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강동원 "난 평범하다..사람들이 오해할 뿐"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2.13 10:39 / 조회 : 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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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평범한 강동원. 평범한 꽃미남. 평범한 스타. 안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스스로 평범하다고 말한다. 강동원은 그간 평범한 것과 거리가 먼 역할로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비범한 외모 덕이다.


그랬던 그가 평범한 택배기사 역할로 영화 '골든슬럼버'에 출연했다. 삽시간에 폭탄테러범으로 몰려 도망 다니게 된 인물이다. 강동원은 스스로가 밝힌 평범함이 '골든슬럼버'에 잘 녹아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만 그 역할을 잘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원이 말하는 평범함을 들었다.

-7년 전 일본영화 '골든슬럼버'를 보고 제작사 영화사집에 한국영화로 제작을 권했다고 하던데. 어떤 점에서 끌렸나.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한국적으로 빠르고 익사이팅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시지도 분명하고. 일본영화에선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끝난다. 권력에 부딪혀 억울한 일을 겪는 소시민이 영화적으로라도 끝을 내는 걸 보고 싶었다. 현실에선 그런 걸 보지 못하니깐. 몇 십년이 지나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충분한 보상조차 못 받는 게 현실이지 않나. 그렇다고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친구들의 스토리도 한국적으로 좀 더 끈끈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제안을 했을 때는 이 정도로 생각을 구체화하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촬영도 하면서 이렇게 생각을 구체화했다.

-'골든슬럼버'를 택한 건 결국 평범한 택배기사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일텐데.


▶'초능력자' 무대인사를 할 때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에게 '골든슬럼버'를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 때는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제작사에서 검토해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해 일본쪽과 판권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당시 할리우드에서도 제작을 검토하고 있어서 한국 판권 구입이 오래 걸렸다.

평범한 사람이란 역할 자체는 처음은 아니다. '두근두근 내인생'도 그랬고. '골든슬럼버'는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신인감독이라고 꺼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간 주로 했던 비범한 역할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뜻은 없었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디테일이 다르면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역할이라도 다른 게 분명하면 충분히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동원과 평범한 택배기사 사이에는 갭이 있는데.

▶실제로 난 평범하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어릴 적에 논두렁으로 학교 다니고 고교는 기숙사에서 3년 보냈다. 대학으로 상경해서 기숙사 있다가 쫓겨나서 하숙집에 있고 그랬다. 연기자로 데뷔하고 난 뒤에도 사무실에 얹혀살기도 했고. 그 때까지 진짜 평범했다.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삶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도 좀 숨어다니는 것을 빼고는 똑같다. 숨어다니는 건 경험 때문이다. 사람 많은 데를 가면 꼭 시비가 붙더라. 학습효과다. 요즘은 드문데 예전에는 아저씨들이 툭툭 치고 그랬다.

-혼자서 이야기를 이끄는 건 '골든슬럼버'가 사실상 처음인데. 부담스럽진 않았나.

▶부담스러웠다. 일단 촬영회차가 굉장히 많았다. 가끔 나와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고.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단조롭지 않게 느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만족스럽나.

▶잘했는지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만 나로선 어느 정도 합격점인 것 같다. 영화 속 연기를 보면 거슬리는 지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런 게 별로 없다. 그건 이 캐릭터를 내가 많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7년을 기다린 것이니깐.

-점점 영화를 선택할 때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나. 최근 작품들을 보면 그런 경향이 느껴지는데.

▶메시지는 예전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공부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내 생각이 좀 더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에 더 중점을 두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영화적인 쾌감을 주는 영화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점들에서 밸런스를 맞추려하고는 있다.

다만 연기를 하다보니 연기자는 뭐하는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영화는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휴머니티가 없을 수가 없다. 그 속에서 배우라는 직업은 시대를 대변하게 된다. 옛날이나 미래를 그릴 때는 그 상황을 대변하고 깊이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마음을 위로하게 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점점 그런 경향이 더 생기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건 다르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도 분명히 있을테고.

▶음. 관객들이 내게서 멋진 모습만을 보고 싶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기대를 배반해서도 안되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밸런스를 맞추면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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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했나.

▶일단 몸무게를 늘렸다. 평소 68~70㎏ 정도인데 '마스터'를 하면서 73㎏ 정도 늘렸다. 끝나고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는데 75㎏ 정도로 늘렸다. 그리고 그 친구라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할지, 많이 생각했다. 항상 밝고 정직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파마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분장팀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난 의문만 던졌다. 이 머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관객의 기대와 다를 수도 있으니. 괜찮다고 하더라.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보다 파마가 조금씩 풀리기는 한다.

-노동석 감독은 강동원이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친구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 친구가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빌렸는데 사기를 당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친한 친구들은 용서하고 다른 분들에겐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낯가림이 많으면서도 자기 안에 들어온 사람은 깊게 믿는 편인가.

