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만남] 박항서·정현이 전한 긍정의 힘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8.02.02 13:18 / 조회 :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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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현 /사진=머니투데이 임한별 기자

개봉중인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게리 올드만이 분한 윈스턴 처칠은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한국 스포츠는 두 명의 히어로를 얻었다. 테니스의 정현이 그 하나고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축구의 박항서 감독이 다른 한 명이다. 두 사람을 지난 1월 31일과 1일 연이틀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호주오픈테니스에서 메이저대회 국내 첫 4강에 오른 스물 두 살 정현은 페더러와의 준결승전을 치르는 도중 경기를 기권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기권이 아쉬웠던 많은 이들이 그의 노고에 감동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직후 공개된 사진 한 장. 그의 발바닥은 말그대로 처참했다. 정현에 따르면 3회전 5세트부터 이상을 느꼈고 다음경기부터 진통제를 맞기 시작, 세번까지 맞고 나자 더 이상 효과가 없어 그 상태로 경기를 강행하는 것은 상대선수 페더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경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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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SNS에 올린 경기직후 발사진.

그런 그가 1월 31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처음 저런 큰 코트에 들어설 때는 솔직히 빨리 시합 끝내고 빨리 숙소 들어가고 싶고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데 이번 대회만큼은 빨리 코트장에 들어서고 싶었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었고 빨리 경기를 해서 빨리 좀 즐기고 싶었다.” “제일 큰 수확은 아마 자신감을 얻은게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들어 훌륭한 선수들이 저를 높게 평가해주는걸 많이 들었는데 그들의 평가가 맞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게 제가 할 몫이다.” “항상 힘든 일이 있거나 하면 머릿속으로 내가 성공한 순간을 상상하면서 버티다보니 오늘 같은 날이 조금 빨리 당겨진 것 같다.”

정현은 2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라코스테와 함께하는 정현 GS 4강 진출 축하 기자 간담회'에서도 오는 5월 열리는 프랑스오픈을 겨냥해 "사정권에 들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시상대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욕심이 있다"며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 선수 등과 비교 받곤 하는데 그 분들은 높은 위치를 떨어지지 않고 지켜냈다. 내가 자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나서야 그런 분들과 같은 레벨로 평가될 것"이라고 패기만만한 의욕을 겸손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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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성공을 조명한 2월1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강원 FC에서 뛰고 있는 베트남 대표팀의 쯔엉은 “감독님은 우리가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걱정 할 필요없다. 불안해 할 필요없다.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 본인도 “처음 부임해 관계자들에게 베트남 축구의 문제점이 뭔지를 물었더니 ‘체력이 약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면서 “하지만 리그를 지켜보니 체력은 무난했고 단지 체격이 작을 뿐이었이었음을 확인했다. 체력이 약하다고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선수들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것으로 자신감을 회복시켰다”고 스스로의 역할을 설명했다.

베트남축구협회가 국내 프로리그 감독도 아니고 직전 창원시청 감독을 지낸 박항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에 대해 박감독 매니지먼트를 맡고있는 이동준씨는 “우선 감독님의 키가 작아서 키작은 베트남선수들을 잘 이해할 것을 기대했고 아들 대하듯 감쌀 때 감싸고 혼낼 때 무섭게 혼내는 감독님의 아버지같은 캐릭터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 설상경기를 1-2로 패하고 고개 숙인 선수들에게 박 감독은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정말 자랑스럽다. 패배의 눈물을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부심을 가져라. 다음에 우승하면 된다. 절대 고개를 숙이지 말아라”고 실망한 아들들을 다독이는 아버지처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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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사진=디제이 매니지먼트 제공

어린 나이에 접하는 큰 대회가 무서웠을 정현이나, 항상 약하다는 자기 암시에 익숙해진 베트남 축구선수들이 세계를 놀래키는 선전을 펼친 결정적 요인은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다. ‘큰 경기를 즐기겠다’ ‘우린 약하지 않다’는 긍정의 마인드가 그들에게 히어로로 거듭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스스로 국내 무대서 퇴출됐다고 평가한 박항서 감독 역시 이번 AFC U-23 대회를 치르며 완벽하게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서 이번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향해 질주할 것이다.

2월 9일 개막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해진 정현과 박항서 감독의 쾌거가 우리 선수단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2018년 혹시 실의와 시름에 잠겨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앞서의 처칠과 동시대를 산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도 말했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되고,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 역시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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