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다르빗슈·모로 뺏어온 컵스, 라이벌 다저스 벼른다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8.02.23 09:39 / 조회 :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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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빗슈 유./AFPBBNews=뉴스1



2016년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그해 정규리그 최다승(103승) 팀이었던 시카고 컵스는 LA 다저스를 4승2패로 따돌리고 1945년 이후 무려 71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결국 월드시리즈에서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꺾고 우승,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역사적인 우승의 후광을 등에 업은 컵스는 지난해 여세를 몰아 2연패에 도전했으나 다저스와 리턴매치로 펼쳐진 NLCS에서 1승4패로 무릎을 꿇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엔 실패했다. 지난해 104승을 거둬 컵스로부터 정규시즌 최다승 타이틀을 넘겨받은 다저스는 NLCS에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던 컵스 타선을 철벽 마운드가 5경기 합쳐 단 8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은 덕에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컵스와 다저스는 올 10월 NLCS에서 3년 연속으로 만날 가능성이 유력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워싱턴 내셔널스 등이 만만치 않게 도전장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아직 모든 구단들의 팀 구성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며 장장 6개월에 걸친 마라톤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떤 예기치 못한 변수가 터져 나올지 모르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해도 궁극적으로 NL의 월드시리즈 티켓은 컵스와 다저스의 싸움에서 결판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리고 24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들이 막을 올리는 시점에서 보면 올해 이 두 슈퍼팀들 간의 레이스에서 스타트는 일단 컵스 쪽이 약간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컵스는 이번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선발투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를 6년간 1억2천600만달러 계약으로 붙잡았고 이에 앞서 FA 불펜투수 브랜든 모로를 2년 2천100만달러 계약으로 사인해 콜로라도 로키스와 FA계약을 맺고 떠나간 웨이드 데이비스가 비운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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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모로./AFPBBNews=뉴스1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르빗슈와 모로가 지난해 NLCS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양 팀 모두 지난해의 핵심멤버들이 거의 대부분 돌아오지만 컵스는 다저스 마운드의 핵심멤버였던 2명을 이번 오프시즌동안 자기편으로 빼내온 것이다. 지난해 NLCS에선 다저스가 컵스를 5경기 동안 일방적인 합계 28-8 스코어로 압도했지만 이 두 선수의 유니폼 스위치는 ‘플러스-마이너스’ 효과의 위력을 더하며 저울추를 컵스 쪽으로 기울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 지난 수년간 메이저리그 최고였던 선수 페이롤을 사치세 부과 기준선(1억9천700만달러) 이하로 끌어내리는 작업에 집중하면서 FA시장에서 특별한 전력보강을 하지 못한 반면 컵스는 얼마 전 다르빗슈를 거액의 FA 계약으로 붙잡아 FA로 떠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제이크 아리에타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물론 콜로라도 로키스 출신 FA선발투수 타일러 챗우드를 3년간 3천800만달러 계약으로 영입, 존 레스터와 다르빗슈, 호세 퀸타나, 카일 헨드릭스, 챗우드로 이어지는 특급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이중 첫 4명은 모두 리그 에이스급 투수들이고 5선발로 낙점된 챗우드만이 그들보다 한 단계 밑으로 평가되지만 컵스가 대형 FA계약이 거의 없었던 이번 오프시즌에 챗우드에게 상당한 거액 투자를 한 것만으로도 그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홈경기를 치른 탓에 챗우드의 평균자책점은 상당히 부풀어 올라 있지만 지난 2년간 챗우드의 원정경기 평균자책점은 2.57로 이 기간 중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모든 투수들 가운데 6위에 올라 있다. 만약 컵스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다면 올해 컵스의 선발진은 리그 최강의 유닛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다른 컵스 파워의 근원은 크리스 브라이언트, 앤서니 리조, 애디슨 러셀, 하비에르 바예스, 윌슨 콘트레라스, 카일 슈와버 등으로 이어지는 젊고 파워풀한 라인업이다. 이들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지 올해로 이미 4년차로 됐는데 이제 겨우 20대 중반을 맞는 이들이 모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이미 대부분 올스타들이고 브라이언트는 MVP까지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경우 얼마나 더 무시무시한 팀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다.

이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컵스 타선의 결정적 약점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경기 상황에 따른 타격에 약하다는 것과 투수들의 유인구에 쉽게 말려든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NLCS에서 다저스 투수들은 그런 컵스 타선의 약점을 그야말로 마음껏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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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브라이언트./AFPBBNews=뉴스1


다저스가 컵스 타선을 요리하는데 썼던 ‘비법’은 타자들의 팔꿈치 높이 정도로 들어오는 높은 패스트볼이었다. NLCS 5경기에서 컵스 타자들은 무려 53번이나 삼진을 당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먹잇감처럼 들어오는 높은 패스트볼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탓이었다. 컵스 타자들은 그에 앞서 지난해 5월 다저스와의 3연전에서 싹쓸이를 당하는 과정에서도 삼진을 30개나 헌납했는데 역시 높은 패스트볼의 유혹에 말렸기 때문이었다.

컵스와의 NLCS에서 4.2이닝동안 삼진 7개를 뽑아냈던 모로는 이번에 컵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새 팀 동료들에게 다저스의 피칭 비법을 고스란히 공개했다. 그는 “다저스의 스카우트 부서는 전부터 높은 빠른 볼의 위력을 강조하고 그 효력을 분석해왔다”면서 “스윙시 배트 중심부의 위쪽을 볼이 들어가도록 하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만) 최대한 낮게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스윙 각도상 정타를 맞을 위험 없이)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 다저스의 투구법을 파악한 컵스 타자들은 올해에 달라진 면을 보여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콘트레라스는 “다저스는 패스트볼은 높게, 변화구는 낮게 던지는 데 있어 최고의 팀”이라면서 “높은 패스트볼은 치기 힘들다. 스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셀 역시 “높은 패스트볼에 끌려가는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면서 “지난해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올해는 더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트 역시 “높은 볼은 치기 좋게 보이지만 제대로 맞추기가 힘들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다저스의 접근법을 안다.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제는 더 잘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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