린 술을 먹어서 살이 쪘죠."

김형종은 이제 다시 한번 대중을 놀라게 할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형종이 '미스티'에 이어 또 어떤 캐릭터로 돌아올지 자못 기대된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고혜란, 강태욱을 제가 너무 괴롭혀서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 때문에 '열폭'하셨던 분들, TV를 부수고 싶다는 분들에게 언제 한번 만나면 우황청심환을 사드릴게요. 시청자분들께서 너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는 여러분들이 깜짝 놀라서 '어? 변우현이라는 말이야? 그때 그 사람이 이렇게 변했어?'라는 말이 나오게끔 변신할 생각이에요. 동네 바보 형이나 게이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역할이 영화, 드라마에 있다면 연락을 주세요. 신이 많든 적든 관계없습니다. 저는 너무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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