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늘, 조민기 성추행 폭로 "절대 용서 못할 잘못"

20일 밤 SNS에 장문의 글 올려.."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 아니다" 주장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8.02.21 06:59 / 조회 : 38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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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기 /사진=스타뉴스


배우 조민기가 교수 재직 중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그의 제자였던 신인 연극배우가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을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일 조민기가 성추행으로 인해 청주대학교에서 교수직 박탈 및 중징계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주대 측은 지난해 11월 여학생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조민기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민기가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오는 28일 교수직에서 면직 처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조민기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관련 내용이 익명 신문고를 통해 대학 측에 알려지게 됐고, 불특정 세력으로부터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조민기는 결백을 밝히기 위해 법적 조치 진행 여부도 생각했으나, 가장 먼저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민해 최대한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을 해주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밤 11시께 자신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라고 밝힌 연극배우 송하늘은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조민기가 교수 재직 중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송하늘은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저와 저의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 저는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송하늘은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 2, 제 3의 피해자가 저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며 지난 2013년부터 자신이 겪었다는 일들을 밝혔다.

그는 "2013년,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은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학과 내에서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예술대학에서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며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다"고 했다.

송하늘은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며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고 했다.

계속해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와 친구는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끝까지 만류했고 씻고 나오라며 갈아입을 옷을 꺼내주고 칫솔까지 새 것으로 꺼내주었다. (중략)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제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무력감이 들었다. 힘으로 버텨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고 했다.

송하늘은 남자친구와 조민기의 오피스텔에 방문했던 날을 떠올리며 "하루는 당시 제 남자친구와 함께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로 불려갔었다. 남자친구는 술이 약해 그 자리에서 먼저 잠이 들었고 저는 혼자 그 상황을 버텨야 했다. (중략) 조민기 교수는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00이랑 XX 어떻게 하냐", "00이랑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냐"는 등의 성적인 질문들을 농담이라는 식으로 쏟아냈고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지만 웃음으로 어물쩡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시간이 흐르고 조민기 교수가 취해 침대로 가기에 이때다 싶어 남자친구를 흔들어 깨웠는데 많이 취한 남자친구가 쉽게 일어나지 않자 저를 침대 곁으로 부르더니 홱 가슴을 만졌다. 제가 당황해서 몸을 빼자 '생각보다 작다'며 웃어넘기려 했고 수치스럽고 불쾌하고 창피해서 어지럽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나서 자는 남자친구를 억지로 깨워 들쳐 메고는 도망치듯이 오피스텔을 나왔다. 다음날 학교에서 마주친 조민기 교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를 대했다. 전날 밤의 성추행범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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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하늘이 SNS에 올린 글


송하늘은 노래방에서 조민기가 성추행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2014년 1학기, 노래방으로 팀 회식을 갔던 날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며 지난 20일 SBS 뉴스 보도에 대해 조민기 측이 '노래방 끝나고 격려차원에서 안아준 것뿐'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송하늘은 "1차에서 거나하게 취해 흥이 오른 조민기 교수가 앉아있는 여학생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슴을 만지는 등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다"며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가만히 앉아있던 여학생의 다리를 갑자기 번쩍 들어 올려 상의가 뒤집어져 속옷이 다 보이기도 했고 한 여학생을 벽으로 밀어놓고 후배위 자세를 취한 채 리듬을 타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겨우 노래방을 빠져나와서 다 같이 취한 조민기 교수를 배웅하려 죽 서있는데 인사를 하던 중 저에게 다가와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송하늘은 "지금 제가 속한 세계에서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꿈이,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약점이 된다"며 "저 이전의 수많은 선배들과, 이후의 수많은 후배들이 꾹꾹 참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고통 속에 참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연기 못하게 될까봐,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이 세계에 발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그렇다. 혹은 아예 꿈을 포기해버리는 일도 더러 있었다"고 했다.

이어 "꿈을 키우고 실력을 갈고 닦을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이 성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라며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나서서 행동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듯이, 나도 나의 후배들에게 ‘조심하라’는 말 밖에 해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부디 다시는 어떤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는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하는 괴물이 발도 붙일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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