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인터뷰] 고나은 "행복지수 높아지세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2.15 09:00 / 조회 :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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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은/사진=임성균 기자


시작은 레인보우 고우리(29)였다. 발레리나를 꿈꿨다가 갑작스럽게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지났다. 물에 쓸려가듯이 떠내려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숙소에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고나은.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기까지, 아니 다시 자신을 발견하기까지 결심이 컸다. 고나은은 "1집이 잘 안돼 숙소에 있다 보니 어느날 내가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인보우는 팬들 사이에서 군대 갔다온 걸그룹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활동이 뜸했다. 그런 사이 어떤 친구는 졸업을 해서 직업을 찾았고, 어떤 친구는 결혼을 했다. 다들 자기 길을 찾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지, 뭘 해야 할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이 시작됐다.

"TV를 보니 아이돌들이 연기를 시작하더라구요. 아, 이제 아이돌에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구나 싶었어요. 만일 내게도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면 그 때 후회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회사 몰래 연기학원을 다녔다. 자비로 다녔다. 숙소에서 오전7시에 몰래 나갔다왔다. 들켰다. 고나은은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연기 공부를 시켜줄 수 없다면 내 돈으로 하겠다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했죠"라고 했다. 결국 회사에서 연기선생님을 준비했다.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아주 인기가 많은 아이돌도 아니고, 연기 전공자도 아니니, 오히려 편견이 많았다. 재현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

"오디션를 보러 갔다가 '저희는 아이돌 싫어해요'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어요. 편견을 신경 쓸 새가 없었어요. 부족하니깐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할 생각밖에 없었어요."

사실 부족했다. 준비없이 덜컥 연예계에 데뷔했던 탓일까, 2년간은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다. 고나은은 "단순한 멘트도 14번이나 NG를 낸 적도 있어요. 내가 이 일이랑 안맞는구나란 생각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숙소에 앉아있는데 내가 계약기간이 5년이 더 남아있는데 언제까지 바보처럼 말을 못하고 살아야하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학교 친구들은 시집도 가고, 취업도 했는데 난 수입도 없고 빈털터리라 자괴감도 컸구요. 쫄지 말자, 이렇게 생각했죠. 그때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막 들이댄 것 같아요."

번쩍 정신이 들고난 뒤 고나은은 예능 프로그램과 TV드라마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냈다. 내친김에 연기자로 전업을 할테니 이름도 '고나은'으로 개명을 했다. 일종의 각오였다. 연기자를 직업으로 살아가겠다는 각오.

"전 먹고살려고 연기를 해요. 생계 때문에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어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요. 돈값을 해야 하니 그만큼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다른 직업처럼 더 잘해야 더 많이 벌 수 있겠죠."

고나은은 "지금 신입사원이니깐 대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 개명 때문은 아니겠지만, 좋은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MBN 드라마 '연남동539'는 반응도 좋다. 그간 부잣집 딸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취준생이다. 실제 고나은의 삶과 닮아서 그런지 맞춤옷 같기도 했다.

"대학교 다닐 때 고시원에서 3년을 살았어요. 그런 경험을 살려서 아이디어도 많이 냈어요. 고시원에선 이렇지 않다든지, 편의점에선 이런 거 안 먹는다든지, 이런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셨어요."

메이크업도 거의 안 하고, 트레이닝복만 입고 나와도 즐거웠다. 고나은은 "타고난 짠순이라 정말 편했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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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은/사진=임성균 기자

영화운도 따랐다. 공포영화 '속닥속닥'으로 스크린에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여러 번에 걸쳐 오디션을 했다. 최종에 같이 올라간 다른 두명과는 나중에 꼭 만나자는 다짐까지 했다. 그 중 한명은 '연남동 539'에서 정말 만나기도 했다.

고나은은 "요즘은 계속 바쁘지만 행복지수가 높아요. 예전에는 일이 없었으니깐요. 다른 모든 분들도 행복지수가 정말 높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설이면 찾아가는 대전 고향집. 고나은도 여느 청춘과 다를 바 없다. 고나은은 집안 어른들과 만나면 돈은 얼마나 버냐, 남자친구는 있냐, 결혼은 언제하냐란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 했다. 명절이면 매번 듣던 소리니깐.

"이번 설에는 그런 소리에 아파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올해는 다들 잘됐으면 좋겠어요. 어른들께서도 그런 소리보다는 묵묵히 응원을 해줬으면 더 좋겠구요. 아,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 땀 흘린 대로 좋은 성과 내시길 바래요. 다치지 마시구요"

직업인으로서 고나은의 미래가 더 밝기를, 그녀가 전하는 설 인사처럼 다들 행복지수가 높아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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