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받아들이기 힘든 97분짜리 뮤직비디오

[리뷰] 영화 '라라'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8.02.23 08:00 / 조회 :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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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라라' 포스터


97분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고 볼 자신이 있는 관객에게 '라라'(감독 한상희)를 추천한다.


작곡가 지필(산이 분)은 유명 시상식에서 작곡가상을 휩쓰는 천재 작곡가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만드는 곡마다 다 비슷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자신의 곡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들이 수두룩하고, 자신의 재능에 남다른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는 탓에 이런 평가에 괴로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여자친구 윤희(정채연 분)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다. 이후 술에 빠져 지낸다. 표현하고 싶지 않았는데, 감정이 오롯이 곡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함께 일하는 친구의 질타까지 듣게 되고, 고뇌하는 순간에 무명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이후 산이는 베트남에 있는 무명 작곡가의 곡을 사기 위해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베트남에 도착한 지필은 윤희와 함께 보냈던 지난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게 된다. 지필은 자신이 찾던 작곡가 미(치푸 분)를 만나게 된다.

미는 윤희가 죽기 전 카페에서 종종 만난 베트남 현지 여성이자, 작곡가. 그녀는 윤희가 죽는 시기와 맞물려 매일 밤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상한 꿈을 반복하게 된다. 그녀는 지필을 통해 자신이 탐냈던 피아노에 얽힌 남녀의 애틋한 만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지필과 만남을 통해 자신의 꿈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는다.

산이, 정채연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베트남 스타 치푸가 함께 한 '라라'는 판타지 멜로다. 여기에 감성을 툭툭 치는 OST,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몽환적이다. 여기까지는 영화사 측의 설명이다.


'라라'는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속은 알쏭달쏭하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판타지라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필의 끝없는 과거 회상은 수차례 반복하는 것으로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가 반복해서 꾸는 꿈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배경이다. 판타지라고 하지만, 40여 년 넘게 차이가 나는 시간을 오가야 했는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스터리다.

영상의 이어짐도 아쉽다. OST가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화면 전환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이다. 영화의 특성을 살리고자 하지만, 갑자기 전혀 다른 상황으로 바뀌는 탓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당혹스럽다.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산이, 정채연의 활약도 아쉽다. 두 배우의 분량은 영화에서 제법 많다. 치푸와 함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멋만 낸다. 캐릭터를 보다 보기 좋게 표현될 수 있는 대사가 거의 없다. 짧다고 해도 강렬함이 없다. 뮤직비디오에서나 볼 정도의 대사 처리다. 그나마 치푸가 많은 대사를 소화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베트남어라 아쉬움이 남는다.

'라라'는 흥겹게 볼 수 없는 영화다. 때로는 밝고 경쾌한 음악들이 나오고, 연인 관계의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등장하지만 여러 모로 러닝타임 97분짜리 뮤직비디오라고 밖에 볼 수 없다.

2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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