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연극배우 엄지영, 오달수 성추행 추가폭로..오달수 측 "확인해야"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2.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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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룸' 화면 캡처


연극배우 엄지영이 배우 오달수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미투(Me Too)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오달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나선 2번째 폭로자다. 오달수 측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엄지영은 27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과거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과거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공연을 하다 오달수를 만났고, 2003년 서울에서 오디션이 있어 오달수에게 연기 조언을 구하려 만났을 당시 오달수가 자신을 여관으로 데려가 옷을 벗기려 몸에 손을 대는 등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엄지영은 "과거 다른 팀과 조인해서 공연을 했다. 그 극단이 가마골에 있던(연희단거리패) 사람들이었다. 오달수가 왔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03년 서울에서 오디션이 열리자 자신이 오달수에게 연기 조언을 구했고, 그런데 막상 자신을 만난 오 씨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엄지영은 "자기가 얼굴이 팔려 있으니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신경쓰인다고 하더라. 어디로 들어가자는 식으로" 했다며 "이혼해서 집도 없어. 그냥 여기에서 숙소를 잡은 거야. 네가 자꾸 그러니가 내가 그렇게 느껴지잖아"라고 하며 자신을 여관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엄지영은 이어 "편하게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하면서 야 더운데 좀 씻고 이렇게 하자고 옷을 벗겨주려고 이렇게 손을, 제 몸에 댔다"면서 화장실에도 따라왔고 몸이 안 좋다면서 거부해 더 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달수 씨가) 자꾸 '야 내가 너를 잡아먹느냐' (오히려) 제가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는 거죠. 내가 문제가 있나보다. 왜 사람들이 나한테 그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머물고 있는 엄지영은 연이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에도 나섰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전에도 연극배우고 지금도 연극배우다. 연극영화과 가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시학원에서 연극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지영은 "처음 (오달수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 올리신 분의 글을 보고 나도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다렸다. 그 분이 마녀사냥 당하면서 댓글을 내리고 나서 오달수씨가 그래도 사과를 할 줄 알았다.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그 사람이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고 실명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연극을 한다며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 아이들이 열심히 해서 연극영화과를 하고 현장에서 연극을 하면서 저같은 일을 당하게 될까봐 그게 너무 싫었다. 저 역시 제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나 역시 없었던 일이 될 것 같았다"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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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룸' 화면 캡처


엄지영은 "지금도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기가 막혔고 그래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 싶어서 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엄지영은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 거부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 왜 이러세요' 하면 연습 분위기 자체가 흐려지고 '너는 후배로서 귀여워서 하는 말인데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잖아' 이런 식으로 반응하고, 더 거부하면 연습 중 상욕을 하고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많지만 저희 때는 무대 자체가 없었고 저희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쟤 싸가지 없다' 이런 이야기를 선후배들이 하면 너무 무섭다. 다른 이야기를 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엄지영은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또 다른 피해자의 실명을 듣거나 하지 않았다. 처음 연희단과 연습을 하며 들었던 이야기가 많았고, 분명 더 있을 거라고. 그런 분들이 더 있다는 건 미안하고 힘든 일이지만 더 나와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달수씨가 내 기억에는 없고 증거 없고 그러니까 없었던 일이야 라고 말하는 건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엄지영은 오달수 측 법적 대응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걱정이 된다. 말 그대로 천만요정인데 내 말을 믿을까 저 말을 믿을까 고민을 했고 주위에서도 네가 피해를 입을까봐 안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데, 좋아요. 무고죄로 걸면 걸라고 하세요. 그건 있었던 일어고 증거는 댈 수 없지만 저에게는 분명히 있었던 일이다. 본인은 증거 없다고 발뺌하고 그 사람은 저에게 사과하지 않고 미안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제가 뭐 하려고 얼굴을 대고 이름을 대고 그런 일을 당했어 라고 여자 배우가 얼굴을 대고 이야기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엄지영은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댓글을 통해 제기된 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에 휘말렸던 오달수 측은 지난 26일 의혹을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당시 공식 입장을 통해 오달수는 "저는 댓글과 그 익명 댓글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자신을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오달수 측은 26일 오후 자신이 댓글을 쓴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인터뷰가 '뉴스룸'에 나온 뒤에도 "사실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27일 실명을 밝힌 엄지영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사실 확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며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2번째 피해자가 나온 상황에서 오달수 측이 어떤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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