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긴급 기자회견' 백철기 감독 "힘줬으면"..김보름 "내 잘못 크다" (종합)

강릉=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2.20 18:18 / 조회 : 5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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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자 팀추월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노선영(29)은 심한 감기몸살로 참석하지 못했고, 김보름(25)과 백철기 감독이 자리했다.

빙상연맹은 20일 오후 5시 30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있었던 팀추월 경기의 논란에 대한 설명을 위한 자리였다.

상황은 이랬다. 전날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20)는 여자 팀추월에 출전해 7위에 그쳤다. 준결승 진출도 실패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치고 나간 반면, 노선영이 뒤로 크게 처졌다.

팀추월 경기는 마지막 세 번째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앞에 두 명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세 번째 주자의 기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뒷 주자가 처질 경우, 가운데 두고 밀어주면서 레이스를 끌어간다.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앞만 보고 달렸고, 노선영은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챙기지 않고, 자기만 생각했다는 비난이 커졌다.

인터뷰도 문제가 됐다. 김보름은 "안 맞은 것은 없다. 이렇게 연습을 했다"며 "박지우가 스타트를 해 스피드를 올리고 (노)선영 언니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우리 조합을 봤을 때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져 격차가 났다"고 설명했다. 자칫 노선영 때문에 처졌다는 말로 들릴 수 있었다.

상황이 점차 커졌다. 청와대 청원까지 들어갔고, 3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결국 빙상연맹이 기자회견을 열었고,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참석했다. 또 다른 선수 노선영은 심한 감기몸살로 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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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백철기 감독은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많은 분들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올림픽 시작 후 4강을 목표로 했고, 계획을 수정했다. 총 6바퀴 가운데 3바퀴를 김보름이 끌고 가기로 했고, 나머지 3바퀴는 박지우와 노선영이 끌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전에 노선영이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중간에 놓고 가는 것보다 속도를 유지시키면서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직접 냈다. 그래서 노선영을 가장 뒤로 뺐다. 선수들이 대화를 통해 좋은 모습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 노선영의 판단을 무시할 수 없었다. 노선영이 1500m에서 좋은 기록을 냈고,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라고 더했다.

현장 상황에 대해서는 "링크 내 분위기 때문에 전혀 앞에서 파악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도자들 역시 큰 소리로 전달했지만,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수와 지도자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앞에서는 목표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달렸다. 함성이나 큰 응원으로 뒤에서 거리가 벌어진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챙기지 못한 것은 틀림없이 잘못이다. 반성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백철기 감독은 "이해를 좀 해주셨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이다. 김보름도 충격이 크다. 오늘도 '(노)선영 언니가 안 오면, 자기도 못 가겠다'며 덜덜 떨었다. 아직 경기가 남았다. 남은 경기 잘 치를 수 있게끔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 팀추월 순위전도 있고, 중요한 매스스타트가 남았다.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많은 힘을 주셔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함께 자리한 김보름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김보름은 "경기를 하고 나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상처를 받으신 것 같은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처진 선수를 너무 놔둔 것은 아닌가 묻자 "3위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1차적으로 4강에 나가야 했다. 3바퀴를 리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선수마다 역할이 있고, 정해진 랩타임이 있다. 그 랩타임을 해야지 4강 진출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두 바퀴는 29초로 통과했어야 했다. 앞에 네 바퀴를 정말 잘 탔다. 해낼 수 있다는 욕심이 나 29초만 신경 썼다. 결승선에 다 와서야 처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선두에 있을 때 뒤에 선수를 챙기지 못한 점은 내 잘못이 크다"라고 더했다.

억울한 부분은 없는지 물었다. 이에 김보름은 "억울한 부분은 없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내 잘못이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백철기 감독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내 울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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