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연패할때 있으면 연승할 때도"..조원우의 牛步千里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8.03.29 11:42 / 조회 : 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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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 감독./사진제공= 롯데자이언츠

상대 선두타자 오재일의 타구가 평범한 내야 플라이로 떴을 때, 그리고 3루수 한동희가 여유있게 글러브를 들어 올릴 때까지만 해도 4-3, 1점 차 박빙의 리드는 8회에도 무리없이 지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은 한동희의 포구 미스가 뒤따랐을 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바로 이어 선행주자를 잡으려는 채태인의 플레이가 비디오분석까지 했음에도 야수선택으로 귀결되며 무사 1,2루 역전주자까지 허용했을 때는 또 얼마나 철렁했을까. 그런 심정임에도 선수들을 다독이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28일 잠실 두산전. 시작은 괜찮았다. 24일 SK와의 개막전 8회부터 전날 두산전까지 3경기 동안 20이닝 무득점의 빈공을 보였던 롯데 타선이 1회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테이블세터 전준우 손아섭의 연속 2루타와 3번 민병헌까지 시작부터 3안타를 몰아치며 팀 타격의 부활을 예고했고 한동희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2-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5-6 역전패, 롯데는 4연패에 빠지며 최하위가 됐다.

사실 롯데 조원우 감독을 만난 것은 27일 오후 두산과의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서울 원정 숙소인 잠실 롯데호텔에서였다. 개막전 만나볼 짬을 내지 못한 탓였다. 초면의 조감독은 무뚝뚝했다, SK와의 개막 2연전서 연패했기 때문이라기보단 천성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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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두산과의 첫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에 나선 롯데 조원우 감독./ 잠실 롯데호텔= 김창현 기자

그의 웃음은 30여분 남짓한 인터뷰 막판에야 볼 수 있었다.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 기탄없이 웃는데 익숙치않은 이의 웃음이었다. 녹취한 내용을 정리하며 생경함을 느꼈다.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하며 들었을 땐 표정만큼이나 고저장단 없는 화법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목소리만 따로 들어보니 제법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특히 열정이 느껴졌다.

조감독은 올시즌 가장 기대하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 콕 집어 김원중을 거론했다. “정말 잘해줬으면 하는 선수는 김원중이다. 2년차 풀타임인데 부상없이 자기 자리매김하면서 10승 이상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김원중은 28일 경기서 첫 승을 올릴뻔했다.

조감독은 올시즌에 대해 “미디어데이때 말씀드린 대로 각 팀 다 전력보강이 잘되어 거의 전력의 평준화가 된 것 같다. 어느 팀이건 연패를 당하고 연승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느슨해지면 언제라도 흐름이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 팀 같은 경우 3선발 역할을 해주어야 될 박세웅 등이 이탈해있으니 초반에 잘 버텨야 될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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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사진=롯데 자이언츠

올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당연히 우승이다. 선발로테이션만 유지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결국 투수 싸움이 될 것이고 선발들이 부상 없이 한 시즌 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발이 최소 6이닝 던져주면 계산이 선다. 조정훈, 윤길현이 빠져있지만 지난해 세이브왕 손승락이 있고 장시환, 박진형, 진명호 배장호 등이 좋다. 불펜에 관해선 우리 팀이 좋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롯데의 선발로테이션은 레일리-듀브론트-김원중-윤성빈-송승준이 꾸려간다.

그렇게 선발이 중요한데 개막선발로 기대치에 못미쳤던 듀브론트에 대해선 “원체 기량이 있는 선수다. 부상없이 풀타임 뛴다면 충분히 자기 기량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며 “개막전에선 긴장한 것 같다. 날씨도 쌀쌀했고.. 하지만 구위 자체가 좋기 때문에 경기가 이어질수록 좋아지리라 믿는다”며 신뢰를 보였다. 2016년 받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과 관련해선 “100개 언저리 던져서는 전혀 불편을 못느낀다. 말짱하다. 당겨쓰지만 않으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충분히 소화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김광현과 맞대결을 펼친 개막 2차전서 SK 강타선을 상대로 5이닝 5피안타(1홈런)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윤성빈에 대해선 “성격도 담담하고 잘 던졌다. 겁먹고 위축되는 스타일이 아녀서 흡족하다. 홈런 맞고 무사만루를 자초하고도 로맥이란 강타자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고 병살타로 이닝을 막았다. 그렇게 도망가지 않고 자기 공 씩씩하게 던질 수 있다는 건 큰 강점이다.”며 “김원중과 함께 한번씩 쉬는 텀을 주긴 하겠지만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것이다”고 롤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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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사진제공= 롯데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껴 선발로테이션에서 빠져있는 박세웅에 대해선 “통증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박세웅 본인이 오케이 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다. 인대 다치고 이런 게 아니라 빨리 좋아질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선 4월말 복귀가 힘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원우 감독은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뽑은 윤성빈의 경우에도 어깨 통증 치료를 위해 퓨처스리그에조차 기용치 않고 1년을 통째로 기다려주기도 했다.

