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줌인] 알고 보면 17살 소년.. 그래서 더 대견한 차준환

강릉=김동영 기자 / 입력 : 2018.02.18 06:00 / 조회 : 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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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역대 최고 순위를 만들어낸 차준환. /사진=뉴스1



"엄마, 아빠에게 짜증 내고 투정도 부렸어요.. 오늘은 눈물이 나더라구요"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17·휘문고)이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나아가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 나이로 18살. 소년이다. 사춘기를 겪을 나이. 그래서 더 대단하고 대견하다.

차준환은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4.94점, 예술점수(PCS) 81.22점을 받아 합계 165.16점을 기록했다.

앞서 쇼트프로그램에서 83.43점을 받았던 차준환은 최종 합계 248.59점을 기록했다. 순위는 15위다. 차준환 개인으로도, 한국 남자 피겨 역사로 봐도 최고의 기록이다.

차준환은 쇼트에서 개인 최고점을 찍었다. 2017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받았던 82.34점을 넘어섰다. 프리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기록 160.13점(2016 요코하마 주니어 그랑프리)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연히 합계 점수도 개인 최고다. 2017 주니어 세계선수권 당시 올렸던 242.45점을 깼다.

그리고 차준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 15위-프리 14위_최종 15위에 자리했다.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당시 정상일이 기록했던 쇼트 18위-프리 16위-최종 17위를 모두 넘어섰다. 한국 남자 피겨의 새역사를 쓴 것이다.

이제 겨우 만 17세다. 한국 나이로 18세.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다. 3월이 되어야 2학년이 된다. 이런 어린 선수가 캐나다에서 힘들게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성과도 냈다.

경기를 마친 후 차준환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경기 전에 긴장도 많이 됐는데, 국민 여러분들과 팬들의 많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긴장감이 싹 사라졌다. 힘이 났고, 울컥했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어른스러웠다.

이내 '소년'다운 모습도 보였다. 차준환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옆에 계셔서 도움이 컸다. 아무래도 같이 있으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동안은 잘 몰랐다. 오늘 이른 아침에 공식 연습을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엄마와 통화는 못하고, 아빠와 통화했다. 아빠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리고는 그냥 눈물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무슨 투정을 부렸느냐'라고 묻자 "그건..비밀이에요"라고 답하며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가 가장 보고 싶어요. 통화가 아니라 만나러 갈거에요"라며 웃었다. 연기 중 나왔던 점프 실수를 말할 때는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이 순간은 또 발랄한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17살 남학생이라면 부모님께 짜증도 내고, 투정도 부릴 수 있는 '사춘기 소년'이다. 차준환도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냉정히 말해 차준환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만든 성과만 해도 충분히 좋다.

차준환은 "나는 이제 시니어 1년차다. 차근차근 부상 관리 최대한 잘해서 건강히 성장했으면 한다. 쿼드러플 점프도, 트리플 점프를 많이 뛰면서 느낌이 편하고, 괜찮을 것 같은 것으로 연습을 차근차근 하겠다"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차준환은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고, 이번 올림픽에 나섰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차준환은 개인 최고점을 만들어냈고,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역대 최고 순위도 만들어냈다. 17세 소년이 큰 업적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 더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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