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FOCUS] 마男사냥인가? 성폭력 가해자인가? 배우 오모씨 위험한 침묵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2.21 17:13 / 조회 : 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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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남사냥인가? 성폭력 가해자인가?


연극 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고발 이후 문화계가 미투(MeToo,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으로 들끓는 가운데 배우 오모씨를 또 다른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인터넷 댓글로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5일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관련 기사 댓글에 "90년대 부산ㄱ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 은밀히 상습적 성추행 하던 연극배우.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 지금은 코믹 연기하는 유명한 조연 영화배우"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저는 끔찍한 짓을 당하고 이후 그 충격으로 20여년 간 고통받았으며 정신과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 뻔뻔함. 반드시 천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또 지난 19일자 이윤택 연출가 관련 기사에 올라온 또 다른 댓글은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명인 오모씨는 할 말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유명한 코믹연기 조연영화 배우이지요. 90년대 초반 이 연출가가 부산가마골소극장을 비웠을 때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손가락으로 그곳을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니까요. 똑바로 쳐다보면서. 제게는 변태 성추행범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댓글들이 SNS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댓글이 지목한 오모씨가 영화계에서 워낙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인 탓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배우 본인과 소속사 또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일절 연락조차 받고 있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문제는 과연 이 인터넷 댓글이 사실인지 여부다. 피해자를 자처한 댓글이 사실인지, 조작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연희단거리패 출신 유명 배우들이 이윤택 성폭력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것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라온 댓글인 탓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우려해 익명인 댓글로만 입장을 나타냈을 지 모르지만, 이 두 댓글 외에는 오모씨에 대한 성폭력 피해글, 특히 실명을 밝힌 글이 전혀 없다. 미투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있게 나선 것과는 전혀 다르다.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오모씨를 마남사냥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남사냥과는 별개로 오모씨의 침묵도 위험하다. 오모씨는 21일 오후 확인전화가 빗발치는 탓인지 전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30여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인지, 피해자를 찾아 사과를 하려는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넘어가길 바라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소속사 또한 20일 저녁부터 일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사실이라면 뒤늦게라도 피해자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마땅하다. 억울하게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이 찍혔다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서 뿐 아니다. 그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는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오모씨가 이미 촬영을 마쳤고,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익명이길 바란 영화 관계자는 "사실이면 당연히 사과를 하고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사실이 아니면 자신과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이 작업 중인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다들 어떻게 해야 될지 기다리고 있다"면서 "본인이 입장을 밝혀야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오모씨는 이 또한 지나가길 바랄지 모른다. 그러나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사람들의 칭찬에는 익숙하고 비판에는 침묵하지 않길 바란다. 그게 그의 연기를 사랑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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