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값진 銀' 이상화 "압박·부담 없어져 펑펑 울어"(일문일답)

강릉=한동훈 기자 / 입력 : 2018.02.19 15:06 / 조회 : 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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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사진=뉴스1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할 것 같다."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19일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지용 선수단장과 이석규 코치도 자리했다.

앞서 이상화는 지난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다음은 이상화와 일문일답.

-대회 마친 소감은.

▶4년을 기다려서 평창까지 오게 됐다. 결과는 은메달이었지만 홀가분하다.

-다음 올림픽 볼 수 있는지.

▶아직 확답은 못 드린다. 일단 다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다. 다음 올림픽은 아주 먼 이야기다. 나중에 이야기 드리겠다.

-어제 경기 직후와 지금 기분이 좀 다른가.

▶똑같다. 대회 전부터 경기 끝나면 어떨까 상상을 많이 했다. 지금도 울컥하다.

-고다이라 나오와 의외로 친분을 과시했다.

▶저도 나오도 둘 다 올림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 할 시간도 없었다. 각자의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해왔다. 이제는 다 끝났으니까 축하를 주고 받았다.

-눈물의 의미는.

▶정말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년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이렇게 또 평창이 순식간에 찾아올 줄 몰랐다. 압박과 부담이 다 없어져서 펑펑 운 것 같다.

-무얼 하면서 쉬고 싶은지.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다. 아침 일어나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또 운동 나가는 시간 등이다. 다 끄겠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싶다.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고위 임원이 경기 당일 오전에 찾아왔다는데.

▶이미 나는 깨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컨디션을 망쳤다는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들어서 당황스럽다. 이른 시간도 아니었고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방문하신 걸로 알고 있다. 여기서 더 이야기할 내용은 없는 것 같다.

-힘든 시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소치 때에는 내가 정상에 있었다. 세계신기록도 세우고 몸 상태가 정말 좋았다. 스케이트 타는 게 쉬웠다. 부상을 당하면서 감을 잃었다. 감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여기까지 끌어 올린 것 자체가 큰 과정이었다.

-개인적으로 감동 받은 반응은.

▶작년부터 은메달로 시작해 은메달로 마무리했다. 은메달을 따면 죄인이 된 기분을 받았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어느날 내 친구가 응원 댓글을 보여줬다. 링크장에도 응원 문구가 걸려있었다. 작은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그런 것들로 위안을 삼았다.

-SNS에 '난 나야' 의미는.

▶알람은 다 끝 상태다. 나오와 많이 비교됐다. 나를 위한 메시지다. 주변 사람 의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주문을 외우다 보니 그런 해시태그가 나온 것 같다.

-부모님이 경기장에 오셨는데.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밴쿠버 삼총사, 이승훈 모태범 선수가 응원 많이 해줬는지.

▶승훈이도 힘내라고 했고 태범이는 떨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냥 떨린다고 답을 했다. 위로와 격려 많이 받았다.

-메달은 오빠에게 선물할 생각인지.

▶은메달도 색이 예쁘다.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할 것 같다.

-세계신기록 애착이 남다를텐데.

▶올림픽 신기록은 깨질 것이라 생각했다. 소치 빙질보다 훨씬 좋았다. 나 또한 36초 후반을 예상했다. 어차피 기록은 깨지는 것이다. 세계신기록도 깨질 것이다. 미련은 없다.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김연아 선수와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려져 있는데.

▶메시지 주고 받았다. 이제 편히 내려놓고 푹 쉬고 곧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은퇴를 보류한 이유가 있는지.

▶일단 능력이 있으면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 2년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내 경기는 어제 끝났다.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중에 결정할 문제다.

-문자는 몇개나 왔고, 경기 영상 다시 봤나.

▶천 몇 개 와있었다. 경기 영상은 보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보면 더 아쉬울 것 같아서 먼 훗날 진정이 된다면 보겠다.

-고다이라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나보다 나이도 많다. 나는 1000m 포기하고 500m 출전했다. 나오는 1000m, 1500m 다 출전했다. 대단하다. 등수와 상관없이 격려해주는 마인드가 정말 대인배라 느꼈다.

-감사드리고 싶은 분은.

▶엄청 많다. 케빈 코치님, 이석규 코치님도 감사하다. 물심양면으로 많이 챙겨주셨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금메달이 아니어서 속상하지만 은메달로도 칭찬해주셨으면 좋겠다.

-남은 올림픽 어떻게 보내실 생각인가.

▶나오 선수는 올림픽 끝나고 또 경기가 있어서 같이 놀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쇼트트랙 계주 응원이랑 아이스하키 가보고 싶다.

-힘든 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나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하면서 지냈다. 금메달도 2개 있고 세계신기록도 있다. 그런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도 노련하게 이겨낸 것 같다.

-15조 조편성 됐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마지막 조에서 타지 않기를 바랐다. 15조에 걸려서 좋았다. 인코스, 아웃코스는 상관 없다. 단지 앞 조에 나오 선수가 있었다는 게 부담됐다. 내가 타기 전에 그 기록을 들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함성 소리가 커서 어차피 못 들었다.

-폐막식이 생일인데.

▶받고 싶은 선물이 너무 많다. 좀 적어봐야 될 것 같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몸 상태가 나태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올림픽 끝나고도 경기가 있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이렇게 나태해지지 않고 은메달 딸 수 있었다.

-아직도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은가.

▶저는 100점이다. 재활하고 좋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건재하다는 걸 느꼈다.

-남은 기간은 즐겁게 탈 수 있지 않겠나.

▶그럴 것 같다. 소치 끝나고는 4년 뒤에 평창이 있었다. 준비가 힘들었다. 부담이 심했다. 내가 1, 2년을 더 한다면 순위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스케이팅을 할 것 같다.

-레이스 끝나고 부모님을 보고 울컥했다.

▶더 울컥했다. 올림픽 현장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울컥했다. 경기 전에 부모님 좌석이 딱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가서 손 인사 했다.

-즐거운 스케이트는 무슨 뜻인가. 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별 뜻 없다. 성적 압박 받았다면 성적에 상관 없이, 즐기고 싶다는 뜻으로 말씀드렸다.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 스프린터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

-안방 올림픽이라 무엇이 달랐나.

▶올림픽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파트에서 지냈다. 집 같았다. 밖에 다 한국 사람들이다. 그래서 부담이 덜 됐다. 밴쿠버나 소치에서는 올림픽이라고 피부로 느껴졌다. 그 전보다는 덜했다. 경기 준비하기에 더욱 수월했었다.

-마지막 코너 실수는 정확히 무엇인가.

▶위태롭다기 보다는 너무 빨라서 마지막 코너 구간부터 미스가 있었다. 그걸로 인해 코너를 매끄럽게 돌지 못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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