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1987' 검안의 이현균 "뿌듯하고, 울컥"

영화 '1987' 검안의 오윤상 역 이현균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8.01.17 09:02 / 조회 : 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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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균/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서 아슬아슬하면서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 배우가 있다. 바로 이현균(35)이다.

이현균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1987'에 고문으로 숨을 거둔 대학생을 검안하는 의사 오연상 역을 맡았다. 오 의사는 대학생 박종철의 고문치사사건을 간접적으로 언론사 기자들에게 표현하고, 이로 인해 고문치사사건 진실 찾기의 불씨가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오연상은 이현균을 통해 극적으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받는 억압과 공포심을 깨닫게 한다. 극 초반 몇 신 등장하지 않지만, 역할만큼은 비중이 있다. 짧지만, 관객들의 긴장감을 한껏 높인 이현균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 '1987' 흥행과 함께 주연 뿐만 아니라 조, 단역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그 중 한 명도 이현균인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배우인가.

▶ 그동안 연극을 주로 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짧게 제 소개를 하자면, 2009년 연극 '언니들'로 연기자로 정식으로 데뷔하게 됐어요. 이후 '고령화 가족' '삼등병' '세 자매' '프랑켄슈타인' '맘모스 해동' '남자충동' 등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 활동을 이어왔죠.

-연기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중학교 때,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농구를 했었어요. 그러다 고1 때 두 가지 이유로 운동을 그만두게 됐죠. 하나는 키가 더 안 커서, 또 하나는 농구를 못해서 운동을 멈추게 됐어요. 친척 누나가 영화 스태프로 기술이라도 배우라고 계원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해줬어요. 그렇게 예고로 전학을 가게 됐다가, 연기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된 거였죠.

-극장가 화제작으로 흥행 역주행을 이루고 있는 '1987'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 제가 연극제에서 연기상을 받아 기사화 됐어요. 그걸 조감독님이 보고 감독님한테 캐스팅 하려는 인물과 잘 매치가 된다고 추천을 했더라구요. 이후 제작진 측에서 연락이 왔었고, 오디션까지 보게 됐어요. 그렇게 두 달 후 "같이 하게 됐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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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균/사진=이기범 기자


-의사 오연상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언론에 '고문'이라고 알린 결정적 인물이었다. 허구가 아닌 캐릭터, 실존 인물을 맡은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 글쎄요. 부담감이 제로라고는 할 수 없겠죠. 실제 인물을 표현해야 해서 어떤 인물이었는지 기사를 찾아보면서 알게 됐어요. 굉장히 의연하신 분이라고 생각했고,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다고 느꼈죠. 언론과 인터뷰 하신 내용도 봤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똑같은 선택을 하실 것 같더라고요. 저도 그런 의연함을 보여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감독님은 달랐어요. 그래서 그것을 두고 고민을 했었죠. 감독님은 정의감, 의연함보다는 보통사람처럼 어떤 것(권력 등 외압)에 무섭고 두려움을 느꼈으면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검안한 학생(고 박종철)이 고문을 당했던 것도 꺼내기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어요.

-인물을 두고 감독과는 생각이 조금 달랐는데, 결과적으로는 영화에 맞게 인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나요.

▶ 촬영 감독님이나 장준환 감독님이 제가 해야 할 것을 잘 꺼내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했던 것보다 더 잘 보이게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내적 갈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었죠. 무엇보다 극중 사망한 박종철이 물고문을 당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의사로 그것을 암시할 수 있는, 기자들이 알아차릴 수 있게 '물'을 계속 언급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들이 쉽진 않았죠.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에 어떤 느낌이 드나요.

▶ 저는 연기만 한 것이지만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영화였지만 제가 바른 역사를 이루는데 일조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사회에 실존 인물들이 오셨는데, 그 분들 앞에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었을까 했어요.

-시사회 때 오연상 의사를 비롯해 실존 인물들이 참석했는데, 직접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 오연상 선생님을 만나서 사실을 밝히는 것을 어떻게 결정하고, 당시 심정은 어떤지 여쭤봤었죠. 선생님이 "대한민국에 있는 사람들은 직업이나 자기 하는 일에 본분을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그것을 가로막지 않는 나라가 좋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했어야만 했다. 그게 의사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중에 같은 일을 해도 그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 말처럼 실제 역사도 보통사람들이 만들어 간 것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출연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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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균/사진=이기범 기자


-'1987' 출연 이후 정치 또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 느낀 게 많죠. 사실 제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촛불 집회가 열리면, 그 곳에 나갈 수는 있겠지만 저 혼자 투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역사에 대해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기억이라는 게 알려고 하는 것도 포함돼요. 알고, 관심이 있어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억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촛불 집회(시위)에 나간 적이 있다면, 영화 속 6·10 민주화 항쟁이 오버랩 됐을 것 같다. 그 느낌은 어땠나요.

▶ 연극을 하면서 공부도 할 겸 집회에 참여해 본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전경들에게 포위되기도 했었죠. 그 때 순간적으로 무섭고 겁이 났죠. 영화에서 강동원 씨가 맡았던 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나오는데, 촛불 집회에 나갔던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이한열 열사가 그 때 진압하러 온 이들 앞으로 나갈 때, 그 심정은 어땠을까 했죠.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를 통해 그 장면을 보면서 울컥했어요. 숭고한 정신 같았거든요.

-'1987'이 개봉 후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데, 관객들이 어떤 영화로 봐줬으면 하나요.

▶ 이 영화만큼은 배우에게 흥행작 경력을 쌓는 게 아니에요.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양한 연령층에서 영화를 관람했으면 해요. 특히 30대 중후반 관객들이 꼭 봐야 하죠. 그 세대가 앞으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 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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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균/사진=이기범 기자


-차기작으로 '상류사회'에 캐스팅 됐는데, 촬영 진행 상황 등은 어떤가요.

▶ 저는 이번 주 안으로 촬영이 끝날 것 같아요. 극중 박해일 선배님 비서관으로 나오는데, 큰 역할은 아니에요. 나중에 개봉하면 잘 봐주세요.

-공교롭게도 '1987'에 이어 '상류사회'도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두 작품이 다른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 '1987'은 실화로 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있어요. 반면 '상류사회'는 조금 더 가볍고 오락성이 있어요. '상류사회'는 오락성으로 즐겨주시길 바라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대중 앞에 설 건가요.

▶ 배우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텐데,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또 연극도 계속 하고 싶고요. 제가 존경하는 분이 신구 선생님이거든요.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다양한 무대에서 배우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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