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사라진밤' 김상경 "연기생활 20년의 책임감"

영화 '사라진 밤'의 배우 김상경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3.10 11:13 / 조회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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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밤'의 김상경 / 사진제공=시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 삶의 모토가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자'예요. 그런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배우 김상경(46)은 초대한 손님을 반기기라도 하듯 인터뷰 하러 온 기자를 맞았다. 놀랍지 않았다. 그는 언제 만나도 유쾌한 배우였으니까. 작품에 들어가면 스태프 명단을 쫙 뽑아 이름을 먼저 외우는 일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영화를 찍을 때면 가족보다 더 자주 봐야 하는 스태프를 '야', '어이', '저기'로 부르고 싶지 않아 매번 이름을 외운다.

"예전 선배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주연배우 할 일이 니 연기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다 알고 신경을 써야 한다. 자기 연기만 싹 하고 돌아가는 게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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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밤'의 김상경 / 사진제공=시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이한 김상경은 벼르기라도 한 듯 사회고발 드라마 '일급기밀'과 사극 '궁합'에 이어 3번째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를 선보였다. 앞선 두 편의 개봉이 밀리면서 뜻하지 않게 연달아 관객과 만나게 됐다. 김상경은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세 작품이 모두 장르가 다르고 캐릭터가 달라서 3년 치를 모아보니 '똑같은 것만 하지는 않았네'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신작 '사라진 밤'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가 원작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아내를 살해하고 완전범죄를 꿈꾸던 남편이 시신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상경은 사건 수사에 나선 형사 중식 역을 맡았다. 하룻밤 사이 벌어진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지만 허허실실 베테랑인 중식은 어딘지 김상경을 담았다.

"이창희 감독도 저와 가장 가까운 면이 있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좀 헐렁헐렁하고 유연한 성격이랄까…. 그간 해왔던 것은 진중한 면이 있는 형사들인데 이번은 헐렁한 면이 있더라고요. 얘를 따라가는데 사건이 벌어지고 쭉 따라가게 돼요. 그러다 '얼래, 이게 뭐야' 하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 거죠. 캐릭터를 유연하게 하면서 힌트를 안 주고 가는 거예요."

사실 김상경은 형사 전문 배우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배우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2003) 이후 '몽타주'(2012), '살인의뢰'(2015) 등에서 형사 연기를 했다. 이번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 김강우는 김상경의 형사 캐릭터에는 김상경 본연의 따뜻함이 묻어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면서 "형이 형사(연기)를 할 때 같이 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상경은 "직업보다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 직업을 몇 번 연기하느냐 하는 유치한 셈법을 쓰지 않는다. 인물이 어떠냐가 중요하다"면서 "형사를 3번 했으니 다음엔 조폭 3번을 할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살인의 추억'이 너무 세서 그런 것 같아요. '몽타주'를 10년 만에 했는데 '또 형사를 한다'고 했을 정도니까, 그만큼 인상적이다는 거겠죠. 저는 직업보다 캐릭터를 보고 고릅니다. 인간이 중요한 거죠. 좋은 캐릭터가 오면 또 형사 연기를 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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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밤'의 김상경 / 사진제공=시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함께 한 김강우, 김희애에게 공을 돌리던 김상경은 신인인 이창희 감독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걸출한 신인 감독의 탄생 같은 느낌이 있다"며 "촬영본에서 고작 7~8분을 덜어내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만큼 명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대단한 패기가 있다는 뜻"이라면서 "그 감독이 2번째로 어떤 걸 찍을지 벌써 궁금하다"고 했다.

시사회를 마치고서도 이 감독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김상경은 주제는 다시 '선배로서의 몫'으로 돌아갔다.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도 말했다.

"책임감이 생겨서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젊어서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거든요…. 그 전에는 현장을 잘 유지하고 스태프와 분란 없이 재미있게 영화 찍고 홍보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런 거였어요. 그랬다면 지금은 영화계 전체 구조의 문제라든지, 후배들이 계속해야 하는데 영화 환경이 잘 안 좋아진다는 점을 생각하게 돼요…. 완성도 있는 장르영화가 배급 논리에 의해서 없어진다면 영화계의 병폐를 드러내는 게 아니겠어요."

김상경은 "'사라진 밤'도, '궁합'도, '리틀 포레스트'도 다 저마다의 관객들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많은 영화들이 한쪽으로 쏠리고 망하는 대신 몸집과 의미에 걸맞은 관객을 모으고 또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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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밤'의 김상경 / 사진제공=시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제 다시 새로운 작품이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린다는 김상경은 마침 누군가 자신을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를 보내주겠다고 했다며 싱글거렸다. "어떤 운명적인 작품을 만날지 궁금하다"는 경력 20년의 배우는 "안 해본 이야기라 기분이 더 좋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소개팅을 해준다는 것 같아요. 솔로일 때 소개팅 해준다고 하면 기분이 막 '업' 되면서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성격일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잖아요. 막상 만났는데 너무 마음에 안 들면 그땐 주선자부터 아주.(웃음) 처음부터 절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면 이건 '꼭 너랑 하고 싶다더라' 하고 저를 찍은 소개팅인 거예요. '제발 여신이 와 주소서'하는 마음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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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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