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나의 영원한 할배' 이순재, 62년차 배우의 미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3.18 09:00 / 조회 :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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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 사진=영화 '덕구' 스틸컷


연기인생 62년의 84살 배우는 여전히 한 치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배우 이순재 이야기입니다.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진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는 이순재가 주연을 맡은 눈물의 감동 드라마로 주목받은 작품입니다. 이순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서 남겨질 두 손주를 위해 준비에 나선 할아버지로 분했습니다. 8년간 직접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를 준비한 방수인 감독은 이름도 없이 그저 '덕구할배'로 불리는 평범하고도 익숙한 노년의 가장 캐릭터에 가장 먼저 이순재를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전했다고 합니다. 이순재는 출연료도 받지 않은 채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우리 나이 또래 되면 작품에서 주역을 맡는 경우가 드물다. 할아버지는 방계 중의 방계라 변두리로 물러나고 병풍 노릇이나 한다. 모처럼 90% 이상을 하니 더 볼 것도 없다. 단단한 시나리오였다. 더 볼 것 없겠다 하고 조건 없이 참여했다….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즐겁게 참여했다."

쓴 소리 바른 소리를 아끼지 않는 큰 어른에 대한 미담은 함께 한 감독과 어린 배우를 통해서도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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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 사진=영화 '덕구' 스틸컷


이순재를 '이순재 할배'라고 부른다는 손자 덕구 역 정지훈은 "처음에는 할배가 무서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이순재가 계속해서 대본을 외우는 걸 보고 '처음엔 안 와우셨나' 했는데 '계속 연습하시는 거였다'고 털어놓으며 "민망해서 옆에서 연기를 계속 같이 했다"고 척척 맞는 호흡의 남모를 비결을 밝혔습니다.

방수인 감독은 첫 촬영에 아이를 안고 넘어지면서 아이를 보호하느라 다리를 다친 이순재를 보고 눈물을 흘린 사연을 털어놨습니다. 고령의 이순재를 생각하며 머리가 하얘져 우는 감독 때문에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답니다. 방수인 감독은 "선생님이 제 손을 잡으면서 '아니야 괜찮아. 다리 안 부러졌어'"라고 했다며 더 죄송스러워 몸둘바를 몰랐다고 고백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서야 촬영장에 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이순재가 걱정을 살까 이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요.

62년 연기인생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 온 것만으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배우의 연기 열정, 여전히 성실한 면면이 묻어나는 순간입니다.

이날 방수인 감독은 이순재를 위해 쓴 삼행시를 공개했습니다. "이, 이순재는 배우다. 순, 순도 100% 배우다. 재. 재능에 기대지 않는 노력과 열정으로 가득 넘치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다. 배우 이순재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뒤질새라 정지훈은 이순재를 향해 쓴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나의 영원한 할배.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또 작품 같이 해요. 손자 덕구 올림 사랑합니다."

고맙다며 그저 환하게 웃는 이순재를 바라보면서 마음마저 흐뭇해졌습니다. 영화 '덕구' 또한 그런 흐뭇함과 감동을, 눈물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주연으로는 이제 마지막이 아닌가 한다"는 이순재의 신작, '덕구'는 오는 4월 5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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