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국판엔 없는 2가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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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사진 위)와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극장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로맨스가 생길 듯한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의 앙상블, 두 사람의 10대 시절으 그린 배우 이유진과 김현주 등 멜로 최적화 배우들의 활약이 일단 돋보입니다. 일본의 동명 원작 소설로, 영화로 먼저 한국 관객과 만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전 일본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대사도 설정도 조금씩 달리하며 각색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한결 풍성해진 감정선도 이번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매력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 원작에서 중요하게 쓰였던 두 가지가 사라졌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바로 테루테루보즈와 해바라기밭입니다.


테루테루보즈는 맑은 날씨를 불러온다는 속설이 담긴 일본 인형입니다. 하얀 천으로 감싼 눈사람 머리 모양의 이 인형을 처마 밑에 걸어두면 날씨가 맑아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비가 내리면 돌아온다는 약속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아내이자 엄마가 장마철과 함께 진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극중 여주인공의 아들은 이 비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걸어놓습니다. 엄마를 다시 떠나보내기 싫은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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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바로 이해하긴 어려운 일본의 전통이 가미된 설정이기에 한국판에선 테루테루보즈를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쓰인 게 행운의 네잎클로버입니다. 극중 여주인공 손예진의 어린 아들은 돌아온 엄마와 함께하는 행운이 계속되길 바라며 네잎 클로버를 창문에 붙여둡니다. 거꾸로 매달린 테루테루보즈처럼, 엄마를 붙잡을 수 없지만 늘 함께하고 싶은 어린 소년의 심정이 전해집니다.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해바라기밭 또한 중요하게 쓰였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상징적 장소인 노란 해바라기밭은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으로 여겨집니다.

리메이크에 나선 감독과 제작진에게도 고민을 안겼던 설정입니다. 각본과 연출을 겸한 이장훈 감독은 "원작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엄마 아이 헤어지는 장면과 해바라기밭의 뽀뽀 장면 이야기를 하더라. 따라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가장 강력한 이미지인 만큼 되살리자는 의견과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고 합니다.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큰 뼈대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해바라기 장면까지 어설프게 흉내 내 따라가기보다는 다르게 바꿔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중요한 배경으로 쓰이는 기차역들이 평지보다는 산중에 위치하고 있어 넓게 펼쳐진 해바라기밭이란 설정 자체를 가져오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신 소박한 기차역과 철길, 물기 머금은 초록빛이 가득한 지금의 화면들이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채우게 됐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과는 차별화된 매력의 멜로영화로 거듭났습니다.

섬세한 손길이 더해졌기에 물기 머금은 웰메이드 감성영화 탄생할 수 있었을 겁니다. 개봉 2주째가 됐지만 새로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럽라이징'과 엇비슷한 관객을 모으며 봄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건축학개론'을 잇는 봄의 사랑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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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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