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한현민 "美타임지 선정 10대 韓유일..가문의 영광"

[☆밥한끼합시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8.01.19 16:17 / 조회 : 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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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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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17)은 '국내 1호 흑인 혼혈 모델'로 불린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의 유력 매체 타임(TIME)지가 선정한 2017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꼽히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189cm 훤칠한 키,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그의 겉모습은 '외국인'이지만, 국적은 엄연한 '한국'이다. 다인종, 다문화에 여전히 폐쇄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는 '다름'의 이질감을 '특별함'으로 극복했다.


한현민과의 '밥한끼합시다'는 단출한 순댓국집에서 시작했다.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순댓국 예찬을 펼친 그는 이날 기자에게 "5000원으로 이만한 '뽕'을 뽑을 수 있는 건 흔치 않다"며 다시 엄지를 치켜세웠다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시청하기 위해 새벽 단잠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그는 외모만 조금 튈 뿐, 영락없는 한국인 고등학생이었다.



-순댓국 좋아한다고 해서 이 가게로 불렀어요.

▶오~어제도 먹었어요. 그래도 맛있어요.

-아침은 먹고 왔어요?

▶아침은 원래 잘 안 먹어요. 어릴 때부터 습관이 돼서요. 밥 먹는 것 대신 잠을 선택했어요.

-순댓국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 한 번 먹었는데, 이 한 그릇에 배가 정말 꽉 차요. 얼큰하고요. 가성비가 정말 좋은 메뉴죠. 5000원으로 이만한 '뽕'을 뽑을 수 있는 건 흔치 않아요. 최근에 어떤 팬 한 분이 제가 순댓국 좋아하는 줄 알고, 순댓국 2박스를 선물해줬어요. 정말 잘 먹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한창 먹을 땐 얼마나 자주 먹어 봤어요?

▶일주일 내내 안 빼 먹고 먹은 적도 있어요. 매일 먹어도 안 질려요. 다만 순대는 빼고 먹어요. 전 국물에 있는 순대보단 내장이 더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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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요즘 인기가 많아진 걸 실감하고 있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외모가 튀니까 쉽게 알아보는 거 아닐까요. 헤어스타일도 특이하잖아요. 그래도 많이 좋아해 주신다니까 감사드리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타임지가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면서 더 많이 알려졌어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니까 행운이 온 것 같아요. 가문의 영광이죠. 이런 생김새로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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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최근 그런 관심에 힘입어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모델 일 만큼요. 앞으로도 그런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가 된다면 나가서 열심히 하고 싶어요.

-MBC '라디오 스타'도 나갔었죠? MC들 직접 만나보니 어떤가요?

▶MC 분들이 저보다 나이도 있으시고, 뭔가 TV로 본 포스도 있으셔서 그런지 처음엔 긴장했어요. 그런데 너무 재밌으시더라고요. 녹화 내내 웃다가 간 것 같아요. 특히 김구라, 윤종신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TV에서 정말 많이 봤던 분들이라 궁금하기도 했어요. 만나보니까 되게 재밌더라고요.

-tvN '나의 영어 사춘기'에 고정 출연도 하고 있고, 틈틈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잖아요.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프로그램 나가서 재밌게 웃고 떠들고 오자'는 생각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예능을 하면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오는 것 같아요.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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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한국 사회가 아직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요. 어릴 적엔 현민 씨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게 제일 싫었다고요.

▶만나는 사람마다 '아버지도 흑인이야?', '한국말은 잘해?' 등등…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일일이 답해주기 싫었죠. 고등학생이 되고 여러 가지 일도 경험하다 보니까 지금은 그렇게 물어볼 수 있다 생각이 들어요. 어느 누가 저를 처음 보고 한국 사람인지 알겠어요. 하하. 그런 질문은 옛날에도 받았고, 지금도 많이 받아요.

-들었던 얘기 중 가장 아팠던 말은 뭐가 있을까요?

