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이태성 "군 복무 시절, 절친 박서준·윤현민 부러웠죠"

[★밥한끼합시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8.04.07 09:30 / 조회 : 5695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image
배우 이태성(33)은 학창시절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김광현(31)이 그의 안산공고 야구부 2년 후배, 유희관(32)이 이수중 야구부 1년 후배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야구를 접어야 했고, 이로 인해 그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게 됐다.


19살 이태성은 배우로 데뷔했다. 타고난 끼와 외모로 데뷔 직후 영화 '사랑니' 주연 자리를 꿰차며 주목을 받았다. 단숨에 '한류 스타'로 급부상한 그는 아키히토 일왕을 만난 유일한 한국 연예인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어느덧 30대다. '밥한끼합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태성은 "늘 희로애락이 있는 것 같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하잖아요."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이태성은 운동선수 시절 습득한 특유의 정신력으로 버텨왔다고 털어놨다. 최근작인 KBS 2TV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그런 굴곡의 과정 속에 마주한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극 중 서태수(천호진 분) 집안의 장남이자, 결혼 출산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요즘 청년들을 일컫는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서지태로 분한 그는 장장 9개월여의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황금빛 내 인생' 종영 소감부터 물어볼게요.

▶다들 '53부 대본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로, 다들 아쉬움이 많이 남았나 봐요. 이제 저희 드라마를 하던 시간에 새 드라마가 나오니까 허무한 기분도 들고 그래요. '또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는 생각도 들고요.

-9개월간 주말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오히려 전 미니 시리즈가 더 힘들어요. 밤새는 일이 많고 '쪽대본'을 받으니까요. 주말 드라마는 대부분 약속된 날 진행되는 게 많아요. 장기간 촬영하니까 체력 안배가 잘 돼야 하거든요. 오히려 하나의 캐릭터로 9개월간 살아간다는 정신적 피로가 더 큰 것 같아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서지태를 연기하면서 정신적인 피로감이 많이 들었나요?

▶네. 제 가치관과는 너무 다른 인물이었어요.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라, 저도 거기에 젖어드는 느낌을 많이 들었어요. 데미지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댓글을 본 적 있는데, 제가 나오면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싸우거나 슬프고 힘 빠지는 장면들만 있어서요. 지태가 마지막에 과장으로 승진했거든요. 감독님이 '마지막이니까 꽃다발 받고 환하게 웃자'고 하는데, 그게 이번 연기하면서 처음 웃는 거였어요. 그동안 단 한 번도 치아를 보이면서 웃었던 장면이 없더라고요.

-실제 태성 씨는 지태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고요?

▶일단 지태는 굉장히 피해의식이 컸어요. 장남이라서 겪는 현실을 많이 원망하는 캐릭터였죠. 전 그런 힘든 일이 오면 극복해나가려는 편이에요. 힘든 건 훌훌 털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태는 긍정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없었어요. 모든 대사가 비관적이었죠.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N포 세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어요. 그분들도 (지태처럼) 정말 힘이 없더라고요. 다만, 저흰 드라마다 보니까 간접 경험을 통해 용기도 줘야 하는데 너무 단면적인 것만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있었어요. 'N포 세대'들도 노력하면 충분히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태성 씨도 'N포 세대'처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적 있어요?

▶예전에 있었죠. 20대 때 데뷔하고 주연으로 계속 활동했었는데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하고 나서 소속사와 계약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기를 당했죠. 출연 정지 가처분을 받아서 1~2년 정도 방송 출연을 못 했어요. 집도 뺏기고요. 그땐 어린 나이라 집도 없어서 찜질방에서 살았어요. 1만 원씩 내고 3~4개월 살았죠. 회사에서 같이 나온 매니저랑 매일 커피숍에 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힘든 시간이었겠네요.

▶그 이후로 정말 자린고비처럼 일을 했었어요. 렌트카를 빌려서 다니고요.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서, 헤어나 메이크업도 제가 했었어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황금빛 내 인생'을 고르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안 해본 캐릭터예요. 새로운 캐릭터를 실험하면서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거든요. 여태까지 '사'자 들어간 직업을 많이 했거든요.

-'N포 세대'는 포기하는 것에 따라 3포, 5포, 7포라고 불려요. 태성 씨는 '몇 포 세대'인 것 같아요?

▶저는 포기하는 게 없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서 그런지 포기 안 하는 걸 배웠던 것 같아요. 안 되면 되게 하는 법을 배웠죠. 그게 지금도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드라마에서 뱃속 아이를 없앨지 문제를 놓고 아내 이수아(박주희 역)와 갈등을 벌이는 장면이 있어요. 낙태는 어쩌면 예민한 소재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이것 역시 N포 세대나 비혼주의 혹은 그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커플들이 고민할 수 있는 어떤 '퀘스천 마크' 같은 거라 생각해요. 현실에선 합법화돼 있는 부분은 아닌데, 찬반이 되게 갈리고 있는 문제죠. 드라마 속에선 지태 캐릭터의 정말 가슴 아픈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지태처럼 반대했을 것 같아요.

