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순재 "연극계, 제왕적 위치로 폐단"

영화 '덕구'의 이순재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8.04.03 08:29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이순재/사진=임성균 기자


여든이 넘은 배우 이순재(83)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영화, 연극, 드라마 나아가 배우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툭툭 털어놓았다.

이순재는 오는 5일 개봉할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에 손자 덕구, 손녀 덕희를 홀로 키우는 할아버지 역할로 출연했다. 극중 '덕구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겉은 퉁명스럽고, 냉기운 감도는 요즘 말로 시크한 할아버지. 그러나 알고 보면 정 많고, 가슴 따뜻한 여느 할아버지들과 다름없다.


'덕구'에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이순재. 그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덕구'로 7년 만에 주연을 맡게 됐다. 출연 소감은 어떤가.

▶ 7년이나 됐나요. 주연이란 게 나이가 드니까 (후배들에게) 밀릴 수 있다. 그런 것보다(주연)는 노련한 연기자가 잘 안 보이는 게 안타깝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은 어땠는가.

▶ 영화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런 말이 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내(배우)가 아무리 잘 해도 감독이 편집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영화는 보긴 했는데, 결정적으로 울어야 될 장면을 못 봤다. 아이들을 위탁 보내는 장면, 며느리 찾는 장면 등에서는 안 울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됐다. 아무튼 영화를 관람하면서 나름 절제하려고 했다.

-노개런티 출연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달라고 해봐야 많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출연료라는 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옛날에는 한 가지 목적이었는데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맡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돈이 아니겠는가. 요즘엔 배우들 출연료가 높아졌다. 특히 TV(방송, 드라마)에서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다. 저도 TV 출연할 때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자존심 상했다.

-원로배우가 신인 감독의 작품에 주연을 맡은 것도 화제였다. 방수인 감독과 호흡은 어땠는가.

▶ 상당히 재능이 있는 감독이다. 감독의 시나리오가 앞뒤로 복잡하지 않고 잘 맞았다. 부분적인 정서도 잘 맞았고, 마음에 들었다.

image
배우 이순재/사진=임성균 기자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 저의 똑같은 이미지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것 외에는 편안하게 작업을 했다.

-'덕구'에 소소한 감동이 많은데, 영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영화는 감동이다.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전에 김수현 작가한테, 어떻게 정론만 하냐고 한 적이 있다. 시아버지나 며느리가 바람나는 것 한 번 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역정을 냈다. 절제가 필요하다. 수익, 장사도 좋지만 창조 작업에서는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과정을 극복하고 내려놓으려고 하니까 작업(드라마, 영화 등)이 힘든 것이다.

image
배우 이순재/사진=임성균 기자


-아역 배우 정지훈과 호흡에 대해 시사회 때 극찬을 했다. 정지훈의 연기는 어땠는가.

▶ 잘했다. 그게 실력이다. 아역이 연기를 너무 잘하면 징그러운데, 절제를 잘 했다. 덕희(박지윤)는 물고기다. 나중에 크면 좀 괜찮겠다 싶다.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 중 아역 시절에 잘 되겠다 싶었던 배우도 있는가.

▶ 안성기다. 예전에 극단을 할 때 창립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안성기가 그 때 중3이었는데, 같이 연극을 했다. 그리고 없어졌다가 어른이 돼 돌아왔다. 아주 다행이었다. 그 때 아역으로 뜬 아이들은 잘 안 됐다. 아마 안성기도 그 연극 이후로 곧바로 연기했으면 잘못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안성기가 어릴 때 '명아역'이었다.

-이순재. 어느 덧 연기 인생 60년이 넘었다. 이번 작품 뿐만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아쉬움은 없었는가.

▶ 연기. 완성이 없고, 끝이 없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배우가 잘 하는 대목이 있을 뿐이고, 내 연기도 따로 있다. 배우로 창조할 수 있는 게 있다. 시나리오에 나온 것을 똑같이 하면 연출이 지시하는 것을 하는 것밖에 안 된다. 배우의 역할은 작품 위에서 표현할 때 독창성 있게, 그 이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연기 인생을 표현할 수 있다. 끊임없이 창조의 의지를 갖고 해야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만족할 때도 있고, 불만족할 때도 있는 것이다. 배우는 그런 거다.

image
배우 이순재/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배우들의 흥행과 관련한 생각은 어떤가.

▶ 조기에 빛을 보는 영화도 있다. 배우도 그렇다. 정상에 있는 톱스타는 조기에 잘 된 사람이다. 그걸로 끝나기도 한다. 배용준 같은 경우 '겨울연가' 하나로 끝났다. 그 뒤로 그 이상의 것을 한 게 없다. '태왕사신기'도 아니다. 또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 하나 가지고 떴다. 이들이 뭐 빌딩도 사고 그런다는데, 옛날엔 잘 되도 빌딩 살 정도도 안 됐다. 그래도 그들(후배 배우들) 중에는 제대로 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병헌, 최민식, 송강호 정도는 내실을 다져서 알맹이가 있다.

-드라마, 영화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서고 있다. 연극 무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돈 생각을 하면 연극을 못한다. 배우를 한다는 이유로 하는 것이다. 실력이 있으면 되는 거다. 그러면 평생 연기를 할 조건이 된다. 빌딩까지는 아니지만 가족 거느리면서 여유있게 살 수 있다.

-요즘 연극계가 미투 운동(me too. 성폭력 피해 고백 운동)으로 시끌벅적하다. 왜 이렇게까지 왔는가.

▶ 연극은 배우가 앞서야 한다. 연출이 앞으로 나오려 하면, 배우가 죽는다. 그러다보니까 은연 중에 제왕적 위치가 생긴다. 그런 것 때문에 폐단이 생기는 것이다.
기자 프로필
이경호 | sky@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재미있는 방송-가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제보는 언제 어디서나 받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