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의 기약없는 리빌딩..차·포 떼고 시즌맞는 매팅리

[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입력 : 2018.02.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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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매팅리 감독. /AFPBBNews=뉴스1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난 시즌 1965년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2013년 시즌만해도 애스트로스는 무려 111패(51승)나 당했다. 당시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하는 참담한 성적을 거두자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의 시청률이 0%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막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018년 시즌에는 어쩌면 5년 전 애스트로스보다 더 많은 패배를 당하는 팀이 나올 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 최악의 승률 또는 최다 패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1916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는 36승117패로 승률이 0.235에 불과했다. 뉴욕 메츠는 창단 첫 해였던 1962년 40승120패를 기록했다. 이 같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팀은 바로 마이애미 말린스다.


지난 시즌 59개의 아치를 그려낸 홈런왕 지안카를로스 스탠튼을 비롯해 크리스천 옐리치, 마르셀 오수나, 디 고든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말린스에서 3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돈 매팅리 감독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다. 장기로 치면 차, 포, 상을 모두 떼고 두라는 셈이다. 주축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들을 챙겼지만 즉시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는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하다.

이처럼 분위기가 좋지 상황에서 같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가 매팅리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말린스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외야진을 보유하고 있는 팀으로 투수진만 조금 보강한다면 얼마든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는데 왜 주축 선수들을 모조리 내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하퍼의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

이에 대해 매팅리 감독은 “하퍼는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써야지 다른 팀에 대한 내정 간섭을 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라며 “자세한 팀의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자기 팀도 아닌 말린스 구단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지금부터 불과 3년 전인 2015년 시즌 직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말린스에게 쏠렸다. 당시 말린스는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13년 3억2천500만 달러의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천 옐리치와도 7년 4천9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었다. 또 1년 후에는 돈 매팅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창단 후 3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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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사고로 사망한 호세 페르난데스. /AFPBBNews=뉴스1


그러나 말린스는 스탠튼, 옐리치와 장기 계약을 체결한 이후 승률 5할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스탠튼이 메이저리그 최다인 59개의 홈런포를 터뜨렸고, 팀 타율도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지만 평균자책점 4.82에 그친 허약한 투수진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플레이오프이 좌절됐다. 만약 사고로 세상을 등진 호세 페르난데스가 있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최근 밀워키 브루어스로 둥지를 옮긴 옐리치(26)는 21일(한국시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말린스를 떠난 동료들이나 아직 팀에 남아 있는 동료들의 공통된 견해는 확고부동의 에이스였던 페르난데스의 사고로 팀의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고 견해를 밝혔다.

쿠바 출신인 페르난데스는 약관 20세이던 2013년 시즌 12승6패, 평균자책 2.19로 LA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와 류현진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잦은 부상으로 2014년부터 2년 동안은 116.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불 같은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2점대의 평균 자책점을 유지했다. 2016년에는 16승8패, 평균자책 2.86을 기록하며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정규시즌 마감을 일주일 앞둔 9월25일 보트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한편 지난해 8월 브루스 셔먼과 손을 잡고 말린스 구단을 인수한 데릭 지터는 뉴욕 양키스의 캡틴 선배인 매팅리 감독과 재회하게 됐지만 대대적인 파이어 세일을 단행해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터 입장으로서는 스탠튼이 홈런포를 59개나 쏘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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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지터. /AFPBBNews=뉴스1


간발의 차이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양키스가 여전히 천문학적인 연봉이 남아 있는 스탠튼을 영입해가자 완전히 판을 새롭게 짜기로 마음을 굳힌 지터는 팀내 주축 선수들을 모두 시장에 내놓는 결단을 내렸다. 당분간 몇 년 동안은 진통이 따르겠지만 애스트로스의 전철을 밟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제 관건은 말린스 팬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리빌딩 작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느냐다. 아무리 애스트로스의 선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에 이제 막 첫 걸음을 들여 놓은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양키스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한 시대를 호령했던 지터 구단주와 매팅리 감독에게 2018년 은 매우 긴 시즌으로 여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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