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시니어 어벤져스가 말하는 #노인 #연기 #버킷리스트

영화 '비밥바룰라'의 배우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1.26 16:52 / 조회 : 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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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배우 신구 임현식 박인환 윤덕용 /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노인을 위한 영화가 별로 없단 건 사실이다. 영화 '비밥바룰라'(감독 이성재)는 존재만으로도 독특한 작품이다. 누군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혹은 동네 노인으로 드문드문 그려져 왔던 그들의 속내를 유심히 들여다보려 한 이 영화는 지금껏 미뤄왔던 버킷리스트를 꺼내들고 더 멋진 황혼을 맞이하려 나선 네 친구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따스하게 담아냈다. 배우 박인환(73), 신구(82), 임현식(73), 윤덕용(76)이 그 주인공들이다. 넷이 합쳐 연기경력만 207년이라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시니어 어벤져스'라는 광고 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 삼청동이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비밥바룰라'의 인터뷰. 네 배우들은 이 자리에도 함께였다. 내내 여전한 연기 열정을 드러내면서 꼿꼿한 자세로 손자뻘 되는 기자들을 하나하나 존대하는 네 배우에게선 베테랑 배우의 품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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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배우 박인환 /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비밥바룰라'는 애초 노인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네 배우 모두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오랜만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반갑다고, 함께한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영화가 진정 건강해지려면 다양한 영화가 사랑받아야 하고, 노인들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었다. '범죄도시'를 함께 본 아내가 몸살이 났다고 말문을 연 박인환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분위기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포근한 이야기가 때를 좀 벗겨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트렌드야 젊은이가 위주고, 그래야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동료들과 만나서 하니 재미도 있었다.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노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신구)

"나이 70이 넘었어도 늙은 것 같지가 않다. 중학교 시절이나 어렸을 적 생각하면 아무 것도 없으니 친구들 만나면 입으로 놀고 몸으로 놀고 했는데, 그 시절이 그립다. 그 시절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으니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노인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비밥바룰라'가 출발해 기분이 좋다. 이왕 노인의 영화를 만든다면 멋지게 했으면 좋겠다. 후편이 필요하다는 느낌도 든다."(임현식)

"노인이라 하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가난하고 힘든 사람으로만 묘사되곤 했다. 우리 사회에 노인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예전엔 변두리였던 노인의 이야기가 지금은 좀 더 중심에 다가선 것 같다. 영화 소재로 이런 이야기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연기할 맛도 난다. 신나게 촬영을 했다."(박인환)

"나이가 많으면 외롭지만 혼자 지내려 하고 피하고 그런다. 이 영화에는 옛 정을 생각해서 서로 부르고 찾는다. 그런 것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옛 정을 떠올리게 하면 좋겠다. 주인공 역은 별로 해보지 않았는데 세 분 덕에 어부지리로 주인공에 껴서 영광스러웠다. 아내로 우정출연해 준 정영숙씨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윤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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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배우 신구/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인자하고도 지적인 아버지상을 그리며 사랑받아 온 박인환,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꽃할배 신구, 유쾌한 재치만점 분위기메이커 임현식, 그리고 수많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며 묵묵히 활동해 온 윤덕용. '비밥바룰라'로 함께 한 네 사람은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믿음직한 배우들이다. 나이가 드니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는 네 사람은 여전한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늙어서 아프면 언제 카메라에서 아웃 될지 모르지 않나. 아플 때 연기한 적도 있다. 휠체어를 끌고 다니면서 촬영했는데, 그래도 카메라 앞에 서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있다가 끝나고 나면 아프고 그랬다. 그것이 내 팔자인지 모르겠다."(임현식)

"작품을 읽어 보고 할 만하다 하면 하는 거지 뭘 선택을 하나. 내가 골라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기나 체력을 포함해서 가능한 것이라면 대개 한다. 물론 현장에 있어야 하니 건강이 제일이다. (임현식에게) 프로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니까."(신구)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기자는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받는 입장이 아닌가. 나이 든 사람이 골라서 하는 건 더 쉽지 않다. 그걸 놓치고 싶지 않을 수밖에. 특히 영화는 더 기회가 잘 오지 않으니. 어느 선 이상이라면 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무지하게 열심히 한다. 더 열심히 하고, 촬영시간도 안 늦고."(박인환)

"한참을 쉬었는데 이렇게 작품을 하니 감사하다. 뽑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세 분을 만나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다."(윤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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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배우 윤덕용 /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비밥바룰라' 속 할아버지들은 꼭꼭 숨겨뒀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함께 영화를 찍으며 네 배우들이 새롭게 꿈꾸게 된 것, 하고 싶다 생각하게 된 것은 없을까. 생의 절반 이상을 그저 배우로 살아온 네 사람이지만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여전히 '작품'과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평생 이 직업으로 살았으니 이 직업을 유지하고 갈 수밖에. 나는 계획이 없다. 하지만 늙어서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니다. 내 주장은 이거다.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간을 열심히 살면 그것이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다. 죽음을 누가 피할 수 있겠나. 그건 닥치면 그만이고, 담담하고 의연하게 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이 좋다고 생각한다."(신구)

"신구 선생님 얘기를 들으니 생각난다. 예전에 다들 주인공만 하고 싶어할 때 노역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내가 노역을 했다. 30대에도 할아버지 역할을 했다. 신구 선생님이 황희 정승인데 나이도 어린 제가 황희 정승 아버지 역을 하고 그랬다. 노인이 되면 바빠서 일할 시간도 없겠다 했는데 막상 세월이 지나니 그 때 주인공들이 노역을 하고 있더라.(웃음)"(윤덕용)

"비슷한 이야기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거다. 불러주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지금이 중요하다는 건 지금 열심히 잘 하라는 거다. 잘해야 더 가능성이 있을 테니까. 막상 배우들은 자기가 한 게 만족이 안 된다. 허점만 보이니까. 다만 골프를 힘 줘서 친다고 멀리 나가지 않는 법이다. 복싱을 할 때 세게 휘두른다고 경기를 잘 하는 게 아니듯, 완급 조절도 하고 힘 조절도 해야 한다. 우리만이 아니다. 연기자들을 다 그럴 거다."(박인환)

너무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져서일까. "어머니가 유언처럼 저한테 하신 말씀이, 너는 쓸데없는 말을 그만 하고 5분 걸릴 것 3분 정도만 해라 였다"고 너스레를 떨던 임현식이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 마디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너무 최선을 다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요~ 이제 2편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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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배우 윤덕용 /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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