▶음…'너네 나라로 돌아가.' 놀리는 식의 말이요. 가장 안 좋은 말이죠. 사실 저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제가 겪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들었던 얘기 중 좋았던 말은요?

▶'너는 특별하니까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한국 사람들이 장난식으로 섞어 쓰는 '흑형'이란 호칭도 매우 불쾌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흑인의 우월한 면을 짚어서 '형'을 붙인 거라고 하는데, 흑인 친구들은 정말 싫어하는 말이에요. 은근히 기분 나쁜 말이라서요. 비꼬는 것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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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바쁘죠?

▶전 바쁜 게 좋아요. 행복합니다. 지난 연말부터 정말 다양한 행사를 다니고 있어요. 제야의 종도 치고, 청와대 신년회도 다녀왔죠, 평창 올림픽 성화봉송도 하게 됐어요. '내가 벌써 이런 걸 다 해보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즐거우면서 한편으론 신기했죠.

-청와대 신년회 가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났죠?

▶네. 되게 포스가 있으시더라고요. 뭔가 좀 웃을 때는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쉽게도 같은 테이블은 아니라 악수하거나 말씀을 나누지는 못했어요. 그건 되게 아쉬워요.

-학교 친구들은 정말 신기해 하겠어요.

▶맞아요. 엄청 신기해했죠. 제가 청와대 밥 먹으러 간다니까 '너가 거길 왜 가', '대통령은 어때?', '밥은 뭐 줘?'라고 묻더라고요. '라디오 스타' 나가고도 연락이 엄청 쏟아졌어요. 친구들이 응원도 많이 해줘요.

-제야의 타종 경험은 어땠어요?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종각 역에 10만 명에 사람이 오셨었대요.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종을 빵 치니까 신기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꼽자면

▶음…청와대 신년회요. 여성부 장관님, 교육부 장관님, 대기업 부회장님 등등 우리나라 주요 인물들이 다 오셨었거든요. 그 중에서 전 시민 대표로 갔죠. 다들 포스가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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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처음엔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했는데 프로필이 없더라고요.

▶좀 더 열심히 하면 생기지 않을까요? 지금으로도 만족은 해요. 제가 하기 나름이니까요.

-말 나온 김에 자기소개 간단히 해 주세요.

▶2001년생이고요. 학교는 서울에 있는 한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고향은 이태원입니다. 지금도 이태원에 살아요. 18년 토박이죠. 모델 데뷔는 서울 패션위크로 했습니다. 2016년에요!

-아빠가 나이지리아 인이고, 엄마가 한국인이시죠? 현민 군은 한국말은 잘 하는데, 영어는 어때요?

▶제가 영어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가족한테 뭘 배우면 안 될 것 같아요. 사실 아빠가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시거든요.

-그래도 아빠가 영어를 쓰시면, 어릴 때 자연스레 습득한 게 있지 않을까요?

▶아버지도 조금은 한국어를 하실 줄 알아요. 물론 긴 말은 엄마 통해서 하죠. 그래서…

-아버지의 나라, 나이지리아에 가본 적은 있어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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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과거 영어 시험 성적은 어땠어요?

▶음…시험이랑 영어로 실제 말하는 건 또 다른 거 같아요. 제가 시험지랑 안 친해서요. 하하. 중학교 3학년 때 100점 만점에 12점 맞은 적도 있어요.

-'나의 영어 사춘기' 출연하면서 영어를 좀 배웠잖아요. 도움이 되던가요?

▶네. 좀, 아니 많이 늘긴 늘었어요.

-현민 군을 잘 모르는 사람은 처음에 영어로도 많이 물어보죠?

▶그럼요. 저를 보면 누가 먼저 한국말로 물어보겠어요. 하하.

-'나의 영어 사춘기'하면서 친해진 연예인은 있어요?

