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거래용 영입' 맷 켐프, '그래도 준치'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3.13 08:56 / 조회 :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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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외야수 맷 켐프. 시범경기서 기대이상 활약하며 개막엔트리 포함이 기대된다. /AFPBBNews=뉴스1

애당초 그를 데려온 것은 팀의 전력 보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올해 구단 연봉총액(페이롤)을 사치세 부과 기준선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악성 계약 처리용 트레이드로 인해 발생한 불가피한 ‘부산물’이었다. 한때 팀의 간판선수이자 스타였던 그가 친정팀에 복귀했지만 컴백 기자회견조차 하나 없었던 것도 어차피 그가 팀에 남을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목적 달성을 위한 거래 용도로 사용한 뒤 폐기될 선수, 새 시즌 일정이 본격화됐을 땐 이미 잊혀져 있을 선수였을 뿐이었다. 최소한 그때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LA 다저스의 외야수 맷 켐프의 이야기다. 다저스가 지난 오프시즌 동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와 선발투수 브랜든 맥카시, 스콧 캐즈미어, 유틸리티맨 찰리 컬버슨 등 4명을 보내고 데려왔던 켐프는 곧바로 다시 트레이드되거나, 아니면 방출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의 나이(34세)와 크게 떨어진 수비력, 기복이 심한 타력 등으로 인해 그는 더 이상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못 된다는 평가가 나와 있었기에 그가 내셔널리그서 유력한 우승후보인 다저스에서 올해 시즌을 맞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다저스 프론트오피스도 트레이드 직후 그 흔한 립 서비스 대신 “이번 트레이드는 재정적인 이유로 이뤄진 것”이라고 ‘솔직하게’ 못 박아 켐프가 필요해서 데려온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 때문에 모두들 다저스가 그 트레이드로 얻은 연봉 감축 효과에만 신경 썼을 뿐 켐프에 대해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같은 목적으로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된 곤잘레스가 2천236만달러의 잔여연봉에도 불구, 트레이드 직후 곧바로 방출된 것과 달리 켐프는 그냥 엉거주춤한 상태로 다저스 소속이 유지됐다. 어차피 손실 처리하기로 생각한 돈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방출시키기엔 그의 남은 계약규모(2년 4천350만달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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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켐프. /AFPBBNews=뉴스1

다저스는 지난해 애틀랜타에서 타율 0.276, 19홈런, 64타점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린 켐프를 가능하면 다시 트레이드해 연봉 부담을 좀 더 줄일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그 어느 팀도 켐프를 데려가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방망이는 아직 쓸 만 할지 몰라도 고관절 신경통 증세로 인해 거의 뛰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 만큼 기동력이 떨어져 외야 수비에서 큰 아킬레스건이 될 위험성이 큰 켐프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어차피 그를 방출하더라도 잔여 연봉은 고스란히 지급해야 하는 처지인 다저스는 켐프를 로스터에 그대로 남겨둔 채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방출할 때 하더라도 일단은 스프링캠프에 자리 하나 내주고 테스트하는 것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베테랑인 캠프로부터 젊은 선수들이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는 덤 같은 효과였다.

체중을 40파운드(18kg)나 감량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포지션 선수들의 입소 예정일보다 일주일 이상 빨리 캠프에 도착한 뒤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어색한 미소를 보냈던 캠프는 이후 곧바로 훈련에 적응해 구슬땀을 흘리며 신인들처럼 포지션 경쟁에 나섰다.

그리고 종전과 완전히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스프링캠프에 나선 캠프의 도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켐프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10경기에 출장해 타율 0.423(26타수 11안타)에 4홈런과 7타점, 6득점을 올리고 있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한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에서 그는 팀내 단독 1위로 올라선 시범경기 4호 홈런을 포함, 3타수 3안타를 때리는 맹타를 휘둘렀다.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현재 켐프는 당초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좋은 모습을 보이며 한때 1%의 확률도 없다고 여겨졌던 개막 로스터 진입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꿈꿔볼 가능성이 있는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저스팬들은 켐프의 도전에 지금 가장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거로서 켐프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 그의 방망이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해 그가 애틀랜타에서 기록한 타격성적(타율 0.276, 19홈런, 64타점)이 말해주듯 그의 타격은 아직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수준이고 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진짜 다저스가 눈 여겨 보는 것은 그의 수비력이다. 한때 호타준족의 대명사였던 그는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수비력이 떨어지는 외야수로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는 수비에서 뛰어난 모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팀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코칭 스태프에 각인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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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프의 외야수 경쟁자 작 피더슨. /AFPBBNews=뉴스1

그리고 현재까지 결과는 “OK” 판정을 받고 있다. 켐프는 이번 시범경기 10경기에서 좌익수 포지션 경쟁자 가운데 가장 많은 49이닝을 소화하며 실책없이 8차례 아웃찬스를 모두 문제없이 처리했다. 켐프의 좌익수 경쟁자로 꼽히는 앤드루 톨스와 작 피터슨이 각각 좌익수로 켐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이닝밖에 뛰지 않은 것을 보면 다저스가 켐프의 수비를 얼마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켐프는 생애 통산 중견수로 774경기, 우익수로 436경기로 뛰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애틀랜타에선 좌익수로 기용됐다. 그는 3개 외야 포지션 중 좌익수가 자신에게 가장 힘들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만약 다저스에서 계속 뛰게 된다며 뛰어야 할 포지션이 좌익수다. 그는 “좌익수로 계속 뛰면서 갈수록 편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몸이 가벼운 것이 수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다저스의 좌익수 후보로는 켐프 외에 키케 에르난데스와 알렉스 버두고, 피더슨, 톨스가 있다. 스프링캠프 시작 때는 에르난데스와 피더슨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켐프의 기대 이상 플레이와 함께 피더슨이 타율 0.161(31타수 5안타)의 부진을 이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무릎십자인대 수술에서 돌아오는 앤드루 톨스가 타율 0.370(27타수 10안타), 2홈런, 9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데 다저스는 원래 그의 부상경력을 감안, 그를 연장 스프링캠프에 남겨두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지금 같은 추세라면 바로 개막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좌익수 외에도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선수인 에르난데스는 개막 엔트리 진입이 확정적인 것을 감안하면 켐프가 완손타자인 톨스와 함께 벤치멤버 마지막 두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유망주 버두고도 유력한 경쟁자이지만 다저스 입장에서 그는 아직 마이너리그 옵션이 남아있기에 일단 켐프를 먼저 로스터에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 켐프가 실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그를 계속 활용하거나, 아니면 트레이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방출하고 그때 버두고를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켐프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난 포지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생존경쟁을 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트레이닝캠프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이 이제 약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켐프가 당초 예상을 깨고 다저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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