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임창정 "정점 찍었다? 인생백년, 전성기는 아직"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2.20 17:29 / 조회 :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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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사진=이기범 기자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색즉시공' '시실리 2㎞' '1번가의 기적' '스카우트' 등등. 한 때 임창정이 출연하면 믿음이 있었다. 루저의 진한 애환을 그리거나, 웃기거나, 둘 다 이거나.

그랬던 임창정이지만 최근작들 성적은 뼈아프다. '치외법권' '로마의 휴일' 등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 스스로도 "흥행참패 배우라고 해도 된다"고 할 정도. 그렇지만 임창정은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60대, 70대가 돼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한 때 출연작마다 망했던 때가 있었다라고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28일 개봉하는 '게이트'는 그런 임창정의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다. '게이트'는 기억을 잃은 검사가 금고털이 일당과 권력자의 비자금을 털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임창정은 '치외법권'으로 인연을 맺은 신재호 감독과 영화사를 차리고, '게이트'에 제작 각색 주연 음악까지 참여했다. 임창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게이트'에 주연 뿐 아니라 각색, 제작,음악까지 참여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출연은 맨 마지막에 결정했다. 신재호 감독이 신동엽이란 이름으로 영화를 만들 때 잘 안됐다. 사람이 워낙 좋아서 도와주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나도 그렇다. 원래 내가 '한탕'이라는 영화를 하려 했다. 투자가 잘 안 돼 제작이 중단됐다. 그런데 신재호 감독이 '한탕'에 당시 뉴스를 달궜던 이야기를 첨가해서 각색을 한다고 하더라. 신 감독이 기자들과 술 먹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그렇게 최순실 모티프로 영화를 만든다고 기사가 났다. 그 기사를 보고 신재호 감독에게 "니가 제정신이냐. 그건 그렇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막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렇게 각색한 시나리오를 보면 말이 안되는 부분도 많았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녹아들 수 있을지 도와주게 됐다.

'한탕'을 하기로도 했었고, '한탕' 각색도 참여했기에 이 영화도 애정이 없을 수가 없었다. 대놓고 최순실만 아니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음악도 내가 하는 일이다보니 순수하게 도와줘야겠다고 하다보니 하겠다. 원래는 우정 출연 정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돈도 부족하다고 해서 보태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아예 신재호 감독이랑 제작사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내놓은 첫 작품이 '게이트'가 됐다.

-'게이트'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하는데.

▶원래는 더 노골적인 게 많았다. 그런데 그게 꼭 최순실 국정농단이냐고 하면 그렇게 볼 수는 있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저걸 사람들이 비행기라고 하지만 난 새로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술은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소리와 같은 뜻인가.

▶그건 아니다. 술을 먹은 건 팩트 아닌가. '게이트'는 그 여인을 최순실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게 팩트다. 강남 아줌마인 것이지. 애초 '게이트'는 그런 걸 이야기하려 한 게 아니다. 기업들을 어떻게 한다거나 성형외과에 간다든가 그런 사건들을 쫓는 게 아니다.

-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노골적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나.

▶욕을 많이 먹으니깐요. 지난 한 해 동안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 또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국정농단이 이 영화의 메인 주제도 아니고.

-제작에도 참여했으니, 결국 국정농단 사건이 노골적이지 않으면 이 영화에 재밌겠다고 판단한 셈인데.

▶그렇죠. 그 문제를 가볍게 차용하는 것에 대해선 이미 초창기부터 신재호 감독이 많은 욕을 먹었다. 난 의리와 일적인 관계에서 균형을 잡으며 소방수 같은 역할을 하려 했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는 그 문제로, 올해 MB도 그렇고, 내년에도 이런 권력형 사건사고를 분명 겪을 것이다. '게이트'는 그런 권력형 비리를 차용하면서 가벼운 터치로 그리려 한 영화다. 그걸로 뭘 하려고 한 건 아니다. 메시지도 없다. 최순실 사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웃기고 싶었다. '도둑들'을 만들고 싶은데 사이즈가 안되니 가볍게 만들려 했다.

-더 노골적이었는데 뺀 장면은 어떤 내용이었나.

▶마지막에 사람들에게 익숙한 뉴스와 비슷한 장면을 넣어서 그게 그 사건 해결의 시작이다처럼 보여주는 장면을 재미로 만들었다. 역시 재미로 만들면 재미없어서 뺐다.

-기억을 잃은 검사 역할을 맡았는데. 여느 영화라면 검사라는 직업이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텐데 '게이트'는 또 다른데.

