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정우가 밝힌 故김주혁..추억조차 조심스런 이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2.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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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의 정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설을 앞둔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감독 조근현, 이하 '흥부')를 대하는 마음이 남다른 건 팔할이 고 김주혁 탓이다. 지난해 10월 30일, 거짓말 같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그가 남겨둔 유작 중 처음으로 개봉하는 작품이 '흥부'다. 따뜻하지만 쓸쓸한 미소를 짓는 영화 속 김주혁은 관객에게 작별인사라도 하는 듯하다.

말 못할 복잡한 마음이 되어버리는 건 '흥부' 주인공인 배우 정우(37)도 마찬가지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우는 "집중해서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장면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이제는 세상에 없는 고인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복잡한 심경이 되어버린다고 털어놨다. 후시 녹음조차 쉽게 이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동료들도 그렇고 지금 촬영하고 있는'이웃사촌' 팀도 그렇고 응원을 많이 해 주세요. 씩씩하게 하라고. 그런 마음을 먹고 매일매일 시작하는데도 그것이 쉽지가 않네요. 영화를 보며 선배님을 오랜만에 뵙고 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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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주혁과 정우 / 사진='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 스틸컷


김주혁은 '흥부'에서 고통받는 조선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조혁을 연기했다. 그는 정우가 연기한 흥부의 멘토이기도 하다. 선배 김주혁을 내내 "어르신"이라 부르고 따르며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던 정우로선 고인과의 기억이 더 다를 수밖에.


"처음 참여했던 의미보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더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됐어요. 그 중심에 김주혁 선배님이 있고요. 두렵기도 해요. 제 마음속에 있는 주혁이 형의 추억을 몇 마디 말로 꺼내면 조금씩 타버릴까봐. 아무래도 말을 아끼게 돼요. 그런데 선배님은…. 아우 진짜 좋으세요. 정말 좋으셨어요."

정우는 조심스럽게 "카메라 앞에 서면 외로울 때가 있다"면서 "그런데 주혁 선배랑 할 때는 그렇지가 았다"고 가만가만 이야기를 이어갔다. "굉장히 많이 힘이 됐고, 외롭지가 않았어요. 감사해요. 말로써 표현하기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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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의 정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에게 '흥부'는 첫 사극이자 타이틀롤을 맡은 첫 작품이기도 했다. 고전 '흥부전'을 재해석한 사극에서 그가 맡은 흥부는 욕심 많은 놀부 동생이자 가난한 다둥이 아빠가 아니라 썼다 하면 대박을 치는 천재 소설 작가다. 난리 통에 헤어진 형을 찾으려 이름을 알리려고 엽색 소설을 쓰던 그가 남보다 형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면서 세상을 바꾸어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탄핵이 있었지만) 정치적 느낌보다는 캐릭터 감정을 위주로 보느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글쓰는 흥부보다는 괴짜같은 흥부의 느낌이 좋았어요. 굉장히 신선했고요. 흥부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착하고 심심한, 전형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그 이름을 전혀 다른 캐릭터가 한다는 게 새로웠어요."

허들을 뛰어넘는 기분으로 첫 사극에 임했던 정우가 염두에 두고 찾으려 했던 것도 너무 새롭지도, 그렇다고 전형적이지도 않은 중간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정우는 "능청스러움 뻔뻔함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제가 하면서 좀 더 부각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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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의 정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스스로 '연기의 바닥을 쳤다' 생각하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매 작품마다 한계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는 정우는 "'흥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처음엔 굉장히 간결한 느낌이었어요. 이해가 굉장히 빨리 되는. 배우들이 채워 갈 여백이 있어서 그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었는데 제가 그걸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촬영을 하는데 한계에 막 부딪친 거죠. 명분을 찾아가며 연기해야 했어요."

수년 간 보지 못한 놀부 형에 대한 그리움과 절절함이 그가 찾은 동력이었다. 마침 놀부 역으로는 '쎄씨봉'에서 호흡을 맞췄던 진구가 우정출연했다. 진구를 사랑한다며 너스레를 떤 정우는 만나자마자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감정 연기에 크게 도움이 됐다" "분량이 많지 않아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마웠다"며 감사를 전했다.

참고로, '흥부'엔 '쎄시봉'에 출연한 다른 배우 강하늘도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끈다. 이유는 정우도 모른단다. 강하늘이 '흥부' 출연한다고 전화했기에 '그려냐, 바쁜데 고생한다' 이야기를 나눈 걸 끝으로 군대에 가버렸다고. "왜 출연했는지 전~혀 몰라요. 하늘님께 물어보려고요. 저 때문이라면 감사한 일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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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의 정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흥부'는 글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다. 정우에게 영화가, 혹은 연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정우는 "분명히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도 바꾸어놓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고 꿈이 달라지는 사람도 있고, 어떤 글을 보고 느끼는 바가 달라져서 인생관이 바뀌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시나리오며 일기를 즐겨 쓴다는 정우는 쉼 없이 연기하는 원동력으로 가족과 꿈,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꼽았다. 정우는 연극배우였던 아버지가 늘 그의 꿈을 지지해주신 힘이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든든한 가족은 그 자체로 힘이 되는 존재다. 그리고 꿈이 있다. 정우의 '흥부'가, '흥부'의 김주혁이 이야기하는 것 또한 결국 꿈이다.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이 있잖아요. 스크린에 나왔다고 해서 그것으로 꿈을 이뤘다고 이야기하기엔, 뭐랄까. 만족하지 않고 계속 하고 싶어요. 제가 만족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요. 제 연기를 볼 때마다 숨고 싶고, 웃기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해요. 늘 고민이죠. 어떻게 그걸 극복해 가냐고요? 그저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죠. 실타래 끄트머리처럼 딸려오는 아쉬움을 늘 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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