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2018 ML 예고편 최우수작 '오타니 쇼타임!'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4.03 08:55 / 조회 :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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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만에 '개막 10일 이내'에 투수와 타자로 모두 경기에 나선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2018 메이저리그 시즌이 막을 올렸다. 앞으로 6개월에 걸쳐 팀당 162게임씩을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개막 시리즈 결과가 시즌 전체에 미치는 비중은 사실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 인상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첫 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전개될 전체적인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예고편이 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치러진 메이저리그 오프닝 위크엔드에서 나온 결과들 가운데 어쩌면 이번 시즌의 흐름을 엿볼만한 예고편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을 정리해봤다.


■오타니의 ‘쇼 타임(Sho-time)’

시범경기 동안 단연 화제를 모았던 선수는 베이스 루스 이후 100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에 도전하는 일본의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였다. 엄청난 기대를 안고 빅리그 무대에 뛰어든 오타니는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투타에 걸쳐 모두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그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타자로는 ‘고교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투수로서도 전혀 기대에 못 미쳐 그의 능력에 지나치게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셌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원래 계획대로 그를 개막전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시켰고 오타니는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5타수 1안타에 그친 성적은 그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지워버리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2일 시즌 4차전엔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는 투수로서는 그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결코 ‘거품’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날 3차례나 시속 100마일(161km)을 찍은 그의 빠른 볼은 평균구속이 시속 98마일(158km)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 무서운 광속구보다 더 위력적이었던 것은 플레이트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그의 매서운 스플리터였다. 이날 오타니는 24개의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여기서 총 10개의 헛스윙을 이끌어내 헛스윙 비율이 41.7%에 달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선발투수가 10개 이상의 스플리터를 던진 경기가 총 263번 있었는데 이중 헛스윙 비율이 오타니보다 높았던 경기는 단 2번(맷 슈메이커, 다나카 마사히로)뿐이었다.

특히 오타니의 스플리터의 평균 구속은 89.3마일(143.7km)에 달했는데 2017년에 메이저리그에서 이보다 빠른 스플리터를 던진 선발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써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제대로 들어간다면 사실상 ‘언히터블’ 피치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의 패스트볼과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의 스플리터를 모두 갖고 있는 투수로 제구력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이다.

오타니는 첫 등판에서 2회 슬라이더 제구가 흔들리며 연속 3안타를 맞고 3실점(마지막 안타가 3점홈런)했지만 이후 다음 15명을 상대로 볼넷 하나만 내주며 14명을 잡아내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단 타자 오타니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이지만 투수 오타니는 ‘쇼-타임’의 막을 올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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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데뷔전서 대타 2루타에 결승득점을 올린 최지만. /AFPBBNews=뉴스1


■밀워키 브루어스의 3연승 출발

최지만 때문에 한국팬들에게도 상당히 주목받는 팀이 된 밀워키는 지난 주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원정 3연전 시리즈에서 3승을 싹쓸이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상대가 비록 약체라고는 하나 그래도 메이저리그 팀을 상대로 적지에서 시즌 개막 시리즈를 싹쓸이로 가져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우승후보인 시카고 컵스는 만인의 꼴찌후보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개막 원정 4연전에서 시종 고전한 끝에 간신히 반타작을 챙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예상을 깨고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에 도전했던 밀워키는 오프시즌에 외야수들인 크리스천 옐리치와 로렌조 케인을 영입하며 더욱 탄탄해졌다. 사실 이미 탄탄한 외야진을 보유했던 밀워키가 왜 하필 외야 보강을 선택했는지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일단 첫 3경기에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1번과 2번타자인 케인과 옐리치는 개막시리즈에서 각각 타율 0.571(14타수 8안타)과 0.500(14타수 7안타)을 기록하며 3타점씩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시즌 두 자릿수 승리(12승4패)와 2점대 평균자책점(2.74)을 기록했던 체이스 앤더슨은 개막전에서 6이닝을 삼진 6개를 곁들여 1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빼어난 투구로 선발진을 이끌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물론 밀워키가 NL에서 장기적으로 컵스와 LA 다저스, 워싱턴 내셔널스 등과 겨룰만한 전력을 갖췄는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당장 3일 벌어진 홈 개막전에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4-8로 패해 첫 패를 안았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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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팀 마이애미를 상대로 4.1이닝 5실점으로 혼쭐난 다르빗슈./AFPBBNews=뉴스1


■마이애미에 혼쭐난 컵스

컵스는 마이애미 원정에서 혼쭐이 났다는 표현이 딱 맞다. 팀 해체작업이 없었다면 아직도 마이너에 있었을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된 마이애미 라인업을 상대로 에이스 존 레스터(3.1이닝 4실점)와 1억2천600만달러를 주고 새로 영입한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4.1이닝 5실점), 그리고 호세 퀸타나(6이닝 6실점) 등 3명의 선발투수가 합계 13.2이닝동안 15점을 내줬다. 오직 2차전 선발로 나선 카일 헨드릭스만이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이 이날 17회까지 진행된 마라톤 경기에서 단 8안타에 그치는 침묵을 보이면서 그 역시 승리를 얻지 못해 선발투수 4명이 전원 빈손으로 돌아섰다.

선발투수들의 부진 이상으로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모 아니면 도’ 같은 타선의 기복 심한 모습이다. 컵스는 승리한 두 경기에선 합계 18점을 뽑은 반면 패한 두 경기에선 1득점에 그쳤다. 두 경기라고 하지만 그중 한 경기는 17이닝까지 갔으니 사실상 3경기에서 1점을 뽑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상대인 마이애미 투수들이 생각보다 뛰어난 선수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컵스 입장에서 보면 출발이 개운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컵스 타자들은 3일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도 9이닝동안 단 2안타를 치는데 그쳤고 팀은 0-1로 영패해 시즌 전적이 2승3패로 떨어졌다. 물론 시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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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브 케플러 감독 /AFPBBNews=뉴스1


■필라델피아 루키 감독 케플러의 혹독한 신고식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지휘봉을 잡고 메이저리그에 감독으로 데뷔한 게이브 케플러는 지난 주말 악몽 같은 개막 시리즈를 치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3연전에서 메이저리그에 감독 데뷔전을 치른 케플러는 1차전에서 5-0으로 앞선 6회초 투구수 68개로 잘 던지던 선발투수 애런 놀라를 성급하게 교체했다가 결국 5-8로 역전패하며 호된 감독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더 황당한 일은 이틀 뒤 3차전에서 나왔다. 3회 고전 중이던 선발투수 빈스 벨라스케스를 강판시킨 케플러 감독은 불펜에서 구원투수 호비 밀러를 호출했다. 문제는 그때까지 밀러가 전혀 불펜에서 웜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밀러는 불펜에서 성급히 몇 개의 웜업 투구를 던진 뒤 마운드로 달려 나왔고 경기 지연에 불만을 품은 애틀랜타 감독이 이에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이날 15-2로 참패한 경기에서 구원투수가 바닥난 케플러 감독은 외야수 페드로 플로리몬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는데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3월에 벌어진 정규시즌 경기에서 포지션 선수를 투수로 기용한 감독이 되는 달갑지 않은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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