▶사람을 잘 안들이는 스타일이긴 한데 그러면서도 한 번 봤는데도 옆에 둬야겠다고 생각하면 또 그러는 편이다.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다. 정말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5명 정도. 그게 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골든슬럼버'에서 실제 연주도 하는데.

▶원래 기타를 좀 쳐서 연습을 하면 한 곡 정도 연주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기타가 아니라 보컬이었지. 발성 연습을 3년 정도 했다가 최근에는 못했다. 잘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고등학교 친구가 보컬을 가르쳐 주는데 '골든슬럼버'와 '그대에게'를 같이 연습했다. '힘을 내'는 녹음 직전에 들어서 연습을 제대로 못했다.

-발성연습은 왜 했나. 딕션 연습은 안했나.

▶목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많아서 작게 이야기해도 잘 전달되도록 하려면 발성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딕션은 송영창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너나 나처럼 입이 작은 사람은 원래 딕션이 잘 안된다고. 그래서 그걸 극복하려면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라.

-'골든슬럼버'에서 배수로 장면을 찍었는데.

▶'가려진 시간'에서 이미 배수로에서 촬영을 해봐서 크게 쇼크를 받진 않았다. 그 때는 쇼크를 받긴 했다. 뭐가 둥둥 떠다니고. 이번에는 죽은 쥐가 떠다니고 그랬다.

-광화문 폭파 장면은 쉽지 않았을텐데.

▶한번 밖에 못 찍으니 아무래도 그랬다. 광화문에서 4시간 동안 찍는데 차를 폭파시켰고, 그걸 두 번 찍지는 못하니깐. 그 앵글에서 연기가 단번에 성공해야 하고. 만일 10년 전에 그 장면을 찍었다면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긴장은 별로 안되더라. 다만 앵글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잡힐까 생각했다. 사실 폭파에 놀라 앵글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했다.

-한효주와 키스 장면이 있던데. 회상신이긴 하지만 멜로도 어울리던데.

▶한효주와 키스 장면은 첫 촬영 때 찍었다. 두 번 촬영에 보충까지 한 번으로 모든 걸 다 했다. '인랑'에선 한효주와 지금보다 더 멜로 라인이 있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쓰나미LA'는 언제 찍나.

▶'인랑' 끝나면 3월쯤 유럽으로 넘어가서 찍는다. 원래 다른 영화로 오디션을 봤다가 그게 진행이 늦어지면서 이걸 먼저 하게 됐다. 서퍼 역이다. 실제 서핑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구하는 정의로운 역이다. 한국인 역이고 영어로 대사한다.

-'골든슬럼버'에서 손해보고 살면 어때란 대사가 있는데 평소 강동원이 잘 하는 말이기도 한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만든 대사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다. 초이스를 해야 한다면 손해보는 걸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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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골든슬럼버'는 만들어지는 이미지로 판단하는 세상 이야기기도 하다. 연예인이란 직업도 만들어진 이미지로 사는 사람들인데. 이건 아닌 듯한 이미지가 있나.

▶부잣집 아들 이미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기자들이 안 써주더라. 어떤 분이 그런 분위기로 만들어졌는데 써도 안 읽는다고 하더라. 어느 순간 부잣집 아들로 나오고 방송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가 대기업 부사장이라고 하고. 아버지는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그 회사가 합병되면서 그 자리에 오르셨다. 그런데 그렇게 되시고 두 달 뒤에 기사가 나왔다. 사실 대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간 사람들이 나를 차가운 사람으로 많이 알았던 것 같다. 그게 '뉴스룸'에 출연하면서 좀 바뀐 게 슬프더라. 나는 똑같은데 차가운 사람으로 알다가 '뉴스룸'에 10분 나온 걸 보고 그런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반응이 온다는 게 슬펐다. 그래서 '뉴스룸' 끝나고 고등학교 친구랑 연락해서 새벽4시까지 술을 먹었다.

-'1987'로 무대인사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는데. 고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데 대해 반응도 좋고.

▶좋은 평만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분량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주 중요한 역할이고. 무대인사에서 눈물을 흘린 건 그날 아침부터 마음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에 사건 피해자분들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에게 당시 교도관 중 한 분이 30년 동안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죄송하다'면서 우시더라. 이한열 열사 어머님이 그간 영화를 못보겠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내가 아들 역할을 했으니) 나랑 같이 보면 보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당일 다시 도저히 못보시겠다고 하시더라. 그런 마음들 속에서 관객들과 영화를 봤다. 당시 사건과 관련이 있던 분들이라 영화를 보는 반응이 아주 달랐다. 그런 반응들로 계속 마음이 어려웠다. 영화가 끝나고 무대인사를 하려는데 마음을 잘 추스르지 못했다. 그런데 장준환 감독님이 마이크를 잡고 울어서 나도 그만 눈물이 터졌다.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뒤돌아서 울었다.

-'인랑' 끝내고 '쓰나미LA'하고 난 뒤에는 좀 쉬나. 그간 쉼없이 달렸는데.

▶올해는 더 바쁠 것 같다. 내년에는 더 바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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