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이상화의 눈물 한 스푼, 노선영의 미소 한소끔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8.02.19 10:46 / 조회 : 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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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사진=뉴스1


“나는 너무나 수고했고 길고 긴 여정도 잘 참아냈다.”

지난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낸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자신이 치른 4번의 올림픽서 두 개의 금과 한 개의 은메달을 수확한 이상화. 비록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사상 3번째 3연속 올림픽메달리스트란 개인적 영예에 더해 소중한 또 하나의 메달을 한국선수단에 안겼다. 질주를 마친후 트랙을 돌며 흘린 그의 눈물은 보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스스로에게 전한 격려의 말처럼 길고 긴 여정 너무나 수고했음에 모두가 공감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후 금메달리스트인 고다이라 나오(32)와 함께한 인터뷰에서도 이상화는 "작년에 월드컵 시즌을 돌 때 나오에게 물어봤다. 베이징까지 할 거냐고. 그때 나오는 내가 하면 자기도 하겠다고 했었다.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벌써 이런 시간이 왔다. 일단 지금은 쉬고 싶다. 베이징은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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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와 고다이라 /사진=뉴스1


어찌됐건 18일로 이상화는 고질적인 왼무릎 부상과 하지정맥류 수술 등을 딛고 그녀 인생의 한단락을 마무리지은 건 사실이다.

그에 앞서 지난 12일밤 브라운관을 통해선 속후련한 미소 하나를 만났다. 역시 자신의 4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노선영(29·콜핑팀).

이날 노선영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 58초 75를 기록하며 27명 중 14위에 올랐다. 그의 세계랭킹은 53위. 선전였다.

그의 선전은 임효준의 첫 금메달에 버금갈만큼 주목을 받았다. 우선 올림픽 출전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불거진 출전불가 파동이 한몫했다. 그 억울함을 그는 “다시는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않다”는 말로 표현했다. 다행히 IOC가 약물스캔들 연루 러시아 선수 2명의 출전을 불허하며 예비순위 2위였던 노선영이 막차를 탔다. 그래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이유. 한국 쇼트트랙의 ‘아픈 별’, 그의 친동생인 故 노진규와의 약속이 빙상팬들을 뭉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남매는 2014소치에 함께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노진규가 태릉 훈련중 부상을 당해 낙마했다. 소치에서 은퇴할 예정였던 노선영은 동생과의 동반무대를 위해 평창올림픽에 함께 출전하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노진규가 골육종으로 향년 24세의 나이로 지난 2016년 4월 세상을 뜨면서 ‘동생 몫’까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출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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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사진=스타뉴스


역주를 마친 노선영은 인터뷰에서 ‘동생 노진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딱히 없다. 동생이 봐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고 한도 원도 남지않은 후련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장장 16년간 태극마크의 무게를 감당해온 이상화와 노선영. 그녀들의 눈물 한스푼과 미소 한소끔이 더해지면서 ‘평창의 감동’이란 레시피가 완성되어가는 느낌이다.

노선영이 인터뷰를 마친 후 신청했다는 GOD의 노래 ‘촛불 하나’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작은 촛불하나 켜보면 달라지는게 너무나도 많아/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져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이상화·노선영뿐 아니라, 윤성빈·임효준뿐 아니라, 대한민국 태극마크 전원뿐이 아니라, 평창의 모든 선수들이 제각각 촛불이 되어 평창을 밝히고 대한민국, 한반도를 너머 세계의 어둠까지 날려버리는 상상 한번 해본다. 올림픽에 해볼만한 상상아닌가.

이상화, 노선영 두 선수의 16년간의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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