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힙합신 미투' 키디비의 용기있는 외침과 걱정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8.02.17 11:00 / 조회 : 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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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블랙넛, 키디비 /사진제공=저스트뮤직, 브랜뉴뮤직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 출신 래퍼 키디비(27, 김보미)가 '미투'(#MeToo,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현상) 운동에 동참했다. 검찰, 문학, 영화계에서 연이은 '미투' 열풍이 분 데 이어 힙합 신에서도 성폭력 고발이 키디비를 통해 전해진 셈이다.


키디비는 지난 2017년 6월 2일 블랙넛(28, 김대웅)을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죄 등을 적용하며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검찰은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고 서울 방배경찰서는 블랙넛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재판에 넘겨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는 3월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키디비는 지난해 11월에도 추가로 블랙넛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번 2차 고소장에는 블랙넛이 자신의 공연에서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한 정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전했다.

키디비는 1차 고소 당시 "블랙넛이 저스트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 효과' 수록곡 '투 리얼'(Too Real) 등의 가사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안겼다"고 밝혔다. 키디비는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문맥이 어떻고 성희롱이고 아니고를 넘어서 이제 저와 제 가족, 그리고 몇 없지만 저를 아껴주는 팬들에게 블랙넛은 금지어처럼 여겨지는 존재다. 그만큼 스트레스와 상처를 떠올리는, 트라우마 같은 존재다"고 밝히고 강경 대응할 것임을 피력했다.

키디비의 이런 입장에도 블랙넛은 오히려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블랙넛은 자신의 SNS로 '나의 언니를 존경합니다'(I respect for my unnie)라고 빼곡히 적힌 글에 김칫국물 연상케 하는 붉은색 액체를 묻힌 종이를 공개했다. 키디비를 '김치녀'라고 조롱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키디비의 변호인은 2차 고소 이유에 대해 "문제가 된 일부 공연이 키디비의 1차 고소 직후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는 즉, 키디비가 고소장을 제출했음에도 블랙넛이 이를 무시한 채 키디비를 향해 조롱을 이어갔다는 뜻이었다.

키디비 변호인이 주장한 정황에서는 블랙넛의 문제가 될 행동이 적지 않았다. 모 공연에서는 동료 가수가 무대에서 "블랙넛이 (1차 피소 직후)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내가 친한 검사가 있어 블랙넛을 사면시켜줬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블랙넛도 이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곡 '100'을 부르던 중 키디비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손가락 욕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디비 변호인은 "누가 봐도 이건 키디비에 대한 성적 모욕이었다. 이는 블랙넛 뿐만 아니라 블랙넛과 함께 무대에 선 저스트뮤직 소속 가수들에게도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키디비는 당초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이 오히려 맞을 고통 때문에 이를 꺼내려 하는 것에 대해 주저했지만 끊이지 않는 자신을 향한 모욕과 조롱을 더욱 참을 수 없어 결국 용기를 내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키디비는 현재 음악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심리치료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키디비는 2차 고소 보도 직후 상황에 대해서도 일단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분명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 만큼은 확고하다는 후문.

고소를 진행했지만 키디비가 거쳐야 할 것들은 '산 넘어 산'이다. 첫 고소 직후 블랙넛이 불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첫 공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2차 고소 건은 검찰 조사조차 시작되기 전이다. 2차 고소 건의 경우 사례가 많아 혐의를 입증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재판까지 이어지면 피의자와의 공방도 피할 수 없다.

키디비의 측근은 스타뉴스에 "아무래도 키디비 본인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며 "이번 일이 힙합 신의 '디스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블랙넛 소속사 저스트뮤직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겠다"는 입장만 전한 채 블랙넛의 향후 일정 등에 대해 "당장 소화하는 계획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키디비의 이번 외침은 키디비 본인에게도 분명 힘겨운 싸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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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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