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이성민 "'내아내' 넘고싶어..다른 매력으로 승부"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성민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4.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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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성민 / 사진제공=NEW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병헌 감독은 이성민(50)을 강동원에 비유했다. 20년간 바람을 핀 카사노바 캐릭터에 "이미지 캐스팅했다"고도 했다. 이성민은 "감독님이 말을 막 하신다", "'미쳤냐'고 했다"고 펄쩍 뛰었지만, 바람둥이가 된 그는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능글맞지만 밉지 않은 모습으로 영화 내내 훨훨 난다. 하긴, 이성민이 다른 작품에선 안 그랬나.

그는 '바람 바람 바람'에서 20년 간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면서도 한 번도 안 걸렸다고 자부하는, 이른바 바람의 달인 석근 역을 맡았다. 자신감 넘치는 제주도의 택시기사다. 매제를 붙들고 나름의 '바람' 철학을 늘어놓을 만큼 뻔뻔한 이 중년은 딱 그만큼 허술한 아저씨이기도 하다. '바람 바람 바람'은 부제로 '누구나 바람을 피운다'를 덧붙일 만한 성인용 코미디. 여차하면 불륜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작품이 철없는 성인들의 코미디로 받아들여지는 덴 주인공 이성민의 공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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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성민 / 사진제공=NEW


바람둥이 석근 역이 의외의 제안이었다는 이성민은 "내가 나를 아는데, 완전히 다른 지점의 캐릭터가 올 때는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보기도 하는구나, 신기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캐릭터로는 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여성들을 휘감는 캐릭터라 긴 구레나룻에 꽃무늬 티셔츠를 차려입은 화려한 비주얼을 떠올리며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감독이 요구한 건 훨씬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모습이었다. 대사와 몸짓도 그에 맞춰 섬세하게 조율해야 했다. 독특한 말맛을 살리는 이병헌 감독과 뒤로 갈수록 척척 호흡을 맞춰갔다.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 아저씨가 그렇게 탄생했다. 라이벌은 강렬한 카사노바 캐릭터로 등장했던 '내 아내의 모든 것' 속 류승룡. 이성민은 "그걸 넘고 싶었는데 거기보다는 덜 섹시하다"며 "못 넘었다기보다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웃음지었다.


그가 이엘과 함께 마이크를 붙들고 뮤지컬 '레베카'의 메인 넘버를 열창하는 노래방신은 석근의 매력(!)이 폭발하는 영화이 포인트 중 하나. "제 목소리는 아니다"며 수줍어하던 이성민은 "연기니까 한 거다. 제일 무서워하는 게 노래부르기다. 저희 가족은 제가 만날 부르는 '그 겨울의 찻집'을 끔찍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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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성민 / 사진제공=NEW


제주 바람둥이 석근은 전작 '보안관'의 오지랖 넓은 부산 아재와는 또 다른 캐릭터다. "'보안관'이 촌스럽고 투박했다면 '바람 바람 바람'은 서울 경기권 유머"라는 게 이성민의 짧고 굵은 비교 포인트다. 다만 '보안관'의 경우 관객이 어디에서 웃을지 신경쓰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했다면 '바람 바람 바람'은 처음부터 코미디 영화라는 생각에 '웃겨야 한다'는 계산이 들어갔다. 다만 '바람'을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가 한국 관객들의 정서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였다.

"사실 조심스러웠죠. 촬영할 무렵에도 여성 폄하 등 사회적 문제가 영화에 나오는 걸 관객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니까 신경을 썼어요. 볼 때도 정말 조심스러웠거든요. 걱정한 것보다는 귀엽게 나왔어요. 영화가 귀엽죠. 다행인 것 같아요. 남자 둘이가 워낙에 멍청하게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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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성민 / 사진제공=NEW


멍청한 한 남자가 이성민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극중 매제로 등장하는 신하균이다. 한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두 사람은 벌써 4번째 작품을 같이 한 사이. 하지만 진짜 친해졌다 할 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저는 어색하면 말을 안하는 스타일인데, 신하균은 말을 시켜줘야 하는 스타일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게 이성민의 설명이다. 제주도에 틀어박혀 촬영을 하다보니 이제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고. 이성민은 "내성적이고 외로움 많은 친구인 줄 알았는데 저보다 사회성이 5배는 좋다"고 혀를 내둘렀다.

극중 동생으로 등장하는 송지효, 평안했던 가족에 '바람'의 기운을 몰고 온 미스터리한 여인 이엘 또한 이번 작품으로 가까워진 사이다. 특히 '현실남매' 기운을 팍팍 풍기는 송지효는 이성민을 "대장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이성민은 "우리 팀이 가족이라면 제가 큰오빠, 신하균이 그 아래 손 많이 가는, 새침한 우등생, 감독님이 약간 시니컬한 연년생 오빠, 이엘은 예쁘게 다니는 막내"라며 "송지효는 집에서 밥하고 오빠도 다 챙기는 가장"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저는 걔가 고모, 이모 같아요. 집안을 책임졌던 고모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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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이성민 / 사진제공=NEW


'바람 바람 바람'이 지나도 '공작' '마약왕' '목격자' 등 이미 촬영을 마친 이성민의 새 영화들은 올해 내내 관객과 만난다. 작품이 늘어나고 비중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해야 할 역할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는 이성민. 그래서 점점 더 오지랖이 넓어진다는 그는 "무엇보다 영화가 잘 돼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다"며 "'보안관 때는 정말 인지도가 없어서 배정남이 우리를 살렸다. 이번엔 송지효와 이엘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어 고맙다"며 작품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희 불륜영화 아니에요. 희화화할 목적이 없습니다. 귀여운 코미디 영화니까 부담 갖지 말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세먼지도 많고 황사도 있고 하니 배경도 제주도인 우리 영화를 극장에서 보시면 기분 좋아지고 유쾌하게 웃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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