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곤지암' 박지현 "빙의연기 겁 안났다..비결은요"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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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 박지현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이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귀기 어린 정신병원에 공포체험을 떠난 7인으로 맹활약한 분한 젊은 배우들도 함께 화제다. 배우 박지현(24)도 그 가운데 한 명. 관처럼 생긴 나무상자에 손을 넣었다가 상처를 입으며 휘몰아치는 공포의 서막을 알리는 지현 역을 맡았다. 섬뜩한 빙의 연기로 관객을 자지러지게 했던 그녀다.

영화에선 캡 모자에 두툼한 밀리터리 점퍼 차림으로 거침없는 행동파의 면모를 뽐냈지만 실제 분위기는 딴판.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의 박지현은 맑은 피부에 큰 눈을 지닌, 도회적이면서도 여성미 가득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공포영화를 찍는 게 무섭지는 않았냐 물었더니 "겁이 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평소에도 공포영화나 스릴러를 즐겨 봐요. 현장도 겁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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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의 박지현 / 사진='곤지암' 스틸컷


극중 지현은 공포체험보다는 영상제작에 관심이 있는 인물로 설정했다. 의상이야 평소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페이크다큐 영화에서 이름마저 같은 캐릭터를 실제처럼 연기하다보니 박지현의 평소 모습도 듬뚝 담겼다. "영화를 본 친구가 '난 니가 연기를 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너 같은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라는 게 박지현의 설명. 그는 "평소엔 털털하고 장난기도 많은 편"이라고 했다.

관객들을 소스라치게 한 빙의 장면의 키포인트는 특수제작 렌즈. 박지현은 "보통 렌즈보다 사이즈가 훨씬 크다. 끼기가 어려운 렌즈라고 하더라"라며 "저는 렌즈가 잘 들어가서 끼고 촬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정색, 흰색 특수렌즈를 둘 다 준비했는데 영화에는 검정색이 쓰였다. 박지현은 "겨울에 촬영을 했는데 그 렌즈를 끼고 눈을 오래 뜨고 있으면 겉이 마르고 뻑뻑해진다"며 "눈을 오래 뜨고 있어야 해 집중하는 데 힘들었다"고 귀띔했다. 시나리오엔 '빙의된다'는 한 줄 설명뿐인 장면이라 줄줄 읊는 방언 같은 대사는 직접 만들었다.


박지현이 촬영하며 가장 무서웠던 대목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집단치료실의 나무 상자에 손을 집어넣는 장면. 관처럼 생긴 나무 문안에 스태프가 들어가 손을 잡아당기며 촬영이 진행됐다. 박지현은 "안에 계셨던 스태프도 무서웠다. 알면서도 손을 넣기가 무섭더라"며 "원 테이크로 찍다보니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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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지현 / 사진=홍봉진 기자


1994년생인 박지현은 지난해 영화 '반드시 잡는다',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사임당, 빛의 일기'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예. 신인들이 대거 몰린 '곤지암' 오디션을 3차까지 통과하며 처음 주연작을 선보이게 됐다. 이 당찬 신인배우는 '자기소개를 한 뒤 처음 하는 것처럼 반말로 다시 해보라'는 독특한 주문이 도리어 즐거웠단다. "평소 연기를 공부하거나 준비할 때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을 녹음하고 따라하는 걸 많이 해봤다"는 박지현은 "그럴 때 연기 같지 않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반말로 다시 해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고 했다.

상황극은 오디션 통과 이후에도 계속됐다. 합격통지를 받고 배우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범식 감독은 '영화를 다 찍고 난 뒤라고 생각하고 소감을 밝혀보라'고 주문했다고. 박지현은 "당시 수상소감을 말하듯이 '잘 돼서 행복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됐다"고 기뻐했다.

벌써 손익분기점을 2배 이상 넘긴 '곤지암'은 2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가며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을 알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잘 되겠다는 기대가 있었다는 박지현이지만 지금처럼 돌풍을 일으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배우들 단체 카톡방에 동료 배우 박성훈이 밤 12시1분마다 올려주는 일일 스코어를 매일 확인하며 신기해한다는 후문이다.

"후반작업 과정에서도 '무섭게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거든요. 마니아들이 재밌어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넘어 흥행하고 10대 20대 사이에서 후기가 유행처럼 번지더라고요.… 첫 주연작인데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잘 되는 걸 보며 영화의 세계란 아무도 모르는 것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어요. 신기해요. 꿈인 것 같기도 하고요."

박지현의 꿈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를 하는 것"이다. 연기가 일로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 같기도 하다는 그녀는 "사람들과 모여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데 그것이 제 직업이 되고 일이 된다는 거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고 하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만 평생 살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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