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코코' 환상적인 저승이 씁쓸했던 한가지 이유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2.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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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코' 스틸컷


개봉 4주차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애니메이션 '코코'는 환상적입니다. 특히 멕시코를 배경으로 그려낸 죽은 자들의 세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친숙하고도 흥미롭습니다. 절정의 비주얼에 녹여낸 따뜻한 메시지,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주제가에도 마음을 뺏겨버렸죠. 엄마 생각, 아빠 생각, 할머니 생각…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절로 생각나는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장르와 주제를 바꿔가면서도 승승장구하는 디즈니·픽사의 저력를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흥행 또한 꾸준합니다. 300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색색의 조명으로 밝힌 알록달록한 저승세계는 '코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흙과 나무의 색깔이 수평으로 펼쳐진 이승과는 달리, 색색의 조명으로 어둠을 밝혀놓은 저승은 겹겹이 쌓아올린 수직의 세계로 극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멀지 않은 멕시코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 '코코'에서 죽은 자들의 세상은 다리 하나로 연결된 이승의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조금 씁쓸한 일면도 있습니다.


'코코' 속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소년 미구엘은 뜻밖에 저승세계에 발을 들이고, 존경해 마지않는 전설적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찾아갑니다. 생전 슈퍼스타였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는 저승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초대형 콘서트를 여는 슈퍼스타입니다. 파티가 열린 그의 집은 손님으로 발디딜 틈이 없고, 공연장도 만석입니다. 반면 쓸쓸히 잊히고 만 무명의 뮤지션은 죽어서도 마찬가지 찬밥 신세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곳은 저승에서도 저 밑바닥, 다 허물어져 가는 달동네입니다. 기억해주는 이 하나 없어 저승에서조차 쓸쓸히 사라질 처지입니다.

아름다운 '코코'의 저승세계엔 그래서 딱 하나 딴지를 걸고 싶어집니다. 생전의 영화가 죽어서도 당연히 이어지고, 생전의 가난과 쓸쓸함 또한 죽어서도 계속되다니, 이런 게 어디 있냐고요. 그것도 살아서 어떤 덕을 쌓고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아무 상관없이 말이죠. 겹겹의 지옥이 산적했을지언정 살아서 심판받지 못한 죄와 인정받지 못한 덕을 두루 살피는 '신과 함께' 속 권선징악의 저승이 차라리 낫구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삶이 아무리 팍팍하더라도 잘 살아야 할 이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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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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