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마지막 시청자수가 503명인 이유는?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4.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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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식 감독의 '곤지암'이 한국공포영화 부활을 알렸습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곤지암'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4일까지 165만명을 동원했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이번 주말 200만명을 돌파합니다. 지난해 공포, 스릴러 장르로 바람몰이를 일으킨 '겟아웃'(213만 8425명)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역대 공포 외화 최고 흥행작인 '컨저링'(226만 2758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곤지암'은 CNN이 선정한 7대 무서운 장소라는 곤지암 정신병원에 공포체험을 하러 간 7명이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기담' 정범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도시전설처럼 떠도는 곤지암 정신병원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10~20대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곤지암'은 페이크 다큐를 표방합니다. 실제 있었던 일처럼 만든 것이죠. 사실 곤지암 정신병원과 CNN이 선정한 7대 무서운 장소라는 것 빼고는 모두 설정입니다. 그러니 영화 초반 등장하는 곤지암 정신병원을 둘러싼 설명은 모두 가짜란 뜻입니다.

영화 '곤지암'에선 5.16 즈음에 곤지암 정신병원이 개설됐고 10.26 때 문을 닫게 됐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닮은 정신병원 원장이 사진으로 등장하고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이 실종됐다는 풍문도 소개됩니다. 그럴듯하죠. 그럴듯한 거짓입니다. 병원 자체가 1996년에 폐업했으니깐요.


정범식 감독은 현대사를 영화 속에 녹여내는 걸 좋아합니다. '기담' 때도 진구 일본 이름이 한자로 등장하는 데 그걸 일본식으로 읽으면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였습니다. 한자는 달라도 발음이 같도록 했습니다. 벽에 걸려있는 일력이 한장씩 넘어가면 10월26일에서 멈춰지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 속에 이스터에그를 숨겨놓는 것 좋아한답니다.

정범식 감독은 "문제를 제기한다기보다 어떤 시대가 있었고, 그 시대를 지배하는 기운이 있었다. 그 기운을 영화적인 상상으로 옮기면 공포영화로 읽기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곤지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열리지는 방 402호도 원래는 416호(세월호 사건을 상징하는 4.16에서 착안)로 하려다 너무 노골적일 것 같아서 다시 정했다고 합니다.

자 이제 문제입니다. '곤지암'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공포체험에 나선 건 유튜브 조회수를 높여서 한몫을 잡아보려고 한 것이죠. 한참 올라가던 조회수는 마지막 503명으로 끝납니다.

눈치채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왜 503명일까요? 503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익숙해진 숫자입니다.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입니다. 이 숫자로 '곤지암'의 막을 내린다는 게 의미심장합니다.

정범식 감독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탄핵 정국 당시 많은 사람들이 1,2,3,4,5,6,7,8,9,10,11,12,13 등 각각의 숫자에 의미와 상징을 붙이는 걸 보고 무척 인상이 깊었답니다. 그리하여 어떤 집단이 주술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숫자들에 대해 고민했다고 하더군요.

'곤지암'에서 503이란 숫자는 그런 고민에서 탄생했습니다. 속뜻을 살피면 영화의 처음과 끝이 맞아떨어집니다. 바로 '516'이란 숫자에서 공포를 상징하는 '13'을 빼서 탄생한 게 '503'이였답니다. 시대 상황과 공포영화를 녹여낸 숫자란 뜻입니다. 그 숫자가 503이란 건 우연의 일치지만, 창작자의 예민한 감성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관객의 몫이겠죠.

'곤지암'에는 이외에도 이스터에그가 많습니다. 찾아보고 의미를 생각하고 맞추는 재미가 쏠쏠찮습니다.

'곤지암'은 체험공포를 표방해 1020세대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세대에 적합했단 뜻이죠. 그럼에도 공포를 밀고 가는 방식은 고전적입니다. 공포를 느끼든, 느끼지 않든, 긴장하게 만듭니다. 정범식 감독의 연출력 때문입니다.

한국 역대 공포영화 최고 흥행작은 '장화홍련'(314만명)입니다. '곤지암'이 '컨저링'을 넘고 '장화홍련'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처럼 반가운 한국공포영화가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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