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연장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이형종이 외운 마법의 주문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8.01.21 06:00 / 조회 :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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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 / 사진=스타뉴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목표를 홈런 몇 개로 잡는 선수는 드물다. 프로야구 역사상 홈런왕이 단 2차례 나왔을 정도로 넓은 구장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LG 외야수 이형종(29)은 1년 전, 2017시즌을 앞두고 홈런 10개를 치겠다고 했다. 10홈런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그래도 '두 자리 홈런'이라는 점에 나름의 의미는 적지 않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이형종은 주전조차 불확실한 고작 2년차 야수였다.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속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홈런 10개는 자신감의 다른 말이었다. 이형종은 자기가 잠실에서 홈런 10개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그만큼은 할 수 있는 타자'라는 자신감을 스스로 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10개는 치지 못했다. 지난 2017 시즌 이형종의 공식 기록은 9홈런이다. 입 밖으로 꺼낸 목표 10홈런에는 미달이다. 하지만 진짜 목표였던 자신감은 얻었다. "시범경기, 올스타전까지 합하면 열 댓 개는 되던데요"라며 이형종은 느긋하게 웃었다. "10개는 칠 수 있는 타자가 된 것 같다"며 "치다 보면 15개도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홈런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본래 투수였던 이형종은 부상 탓에 타자로 전향했다. 2015년부터 퓨처스리그서 본격적으로 타자로 나왔다. 1군 야수 데뷔는 2016년이었다. 그해 61경기서 홈런 1개를 때린 이형종이 2017년에는 128경기서 9개를 넘겼다. 뒤늦게 야수가 된 이형종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바로 장타툴로 포장된 자신감이다.

이형종은 "자신감을 갖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를 했고 또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기는 습관이 그런 것이다. 이겨봐야 이길 줄 안다. 실제로는 9홈런이지만 이형종은 스스로 10홈런 타자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스윙보다 정교한 기술은 없다.

이형종은 올해에도 험난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LG 외야는 김현수 외에 정해진 주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익훈, 채은성, 이천웅, 문선재에 외야로 전향한 정주현까지 6명이 두 자리를 두고 경합한다. 그럼에도 이형종은 "오히려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진다"면서 "강해진 팀에서 나도 함께 잘하고 싶다.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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