-방송 당시 논란이 됐던 서태수의 '상상암' 얘기도 안 할 수 없네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촬영하면서 그 병명이나 단어 자체에 대해선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충분히 '상상임신'처럼 '상상암'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죠. 캐릭터로서 저는 다행이라고 봤어요. 아버지의 시선에선 자식들이 서운하게 하는 모습이 많이 비췄기 때문에 '우리가 아버지를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이번에 서태수를 연기했던 천호진 씨가 'KBS 연기대상'을 받으셨을 때도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저는 '예전에 상을 많이 받으셨겠구나' 생각했는데 상복이 없었던 배우더라고요. 대상도 처음이시고요. '아, 저 길이 배우의 길인가'는 생각도 들었어요. 천호진이라는 배우가 서태수라는 인물을 만나기까지 30년이 걸린 거 같은데, 그런 걸 보면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10대, 20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상을 받고 그런 배우들도 있잖아요. '그분들의 50대는 어떨까', '그럼 나는 어떤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배우의 길이 정말 길구나', '전성기가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꾸준히 맡은 역할, 참여하게 된 작품,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큰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보다 대기만성형이 좋은 건가요?

▶어떤 길이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한순간에 이슈를 몰고, 주목을 많이 받고, 돈도 많이 벌고, 주인공으로 이런저런 걸 하는 것도 좋을 수 있는데, 그렇게 소모되는 건 너무 '불꽃놀이' 같아요. 전 불꽃보다는 양초가 되고 싶어요. 목적은 불을 비추는 건데, 천천히 오래 비추고 싶어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과거 야구선수로 활동했는데, 고등학교 때 부상 때문에 그만두게 됐다고요.

▶네. 많이 다쳤어요. 오른쪽 골반을 정말 많이 다쳤죠. 한 번 부상을 당하면 다른 쪽으로 부상이 돌아요. 골반을 못 쓰니까 팔꿈치를 더 써서 팔꿈치가 아프고, 팔꿈치를 못 쓰니까 어깨가 아프고, 골반으로 시작해서 어깨까지 아프게 됐어요. 투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어깨까지 크게 다쳐서 야구를 계속 하려면 어깨를 열어 수술을 해야 했죠. 결국 수술을 하지 않고 야구를 포기했어요.

-야구를 접으면서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네요.

▶야구선수를 했다면 지금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잖아요.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너흰 이제 은퇴해야 하지'라는 말을 해요. 요즘은 30대 중반에도 은퇴하고 코치 준비를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 보면 내가 잘한 건가 싶었는데, 동창들이 정말 부러웠던 순간은 베이징에서 야구 금메달을 땄을 때에요. 제가 계속 야구를 열심히 했다면 저 올림픽 무대에 뛰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했죠.

-당시 선수단에 누구누구 있었어요?

▶황재균, 유희관…(김)광현이도 있었어요. 다 학교 후배들이에요. (황)재균이랑 (유)희관이는 중학교 후배고, 광현이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후배예요.

-군대에 있을 때는 배우 박서준 씨와 윤현민 씨가 부러웠다면서요?

▶(박)서준이랑 (윤)현민이랑 드라마 '마녀의 연애'를 같이 하는 걸 봤는데 정말 부럽더라고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서 제일 친한 친구 두 사람이 같이 하니까요. 저는 친한 사람과 작품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다들 작품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이 많아요. 저는 군대에 있어서 연기를 못하고 있으니까 더 부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여자친구는 있어요?

▶없어요. 있으면 좋겠는데…생기면 의도적으로 숨길 것 같진 않아요. 저는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어' 주위거든요. 숨고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아요.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라서요.

-결혼은요?

▶기회가 되면 해야죠. 아직 젊은데요.

-원하는 배우자상이 있다면?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요. 현명하고 지혜로운 느낌? 외모도 예쁘면 좋겠죠. 하하.

-힘들 때 힘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요?

▶김승우 선배죠. 저의 고민을 본인의 고민만큼 많이 생각해주세요. 선택은 제가 하는 거지만, 열린 사고로 생각할 수 있게끔 많이 도와주세요. 매니저 출신 사장님보다 배우의 마음을 좀 더 잘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든든한 멘토시죠.

image
/사진=임성균 기자


-올해 또 계획은 있어요?

▶다른 계획은 없지만, 올해는 꼭 영화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요?

▶일제강점기 같은 시대극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영화 '사도'에서 유아인 씨 보면서 제가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해바라기' 속 김래원 씨 역할도요. 로맨틱 코미디에 나오는 샤방샤방한 캐릭터도 좋은데, 지금은 내면의 깊이가 있는 역할에 좀 더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온 지금, 입대 전과 어떤 부분이 많이 다른가요?

▶아무래도 군대 가기 전에는 제약이 많았어요. 제가 뭔가 노력을 하더라도 혹은 어떤 계약을 하더라도, 군대 때문에 늘 브레이크가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진취적으로 뭔가 시도할 수 없었죠. 이제는 제가 계획하는 것을 멀게는 10년 뒤까지 준비하고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곧바로 '미스 함무라비' 촬영도 들어가야 하고,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죠.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