▶다들 친해졌죠. 휘성 형, 지상렬 형, 효연 누나, (정)시아 이모, 황신혜 아주머니 모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되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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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모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는 제가 초등학교 때 야구를 했었어요. 야구는 돈이 많이 들다 보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만 하고 포기했죠. 중학교 올라와서 옷에 관심 갖기 시작했는데, 옷으로 어떤 직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모델 일을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모델 일을 하고 계신 3학년 선배가 있었어요. 멋진 형이었죠. 그 형을 보고 관심을 더 갖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쇼핑몰 피팅 모델도 하고, 모델 오디션도 보러 다녔죠.

-PC방 사장님 덕에 모델 일을 하게 됐다면서요.

▶아~제가 중학교 때 PC방에 빠져 있었거든요. 맨날 가서 PC방 매니저 형이랑도 친해졌죠. 매니저 형이 어느 날 '사촌 형이 옷 브랜드를 하는데 옷을 입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전 기회다 싶어서 바로 '하고 싶다'고 했죠.

-현 에이전시 대표님과는 어떻게 인연이 됐어요?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보고 대표님이 만나자고 연락을 하셨어요. 만났더니 대뜸 이태원 한복판을 걸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걷는 걸 보시더니 바로 계약하자고 하셨어요.

-모델 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아주겠어요?

▶데뷔했을 때요. 한상혁 선생님 쇼였는데 제가 오프닝을 섰어요. 그게 회사와 계약하고 2주 만에 일어난 일이죠.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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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PC방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네. 되게 좋아해요. 스트레스 풀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전 모델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고등학생과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또 뭐 좋아해요?

▶축구 '광팬'이예요. EPL 즐겨봐요. 손흥민 선수 경기도 가끔 챙겨봐요. 사실 오늘도 새벽 5시 경기 보려고 일어났다가 다시 잤어요.

-야구도 좋아해요?

▶8년차 한화 팬이에요. 그래서 성격이 긍정적이죠. 하하. 기회가 되면 한화 시구도 하고 싶어요.

-한화는 연고지가 서울이 아닌데, 어떻게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엄마 회사가 한화에요. 어릴 때 티켓이 나와서 경기를 보러 가곤 했거든요. 당시엔 한화도 '짱짱'했어요. 가을 야구도 하고, 한국시리즈도 가는 멋진 팀이었죠. 계속 잘 되겠지 했는데 그 뒤론 매번 꼴찌를 하더라고요. 솔직히 팀을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한번 팬이 되면 바꿀 수 없더라고요. '맨날 져' 하면서 자꾸 좋아하게 되는 게 있어요.

-좋아하는 선수 있어요?

▶류현진 선수는 당연히 좋아했죠. 등판하는 날이면 안심하고 경기를 봤어요. 지금 두산 코치하고 있는 강동우 선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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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현민 군은 혼혈이니까 다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직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겪었던 시련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릴 적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면 다른 학교랑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이 쳐다보는 눈빛이 싫었어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죠. 남들처럼 평범해지고 싶다 생각했어요. 레크레이션을 하면 객석에서 제가 늘 튀니까 진행자 분이 저한테 말을 걸거나 일으켜서 뭘 시키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되게 싫었죠. 그래서 일부러 맨 뒤에 가서 앉았어요. 뭔가 공개적으로 집중 시선을 받는 게 싫었죠.

모델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게 있잖아요. 그러면서 시선들도 극복한 것 같아요.

-모델 일이 좋은 계기가 됐네요.

▶하지만 행사 갈 때 아직 떨기는 해요. 하하. 연말에 '멜론 뮤직 어워즈'에 참석해서 방탄소년단에게 시상을 해드렸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상을 하니까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제가 말을 좀 '절'었는데, 덕분에 맷집이 강화된 것 같아요.

-'다름'에 대한 현민 군의 생각이 궁금해요.

▶누구나 다른 점은 많아요. 다 똑같은 사람도 없고요. 쌍둥이도 다 다르잖아요. 저도 일부분의 다름이죠.

-현민 군의 꿈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제가 중요한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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