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박항서 감독 "韓·베트남 우호↑ 희망, 책임감 느낀다"(일문일답)

송도홀리데이인(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2.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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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겸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8일 인천 연수구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8.2.8/뉴스1


금의환향한 '베트남 히딩크' 박항서(59) 감독이 귀국 기자회견서 소회를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 자신이 한국과 베트남 국민들의 우호 증진에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며,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8일 오후 6시 인천 홀리데이 인 송도 미추홀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 참석,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AFC U-23 챔피언십' 대회서 준우승을 일궈낸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은 중국 창저우 올림픽 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2로 분패,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이 준우승을 거둔 건 자국 축구 역사는 물론, 동남아 축구 역사에 있어서도 베트남이 최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9월 29일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 이상. 연봉과 인센티브 모두 동남아 축구 역사상 최고 조건이었다.

베트남은 'AFC U-23 챔피언십' 조별 예선에서 한국에 1-2로 패했지만, 호주를 1-0으로 꺾은 뒤 시리아와 0-0으로 비기며 1승1무1패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그리고 8강서 '초대 대회 우승팀' 이라크와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한 뒤 4강전에서는 카타르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 결승에 올랐다. 비록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에 패했지만 이미 그는 영웅이었다.


다음은 박항서 베트남 감독과 공식기자회견 일문일답.

- 소감은.

▶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서도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제가 감독이라는 이유로 저와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대한민국 국민께 정말 감사드린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준우승을 거둔 게 아니다. 이영진 수석 코치와 배명호 코치 및 베트남 코칭스태프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지난해 베트남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양 국 우호 증진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번에 양 국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책임감을 가지고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에 임하겠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베트남과 한국 국민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 번 성원에 감사드린다.

- 계약 당시 이런 환대를 예상했나. 이런 환대를 받아보니 솔직한 심정은.

▶ 지난해 10월 25일 공식적으로 부임했다. 23세 이하 및 성인 대표팀 감독을 겸직했다. 이런 결과는 예상 못했다. 베트남 국민들께서 선수들을 정말 환영해주시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베트남 축구 선수들과 소통했던 부분은.

▶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이영진 코치와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저와 관계에서 신뢰와 믿음이 크게 있었던 것 같다. 선수들의 외적 노력이 중요한데 이게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모인 지 10일 밖에 안 됐는데, 태국을 열흘 만에 꺾었다. 울산 현대와 연습경기서 패했지만 그게 동기 부여가 됐다. 승부차기로 가기까지의 과정, 체력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연장전까지 갔다는 건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에서 나온 거라 본다.

- 향후 계획은.

▶ 3월 27일에 A대표팀 요르단 원정 경기가 있다. 3월 10일부터 베트남 리그가 시작한다. 23세 이하 대표팀과 병행해 출전할 계획이다. 8월 아시안 게임이 중요하다. 또 11월에 스즈키컵이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와 합의를 해나가고 있다. 아시안컵도 중요하지만 스즈키컵도 중요하다.

- 고마웠던 순간과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 많은 분들이 외롭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이 코치와 같은 울타리서 생활했다. 또 가족이 와있었다. 예상외의 성적을 올리는 데 있어 가장 고마운 건 이 코치다. 제가 베트남에 가자고 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따라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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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스1


-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 텐데. 어떤 분에게 받았나. 그 내용은.

▶ 중국서는 통신이 여의치 않아 문자로만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베트남 수상님이 현장에 직접 오셔서 반갑게 맞아준 것이다.

- 아시안컵 본선에서 한국 A대표팀과 맞붙는다면.

▶ 베트남에서는 스즈키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직 내년 계획은 못 잡았다. 아시안게임과 스즈키컵 대회까지 올해 계획을 잡고 있다. 한국은 저의 조국이고, 항상 사랑한다. 한국을 이기기 위해 베트남 감독으로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베트남 리그를 포함해 한국서 성공 가능한 선수는 있나.

▶ 한국 선수와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베트남 선수만의 장점이 있다. K리그 축구 스타일이 있다. 그건 K리그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짧은 기간 베트남에 있었지만 베트남만의 장점은 분명하게 있다고 본다. 체력에 대해서도 베트남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먼저 베트남 선수들의 경우, 체지방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오른발과 왼발을 동시에 쓰는 데 있어 밸런스가 무너져 있어 부상을 쉽게 입을 수 있다. 상체 근력도 부족했다. 이에 고단백질 음식을 베트남 의사와 상의해 공급했다. 밤 9시 30분부터 30~40분 간 웨이트 훈련장에서 피지컬 코치가 1주일에 4~5회씩 상체 근육 훈련을 시켰다. 상체 근력이 보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베트남 팬들의 성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까운 시일 내 베트남 축구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베트남 취재진 질문).

▶ 베트남 팬들, 저도 깜짝 놀랐다. 열렬히 성원해주고 격려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그 사랑과 격려가 어떻게 보면 책임감을 느낀다.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저와 코칭스태프가 2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 구체적인 목표 설정은 하지 못했다.

- 이영진 코치가 어떤 힘이 됐나.

▶ 이 코치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제가 이 코치한테 떠나기 전 '우리가 성공할 지 모르지만 동남아를 개척해보자' 했다. 그때 베트남이라는 곳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생소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도전하는 게 낫다고 봤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것만 보여주자고 했다. 그 모습을 보이고 나면 저나 후배들한테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준 이유. 그리고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배운 게 있나.

▶ 직접 전달하기 전에 제가 경기 끝나고 나면 스킨십을 잘하는 편이다. 언어가 안 돼 스킨십으로 선수들한테 전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안아주면서 짧은 영어를 하는 편이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라든지, 그만의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었다. 물론 저도 2002년부터 나름대로 정리해 둔 게 있다. 그런 것들을 잘 활용했다.

- 결승전 당시 눈이 엄청 왔는데.

▶ 베트남 선수들이 추위에 약하다. 독감 예방 주사도 맞고 장비도 챙겼다. 상하이로 갔는데, 굉장히 추웠다. 추위와 싸움이라 생각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이때 추웠는데 적응에 도움이 됐다. 눈이 오니까 선수들이 신기해 눈싸움도 하더라. 경기 전 선수들한테 '눈을 우리가 처음 경험하지만 절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눈이 미끄럽긴 하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크다. 미끄러운 건 똑같다. 큰 선수들이 돌아서는 것도 느릴 것이다. 우리는 그 대신 체격이 더 작고 민첩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한국 축구를 밖에서 어떻게 봤나.

▶ 한국 기사도 잘 안 봤고, 내용도 잘 안 봤다. 이 코치님이 대변해주실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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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박항서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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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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