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또 최초 & 준우승' 박항서가 쓴 동남아 축구의 기적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1.27 20:22 / 조회 : 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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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오른쪽) 베트남 대표팀 감독 /사진=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최초, 최초…' 그리고 8강전부터는 3차례 모두 연장 혈투였다. 비록 결승전에서 분패했지만 베트남에게는 매일 매일이 기적이었다. 박항서(59)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후 5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창저우 올림픽 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2로 분패했다. 아쉬운 패배. 하지만 베트남은 자국 축구는 물론 동남아 축구사에 새 역사를 썼다. 동남아 팀들 중 이 대회서 준우승을 차지한 건 베트남이 최초다.

지난해 9월 29일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가 베트남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 이상. 연봉과 인센티브 모두 동남아 축구 역사상 최고 조건이었다.

1977년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로 활약한 그는 제일은행(1981)과 육군 충의팀(1981~83)을 거쳐 1984년 러키금성에 입단,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1988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럭키금성팀 코치(1989~1996)로 부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박항서 감독은 대표팀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박항서 감독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

이후 박 감독은 경남FC(2005~2007), 전남 드래곤즈(2008~2010)를 거쳐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주 상무 사령탑으로 활약했다. 2017년엔 창원시청(3부리그) 감독으로 2017년 내셔널리그 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전격적으로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베트남 축구협회는 박 감독의 국제 무대 경험과 아시아 최고 레벨의 프로 무대 경험을 높이 평가,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부임 기자회견 당시 박 감독은 "좋은 기회로 베트남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미 동남아 최고 국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베트남을 아시아 최상위권 국가로 탈바꿈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은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에는 태국서 열린 'M150 CUP U-23' 국제 토너먼트 동메달 결정전에서 주최국 태국을 2-1로 제압했다. 홈 텃세가 무섭기로 소문난 태국 적지서 따낸 승리. 베트남 성인 대표팀을 포함해, 2008년 이후 베트남이 10년 만에 태국을 꺾은 순간이었다.

감독 부임 후 첫 실전 대회였던 이번 '2018 AFC U-23 챔피언십'. 조별 예선에서 고국인 한국을 상대로 선전 끝에 1-2로 분패했다. 하지만 D조 예선 2차전서 호주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베트남 축구가 남,녀 전 연령대를 통틀어 호주를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리아와 3차전은 0-0 무승부.

이어진 8강전과 준결승전 그리고 결승전은 모두 기적이었다. 8강전에서는 '초대 대회 우승팀' 이라크와 맞붙었다. 연장 120분 혈투 동안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 준결승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축구사 최초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준결승전 상대는 카타르. 베트남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또 한 번 5-3으로 승리했다. 베트남 전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는 마치 2002 월드컵 시청 앞 광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가 거리로 쏟아졌다. 국민들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박항서 감독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으로부터 1급 노동훈장까지 받는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아쉽게 패했다. 박항서 감독이 변방에 있던 동남아시아 축구를 아시아 무대 중심으로 이끌며 '베트남 영웅'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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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사진 촬영에 임한 모습. (왼쪽부터) 베트남 HAGL 응우옌 득 회장, 하이 안 베트남 축구협회 사무국장, 박항서 감독, 유오씨 뚜안 베트남 축구협회 부회장. /사진=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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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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