개막 초반 부진한 팀 타선에 대해 “개인뿐 아니라 팀타격도 사이클이 있다. 민병헌 손아섭 전준우 이대호 채태인 번즈 등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하위타선에선 한동희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지지를 보냈다. 롯데 타선은 10안타를 터뜨린 28일 경기서 확연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민호의 부재로 비롯된 포수 포지션에 대한 우려와 관련, “롯데 얘기를 하면 다들 포커스를 포수에 맞추는 바람에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불편함을 드러내며 “나원탁, 나종덕이 경험부족으로 초반 미스도 하고 하는데 다 과정이다. 나아질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겁 없이 하라고 주문한다. 두 선수는 우선 기회를 받은 정도이다. 프로는 경쟁이니 상황이 안좋게 흘러가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팔꿈치 수술 재활에서 돌아와 조만간 2군 경기에 나가게 되는 안중열도 있고 강동권 김사훈 등의 포수자원들도 쓸 수 있는 카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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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포지션과 함께 우려되는 3루 수비에 대해 “한동희가 주전 3루수다. 수비 잘한다. 캠프 중에도 스태프들이 한결같이 ‘저 정도면 중상(中上)’이라고 평가했다. 타격에서도 방망이를 곧잘 돌린다. 경험만 쌓는다면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3루수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것이다“고 신뢰를 보였다. 그 한동희는 28일까지 2루타 하나 포함 14타수 4안타 타율 0.286으로 손아섭과 나란히 팀내 타격 1위에 올라있다. 물론 28일 경기에선 실책 2개를 기록하며 수비불안을 드러냈다. 조원우 감독이 언급한 ‘경험’의 문제일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4연패. 리그 최하위. 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조원우 감독은 감독 첫해인 2016년 66승 1무 78패 승률 0.458을 기록했다. 팀은 리그 8위였다. 2년 차인 지난해엔 80승 2무 62패로 승률 0.563을 기록하며 리그 3위로 가을 야구에 진출했다. 특히 하반기에 승수 몰아 쌓기는 인상적이었다.

그를 외야수비코치로 기용했던 양승호 전 롯데감독은 그를 “소신 있고 뚝심 있고 성실하며 헌신적이다”고 평했다. 그는 쌍방울 선수 시절이던 1999년 5월 수비 훈련중 당한 고관절 골절 부상 후유증으로 끊임없이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2008년까지 선수생활을 유지했었다. 부상 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선수로서의 정점을 치달리다 마주한 날벼락임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멍에가 된 부상 후유증을 안고 치른 10시즌 포함, 그가 치른 선수로서의 15시즌 통산 성적이 1368경기서 타율 0.282임을 감안하면 양승호 감독의 평은 아주 정확해 보인다.

확실히 그는 기민하고 임기응변 강한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인내하고 기다려줄 줄 아는 리더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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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의 야구는 토끼걸음 백리보단 소걸음 천리에 가깝다.

“취미 있나요?” “바둑, 낚시, 골프, 당구 조금 조금씩 하는 정도지 취미랄 만큼 어디에 빠지지 못해요” “술은 좀 하시나요?” “술이 약합니다. 술로 스트레스 푸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는 지난 오키나와 캠프 중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중의 일상에 대해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 맨 마지막으로 야구장을 나간다. 집에 가다가 배고프면 수석코치와 함께 국밥집에서 조용히 먹고 들어간다. 스트레스는 집에서 와인 반 잔이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멍 때리기로 푼다.”고 밝히기도 했다. “근데 뭐 직업이 어떻든 간에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요?” 확실히 그는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하다.

“연패할 때 있으면 연승할 때도 있는 거죠. 일희일비하기엔 시즌이 길잖아요.” 조원우 감독의 우보천리(牛步千里)는 올 시즌에도 계속된다. (롯데의 첫 승에 맞춰 기사를 내보내고 싶었지만 끝내 기다리지 못한 조급증은 조원우 감독의 진득함에 비춰볼 때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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