▶이미 그 사건의 해결은 사회가 했다. 촛불이 했다. 이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그 사건들 속에 있었을 뿐이지. 왜 검사냐고 한다면, 의문의 사고로 검사가 바보가 됐지만 그걸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게 아니다. 검사였지만 동네바보가 된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그 사건 속에서 벌이는 재밌는 허구, 소설, 상상이 주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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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사진=이기범 기자


-'게이트'에선 임창정이 일부러 코미디 톤을 강하게 가지 않고 조절한 것 같은데.

▶그랬던 게 맞는 것 같다. 나무 나서지 말아야겠다, 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제작자로서 정려원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든지.

▶그 정도까지 똑똑하지 않다.

-아이들이 커가고 있어서 과거 같은 코미디를 안 하려 했다든지.

▶말도 안된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 역할이 그렇게 코미디를 강하게 할 만 게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임창정이 억지 웃음을 자아내려 했다고 썼을 것이다. 그게 필요한 역할이 있고, 아닌 역할이 있는데, '게이트'는 그게 필요하지 않은 역할이었을 뿐이다.

-최근 영화들이 과거처럼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흥행참패라고 해도 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럽죠. 기분이. 노력은 하는데 안되는 것이다. 좋은 감독들과 예전에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분들과는 요즘에는 잘 안 만나게 된다. 언젠가는.

-'게이트'가 제작사를 차리고 첫 작품인데 또 다른 영화를 기획하고 있나.

▶하는 일이 많아서 바쁘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엔딩 크레딧에 각색, 기획, 제작, 음악에 다 이름을 올렸는데.

▶즐기면서 했다. 다 중점을 두고 일했고 최선을 다했다.

-음악과 연기, 예능 모두 정점을 찍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더 집중할 만한 한 분야를 택할 생각은 없나.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목표가 자주 바뀌기도 한다. 계획이나 목표나 현실적인 조건에 많이 영향을 받지 않나. 그러다보면 생각이 바뀌고 목표가 바뀌기도 하고. 그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할 분이다. 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목표를 이루게 되고, 또 그러고 나면 다른 목표가 생기고. 그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공연은.

▶재작년에는 전국 투어를 했지만 작년에는 안 했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었다. 내 공연은 노래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기대하는 게 많다. 그래서 싸이나 DJ DOC처럼 계속 연구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부지런하게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관심사는.

▶골프다. 담배 끊은 지도 5년째고. 탄수화물도 확 줄였다. 밥알을 3알씩 10번 30알을 세면서 먹는다.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이나 육아 예능 프로그램 제안도 들어올텐데. 왜 안하나.

▶제안이 안온다. 내가 안하는 걸 알기에 그러는 것 같다. 제주도 내려와서 사니 더욱 안 오는 것 같다.

-창정네 민박집이랄지도.

▶전혀 생각 없다. 아예 이참에 내가 만들어 버릴까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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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연출을 준비한다고 했었는데.

▶여자 주인공이 베트남 사람이다. 실제로 베트남에 가서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투자도 어느 정도 됐다. 그런데 아직 내가 내공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좋은 시나리오니깐 시간을 갖고 준비하고 싶어서 지금은 내려놨다.

-6년만에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 출연한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한다고 한 적도 없는데 기사가 났다. 그래서 계속 검토하다가 안 하게 됐다. 좋은 제안이 오면 TV드라마도 당연히 한다. 난 어떤 한 대사, 어떤 한 장면이 꼽혀서 정말 그걸 해보고 싶으면 설사 시나리오가 엉망이어도 한다. 그걸 어떻게 잘 살리느냐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음악도 그렇고, 예능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사람들이 나보고 정점을 찍었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곤 한다. 그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기간을 놓고 보면 맞다. 하지만 난 백년을 살 것이다. 어디가 전성기일지, 지금 잘 모를 뿐이다. 나중에 60대, 70대가 돼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꿈을 꾼다. 가요대상을 받는 꿈도 꾸고. 예전에는 뭔가를 쫓으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예전에 하는 영화마다 안 될 때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꿈. 그런 꿈을 먹고 산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한다.

-'로마의 휴일'에 이어 '게이트'에서도 정상훈과 호흡을 맞췄는데. '게이트'에선 정상훈을 추천도 했고.

▶정상훈은 무엇보다 착하다. 성실하고 열심이다. 예의 바르고.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도와주고 싶은 친구다. 지금은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왜 사람이 그렇지 않나. 고생한 걸 아니깐 성공하면 절로 박수 쳐주고 싶은 사람. 정상훈이 그렇다. 최근 김생민도 그렇다. 잘 되는 걸 보고 눈물이 나더라.

-신재호 감독도 그렇고, 정상훈도 그렇고, 임창정이 사람을 볼 때 첫 번째는 착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내가 못 되서 그런가 보다. (웃음)

-차기작은.

▶아직이다.

-음반은.

▶아직이다.

-바쁘다고 했는데.

▶골프도 치고, 애들도 키우고. 족발집도 오픈했다.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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