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시선] 평창올림픽 김보름 사태? '원인 제공자'인 빙상연맹은 '뒷짐'

강릉=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2.21 06:00 / 조회 : 8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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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스피드스케이팅이 시끄럽다. 팀추월에서 나온 경기 운영이 문제가 됐다. 김보름(25)과 박지우(20)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수습이 잘 안 되는 모양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렇다 할 모습은 없다. 선수와 감독에게 '맡기는' 모양새다.

노선영·김보름·박지우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 나섰다. 결과는 3분03초76으로 7위였고,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시작부터 상대인 네덜란드에 1초 이상 뒤졌고, 이후 점차 밀렸다. 그리고 한 바퀴는 남긴 상황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치고 나갔다. 하지만 가장 뒤에 있던 노선영이 따라가지 못했다.

우려했던 부분이다. 노선영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인해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고, 선수촌에서 나왔다. 각종 인터뷰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러시아 선수의 출전 불발로 인해 예비 순번이던 노선영에게 기회가 온 것. 노선영으로서도 난처한 상황이 됐지만, 고심 끝에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백철기 감독에 따르면,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노선영이 중간에 있는 것보다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직접 냈고, 백철기 감독이 이를 수락했다. 노선영의 컨디션이 좋아 보였기에 그렇게 하도록 결정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백철기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결국 노선영의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노선영이 SBS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말한 적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진흙탕 싸움으로 가는 모습이다.

어쨌든 일파만파 일이 커졌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김보름은 눈물을 계속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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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팀추월 대표팀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그런데 묘한 부분이 하나 있다. 본 사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빙상연맹은 철저할 정도로 뒤로 빠져있었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빙상연맹에 있다. 최초 노선영의 팀추월 출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도 결국 빙상연맹의 착오에 기인한다.

그래도 빙상연맹은 "ISU에 문의했고,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말을 바꿨다"며 책임을 ISU에 떠넘겼다. 변변한 사과조차 없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김상항 회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이 사과문이 나온 날이 1월 26일이다. 마침 1월 26일은 노선영이 다시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된 날이기도 했다.

고심 끝에 노선영이 올림픽에 나서기로 했지만,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었다. 노선영이 이미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과 속상함을 밝혔고, 몇몇 선수가 팀추월 훈련을 따로 한다는 폭로까지 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나서 노선영의 슬픔을 잘 보듬을 필요가 있었고, 좋지 않은 분위기의 팀을 잘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 이것을 해야 할 곳은 빙상연맹이었다. 하지만 빙상연맹이 이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20일 긴급하게 잡은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의 모습은 없었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김보름이 자리했고, 백철기 감독이 왔다. 노선영은 감기몸살이 심해 오지 못했다는 백철기 감독의 설명이 있었다.

기자회견을 안배하는 것도 빙상연맹의 몫이다. 노선영이 오지 못할 상황이라면, 차라리 다음에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알맹이가 쏙 빠진 기자회견이 된 모양새다. 더불어 빙상연맹 관계자는 한 명도 기자회견에 나서지 않았다.

노선영의 불참도 다소 미스테리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빙상연맹 관계자는 노선영의 불참에 대해 "노선영 본인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이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나올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쪽은 '안 왔다'고 했고, 한 쪽은 '못 왔다'고 했다. 뭔가 묘하다.

확실히 어수선하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빙상연맹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 백철기 감독이 나서 "아직 경기가 남았다. 힘을 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하며 '총대'를 멨다. 애초에 원인을 제공했던 빙상연맹은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연맹'이란 '공동의 목적을 가진 단체나 국가가 서로 돕고 행동을 함께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조직체'라는 뜻이다. 공동의 목적은 확실하다. '성적'이다. 하지만 '서로 돕고 행동을 함께'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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