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최지만, 고지 눈앞에..인내심 발휘할 때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3.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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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 사진=AFPBBNews=뉴스1


최지만(27)이 예상을 깨고 밀워키 브루어스의 시즌 개막 로스터에 포함됐다. 언뜻 보기에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 현실이 됐다. 일단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지만은 당장 30일(한국시간) 개막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마이너행 통보를 받거나 트레이드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우선 밀워키의 개막 로스터 구성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밀워키가 발표한 25명 로스터엔 최지만과 에릭 테임즈, 헤수스 아귈라와 라이언 브론 등 1루수만 4명에 달한다. 반면 불펜투수는 6명뿐이다. 기형적인 구조로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형태라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밀워키는 그동안 25인 로스터에 불펜투수 8명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정작 29일 발표된 로스터엔 6명만이 올랐다. 6인 불펜 체제로는 1년 전체는 고사하고 일주일을 버티기도 쉽지 않기에 조만간 불펜을 보강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개막 로스터는 단기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용 편법 로스터였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지난 1월15일 밀워키와 최고 금액 150만달러(빅리그로 풀타임을 뛰었을 경우)에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최지만은 당시 13개 구단의 오퍼를 받았고 그중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 있었음에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기회가 가장 좋다는 이유로 밀워키와의 계약을 선택했다. 하지만 밀워키의 팀 구성, 특히 최지만의 포지션 경쟁구도는 그가 밀워키와 계약한 뒤 약 2주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11일 뒤인 1월26일 밀워키는 대대적인 연봉감축 작업에 들어간 마이애미 말린스와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 특급 외야수 크리스천 옐리치를 영입했다. 이어 이틀 뒤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전 올스타 센터필더 로렌조 케인과 5년간 8천만달러에 계약했다. 그가 입단한 뒤 2주 만에 외야에 주전 2명이 새로 들어온 것이다.


이들의 가세는 당연히 포지션 경쟁구도에서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그동안 붙박이 좌익수였던 라이언 브론이 1루수 훈련을 받게 됐다. 외야 자원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교통정리를 위해 브론을 1루 로테이션 멤버로 돌려쓰겠다는 복안이었다. 1루에는 지난해 영입한 한국프로야구(KBO) 출신의 거포 테임즈와 아귈라가 1루에 포진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브론이 가세한 것이다. 팀의 간판스타인 브론이야 말할 것도 없고 테임즈도 앞으로 2년간 120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는데다 마이너행 거부권까지 갖고 있어, 지난해 16홈런, 52타점에 타율 0.265, OPS 0.837을 기록한 아귈라가 탈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지만이 비집고 들어갈 만한 빈자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셈이었다.

외야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브론이 교통정리를 위해 외야와 1루를 겸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면 마이너행 옵션까지 남아있는 최지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포지션이 1루수와 외야수인 최지만으로선 하필이면 이 두 포지션에서 모두 끼어든 대형 차량들에 앞길이 막힌 셈이 된 것이다. 빅리그행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던 팀이 단 2주 만에 가장 힘든 팀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최지만은 스프링 시범경기에서 흔들림없이 시종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밀워키에게 마지막까지 로스터 결정을 놓고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최지만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27경기에 나서 타율 0.409(44타수 18안타), 3홈런, 10타점, 8득점, OPS 1.245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팀 내 시범경기 성적으로 타율 3위(30타석 이상), 홈런 공동 2위, 타점 공동 4위, 득점 공동 7위였다. 구단 전체에서 가장 좋은 스프링 캠프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성적을 통해 최지만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바로 계약서상 옵트아웃 권리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최지만의 계약은 밀워키의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으면 옵트아웃을 하고 FA로 나설 권리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지만의 시범경기 성적이 워낙 뛰어났기에 그가 FA로 나설 경우 1루와 외야에 선수층이 엷은 팀에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밀워키는 바로 이 옵트아웃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가능성을 보인 최지만을 잃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기존선수들 가운데 트레이드 가능성을 물색하다 개막이 임박해 시간이 없자 일단 그를 로스터에 포함시키고 경기를 치른 뒤 다시 로스터를 재조정하는 편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를 일단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키면 옵트아웃을 예방할 수 있어 최소한 계약서상 다음 옵트아웃 기간(6월15일)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사이에 기존선수들에 부상이 생기거나 트레이드에 성공한다면 최지만을 쓰면 된다. 다음 옵트아웃까지 간다면 그 때 상황에 맞춰 대처하면 된다. 물론 그전에 최지만을 트레이드 미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밀워키는 당장 29일 턈파베이 레이스에서 방출된 베테랑 왼손불펜투수 댄 제닝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제닝스를 25인 로스터에 올리려면 한 명이 빠져야 하고 그 대상은 최지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개막전 직후 최지만이 마이너행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앞으로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밀워키가 1루수 가운데 한 명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할지 모른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바로 최지만이 지난해 잠깐 1루수로 뛰었던 팀이다. 양키스는 주전 1루수로 점찍었던 그렉 버드가 이틀 전 발목 부상으로 6~8주 아웃 진단을 받으면서 1루에 구멍이 생겼다. 양키스는 마이너 캠프에 있던 타일러 어스틴을 불러올려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키고 개막전에 선발 1루수로 내보냈지만 지난해 타율 0.225(40타수 9안타)에 그쳤고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홈런 4방에도 불구, 0.222(45타수 10안타)라는 낮은 타율을 기록한 그가 양키스의 1루 자리를 완전히 떠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밀워키가 테임즈나 아귈라를 양키스에 보낼 수 있다면 최지만에게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최지만이 갈수도 있다. 최지만은 지난해 양키스에서 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15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실 최지만 입장에선 편법 로스터로 옵트아웃 기회를 막은 밀워키 구단이 야속할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은 구단이 그만큼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이기에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만약 최지만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면 여지없이 마이너행 통보를 받았을 것이고 그땐 옵트아웃을 해봐야 빅리그 기회가 있는 팀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밀워키가 편법 로스터까지 사용하며 그를 지키려 애를 썼다는 사실은 그만큼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기회가 온다면 바로 그를 불러올릴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최지만 입장에선 어디선 뛰든 이번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경기 감각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기회는 멀지 않아 올 것이다. 당장 마이너행 통보를 받더라도 구단의 편법으로 인해 손해 봤다고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대신 고지가 눈앞에 왔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의 기나긴 도전에서 목표에 거의 다 도달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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