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FOCUS] 조근현 감독 성희롱 논란..영화계 미투 점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2.23 07:00 / 조회 :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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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현 감독/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뮤직 비디오 오디션 도중 신인 여배우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근현 감독은 지난 5일 '흥부'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와 8일 진행한 인터뷰를 제외한 언론 인터뷰, VIP시사회, 무대인사 등 모든 홍보 일정에서 제외됐다. 이는 조근현 감독이 지난해 가수 A 뮤직비디오 오디션 과정에서 신인 여배우들에게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흥부' 제작진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신인 여배우가 조근현 감독이 당시 오디션에서 한 부적절한 말을 SNS에 공개했고, 이 같은 사실을 '흥부' 제작사에서 지난 8일 확인한 것. 조근현 감독은 이 문제를 덮으려 해당 여배우에게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 여배우가 조근현 감독이 남긴 문자까지 자신의 SNS에 모두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제작사 대표는 "감독이 이 문제를 무마하려고 했던 것도 알지 못했다. 정말 '흥부'는 의미가 있는 작품인데 제작사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이 문제로 VIP시사회 이후 열리는 배우, 스태프 뒷풀이도 취소했다.

지난 20일부터 미국에서 체류 중인 조근현 감독은 스타뉴스와 국제통화에서 "지금은 별로 길게 말할 수가 없다. 다시 연락하겠다"라고 밝힌 뒤 연락이 두절됐다.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영화계는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앞서 '연애담' 이현주 감독이 동성 감독을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계 은퇴 선언을 한 뒤 얼마 안 돼 불거진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영화감독조합은 이현주 감독을 제명했고, 여성영화인모임은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격을 발탁했다.

22일 총회를 갖고 윤제균, 민규동 감독을 공동 회장으로 선출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조근현 감독 소식을 뒤늦게 접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조근현 감독이 영화감독조합 소속이 아니기에 이현주 감독처럼 곧장 제명을 할 수도 없다.

영화감독조합 한 관계자는 "소식을 막 접했기에 아직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여성영화인모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소식을 접한 지 얼마 안 돼 경위 파악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이현주 감독과 달리 조근현 감독은 사건이 이제 막 수면 위로 드러난 탓도 있다.

한국영화계는 연극 연출가 이윤택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불거진 '미투'(MeToo,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 오모씨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인터넷 댓글로 관련 영화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확인할 수 없는 인터넷 댓글로 오모 배우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해당 배우와 소속사가 일절 입장을 밝히지 않는 데다 연락조차 받지 않고 있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오모 배우가 이미 촬영을 마쳤고,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 등이 줄줄이 방영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탓에 관계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영화계는 그간 영화 산업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벌여왔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할 뿐더러 여성영화인모임은 한국영화계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영화산업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 및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잘못된 성의식과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 구조 등 개인과 시스템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탓이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영화계에 강력한 정화 계기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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