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줌인] '분발 촉구한' 이승훈, 男빙속 후배들이 응답할 때

강릉=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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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릉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승훈이 금메달을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이승훈(30·대한항공)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두 번째 금메달이자, 5개째 메달이다. 감격스러운 순간. 그래도 이승훈은 후배들의 분발도 촉구했다. 후배들이 응답에 나설 때다.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한 정재원(17·동북고)은 8위에 자리했다. '킹메이커'의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중반 이후까지 레이스를 이끌었고, 이승훈에게 넘겼다. 그리고 이승훈은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를 뽐내며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만난 이승훈은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따냈다. 너무나 영광이다. 꿈이 현실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후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승훈은 "후배들이 너무 잘해줬다. 대견하다. 단거리와 중거리에서도 메달이 나왔다. 선배로서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5000m나 10000m 후배들은 조금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후배들에 지는 것이 좋다. 나를 뛰어넘는 후배가 빨리 나왔으면 한다. 기다리고 있다"라고 짚었다.

사실이 그렇기는 하다. 이승훈이 '한국 장거리의 간판'이 된 것이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다. 당시 이승훈은 5000m에서 금메달을, 10000m에서 은메달을 따며 순식간에 최정상에 군림했다. 이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팀추월에 나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 평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얻었다.

그 사이 이승훈도 나이를 먹었다. 밴쿠버 당시 만 22세였지만, 어느새 만 30세가 됐다. 한국나이로는 31살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선수생명이 길어지고는 있지만, 분명 만만치 않은 나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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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를 펼치며 이승훈(우)의 '킹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정재원(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미래'라 할 수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문제는 그 사이 이승훈에 견줄 수 있는 선수조차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희망은 봤다. 정재원이 팀추월과 매스스타트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장 이승훈과의 비교는 무리가 있다. 함께 팀추월에 나섰던 김민석은 장거리보다는 중거리 선수다.

정재원을 비롯한 또 다른 얼굴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최정상급 선수를 연이어 배출했고, 강국의 반열에 섰다. 노하우는 쌓였다고 봐야 한다. 선수를 잘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쪽이 더 필요해졌다.

이승훈은 스스로 "앞으로도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준비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앞서지 못한다면, 베이징은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까지 가장 앞에서 달릴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후배가 나온다면, 기꺼이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아직은 자신을 넘을 후배가 없다는 자신감으로도 보였다.

어쨌든 이승훈은 여전히 '현역 전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승훈만 보고 있을수는 없다. 또 다른 자원이 나와야 한다. 단거리에서는 차민규(25)와 김태윤(24)이 500m와 1000m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장거리는 아직이다. 이제 후배들이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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