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보라스, 하퍼에게 4억 달러 안길까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입력 : 2018.04.03 17:57 / 조회 : 3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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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왼쪽) /AFPBBNews=뉴스1


대부분 팀에게는 ‘악마’로 불리며 기피의 대상이지만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만큼은 위상이 전혀 다르다. 비록 돈은 에누리 없이 가져갈 망정 성적은 확실히 담보하는 거래처 정도랄까?


전 세계 스포츠 에이전트 가운데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는 스캇 보라스에게 내셔널스 구단은 최고의 고객(?)이다. 내셔널스는 2015년 FA가 된 맥스 슈어저에게 7년 2억1천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또한 현재는 계약이 만료됐지만 제이슨 워스의 통장에는 지난 7년간 1억2천600만 달러라는 거금이 꼬박꼬박 찍혔다. 라이스 대학을 나온 앤서니 렌돈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으로 지명되자마자 4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의 사이닝 보너스는 600만 달러나 됐다. 슈어저와 함께 내셔널스의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있는 스테픈 스트라스버그는 2017년 시즌을 마친 후 7년 1억7천500만 달러의 계약 연장을 체결했다.

스트라스버그에 이어 2010년 전체 1번으로 호명된 브라이스 하퍼의 에이전트 역시 보라스다. 하퍼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다. 메이저리그 연봉 기록 제조기인 보라스가 온갖 정성을 다해 공을 들이고 있는 선수가 바로 하퍼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연봉 총액 1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싱커볼의 대가 케빈 브라운이 그 수혜자였다. 2000년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2억 달러의 계약을 안겼다. 하지만 3억 달러 시대를 연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에이전트는 조엘 울프였다. 지난 2015년 스탠튼의 계약이 발표되자 자존심이 상한 보라스는 이를 악물고 다음 프로젝트에 바로 돌입했다. 연봉 총액 4억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보라스의 눈은 하퍼에게 고정됐다.

오는 10월이 돼야 만으로 26세가 되는 하퍼는 지금까지 꽃길만 걸어왔다. 2012년 신인왕을 받으며 이름값을 하더니 2015년에는 홈런왕을 차지하며 내셔널리그 MVP까지 거머쥐었다. 올스타는 손가락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던 2014년만 빼놓고 5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에는 저조한 타율(0.243)을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무릎 부상을 당해 111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치고도 0.319, 29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천재 타자의 위용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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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보라스. /AFPBBNews=뉴스1


2018년 시즌은 그에게 마지막 오디션이다. 이제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보라스의 입가에 충분히 미소를 짓게 만들만한 산뜻한 출발을 했다. 12타수 5안타로 타율이 0.417나 된다. 그 중 홈런을 3방이나 때려 7타점을 쓸어 담았다. 3일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볼넷을 4개나 골라냈다. 개인 통산 5번째 4볼넷 경기였다. 이는 조이 보토, 알렉스 로드리게스, 켄 그리피 주니어, 윌리 메이스 등 전현직 강타자들을 1경기 차로 뛰어 넘는 것이었다.

볼넷과 관련해서는 2016년 5월 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엄청난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무려 6차례나 볼넷을 골라내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 볼넷 타이 기록을 세웠다. 또한 몸에 맞는 공도 한 차례 나와 타수 없이 7번이나 출루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하퍼의 차지가 됐다.

이번 시즌 하퍼의 출발이 더욱 산뜻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직 삼진을 단 한 개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석에서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볼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 방증이다.

하퍼의 눈부신 활약과 투수진의 호투에 힘입은 내셔널스는 개막 후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하퍼는 정말 최고의 선수다. 매일 그가 플레이하는 것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지금 같은 활약을 계속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퍼의 꿈은 원대하다. 자신의 FA 계약도 중요하지만 소속팀 내셔널스의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반드시 견인하겠다는 각오다. 내셔널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최근 4년 동안 세 차례나 디비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 번 모두 디비전 시리즈에서 2승3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내셔널스의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후 FA 자격을 얻는 것이 하퍼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보라스의 바람대로 현재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4억 달러 프로젝트’가 과연 어떻게 결말 지어질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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