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이윤택發 미투운동, 공연계 전반으로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2.20 16:23 / 조회 : 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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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나선 연극연출가 이윤택 / 사진=이기범 기자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시작된 연극계 '미투'(#MeToo) 운동이 더욱 거세게 번져가고 있다. 이윤택이 직접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는 대신 더 커가는 모양새다.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폭로가 나왔고, 쑥대밭이 된 연극계를 넘어서 공연예술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30년 넘게 연희단거리패를 이끌며 한국 연극계의 대부로 불려 온 이윤택 연출의 성추문은 지난 14일 촉발됐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약 10년 전 연극 '오구'에 출연하며 이윤택 연출이 '안마'를 요구하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피해자는 한 사람에 그치지 않았고, 연이은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다음날 배우 김수경은 2012년 '코마치후덴'이란 작품 객원배우로 나섰을 시절 발성연습을 핑계로 이 연출이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극단 바보광대의 추은경 대표는 7년간 연희단패거리에 있으며 수없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고백했다. 지난 17일에는 배우 김보리(가명)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이윤택 연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19일 오전 기자회견에 나선 이윤택은 "그 동안 제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서 그 어떤 벌도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는 더이상 연극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된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절차를 밟아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버텼다.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추가 폭로는 이어졌다. 극단 나비꿈 대표인 배우 이승비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여기에 배우 김지현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패거리에서 활동하면서 이윤택 연출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과 낙태를 경험했고, 탈퇴 후 공황장애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윤택의 성폭행을 폭로했던 김보리씨는 국가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하용부 밀양연극촌 촌장에게도 2001년 성폭행을 당했다고 2차로 폭로해 또한 파문을 더했다. 이윤택은 밀양연극촌의 예술감독을 맡아오다 추문이 불거진 이후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밀양연극촌, 가마골소극장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난 터다. 이에 문화재청은 20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한 하용부씨는 정상적인 전승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지급하던 전수교육 지원금 지급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연극배우 이명행이 과거 성추행 전력으로 물의를 빚어 출연 중이던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이명행은 지난 11일 소속사를 통해 사과하며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분들에게 특히 성적 불쾌감과 고통을 느꼈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의 잘못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후회스럽고 너무나 가슴아픕니다"라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

'미투운동'은 연극계에 그치지 않고 뮤지컬계로도 번졌다. '타이타닉' '시라노'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온 변희석의 성희롱 폭로가 터져나온 것.

변 음악감독이 이끌었던 뮤지컬 오케스트라팀 단원의 친구라는 글쓴이는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달고 그가 여성 단원들에게 '생리를 하지 말아라'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으며, 남자배우들의 상의 안에 옷을 집어넣어 특정 부분을 만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변희석 음악감독은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려 사과했다. 변 음악감독은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원글쓴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어떤 말로도 제가 한 행동들을 합리화할 수 없고 원글쓴이께서 받은 상처와 모욕감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여성으로서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발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정도로 무지했다"며 "이 순간에서야 그간의 잘못을 돌아보고 뉘우치게 된 것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뒤이어 또 다른 원로 극작가 겸 연극 연출가 오태석의 성추행 의혹이 터져나오는 등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제식으로 지도 및 전수 환경, 권위주의적이고도 폐쇄적인 극단 문화 등 연극계의 특수한 구조가 폭력을 답습하고 외면하는 데 영향을 미쳐왔다"며 "한동안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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