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김태리가 전하는 힐링 영화

[리뷰]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8.02.23 07:32 / 조회 : 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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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에 치여 사계절 지나가는 것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도시인들, 한번 즈음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은 이들, 숨이 턱턱 막히는 도시인들을 위한 힐링 영화다.


일도, 사랑도 제대로 이뤄지는 게 없는 혜원(김태리 분)은 어느 날 고향으로 내려온다. 고민과 스트레스에 휩싸인 일상을 잠시 멈추고 싶었다. 훌쩍 서울을 떠나 시골 마을로 내려왔다. 텅 빈 집에서 홀로 겨울 한철 보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결정하기 위해서다.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 했건만, 오랜 친구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과 마주치면서 서울로 귀환은 점점 늦춰지게 됐다.

혜원은 재하와 은숙과 겨울, 봄, 여름, 가을 등 사계절을 함께 한다. 서울의 치열한 삶과는 다름에 여유와 안정을 되찾는다. 마음의 평화란 게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 이리저리 치이지도 않고,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서 시간을 보낸다. 한 끼 식사도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해결한다. 먹고 싶은 음식은 직접 요리를 하면 된다.

대부분 시간을 홀로 보내지만 술 한 잔 기울일 친구 재하와 은숙이 있고, 인기척이 나면 짖어대는 진돗개 오구가 있으니 괜찮다. 혜원은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서울로 복귀를 차일피일 미뤄 재하에게 '팩트 폭행'을 당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게 된다. 재하와 은숙과 정서적 교류를 하는 동시에 시골 생활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이 받는 고통의 짐을 덜어낸다.

'리틀 포레스트'는 혜원이 겪는 이 사계절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시각, 청각, 후각 등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계절과 음식. 혜원은 고향으로 돌아온 후 직접 요리를 한다. 한 끼를 위해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농작물을 토대로 자연식을 하는 것. 영화는 혜원이 요리하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는데,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식당에서 주문하고, 먹는 것인지 삼키는 것인지 모를 식사 시간을 보내는 도시인들과는 참 다르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식사 시간을 보내는 혜원의 여유는 휴일에나 즐길 수 있을 법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준다.

요리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는데 바로 엄마(문소리 분)와의 추억이다. 집 떠나와 혼자 생활하는 기혼자 혹은 자취하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돌이킬 법한 요리들. 된장국, 시루떡, 막걸리, 콩국수, 파스타, 맛밤, 크렘 뷔륄레, 오코노미야키 등 국적을 떠나 많은 음식이 나온다. 음식과 함께 혜원은 어린 시절 요리와 얽힌 엄마의 추억을 떠올리는데 자연스럽게 감성을 툭 치고 지나간다. 극중 등장한 음식을 통해 관객들은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영화의 포인트인 계절 변화는 눈을 즐겁게 한다. 쓸쓸하게 느껴질 법한 겨울을 시작으로 새잎 돋아나는 싱그러운 봄, 일사병 조심해야 할 여름, 노을을 바라보면서 한적해지는 저녁의 여유를 즐기게 될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리틀 포레스트'의 이 사계절은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인 동시에,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의 멋을 느끼게 한다. 멋 부리지 않아도 멋진 자연은 혜원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그려진다. 이는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리틀 포레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장작 패고, 모를 심고, 쑥을 캐고, 쓰러진 벼를 세우는 시골 아가씨로 변신한 김태리는 싱그러우면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와 함께 실제 친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호흡을 보여준 류준열, 진기주. 류준열은 허허실실 웃으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똑부러지게 선택한 멋진 청년 농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김태리와 투닥거리면서도 오랜 벗처럼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한다.

고향에 가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친구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직장 상사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은숙을 연기한 진지주는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는 다양성 연기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툭툭 내던지는 말투나 때로 애교 넘치는 모습은 절로 웃음 짓게 한다.

이처럼 '리틀 포레스트'는 오감을 만족케 한다. 보고 듣는 재미가 가득했다. 짧지만 긴 여운과 용기를 심어주는 영화임은 분명했다.

2월 28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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